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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삶과 죽음 사이 / 이재열 지음, 2005

▪살림문화재단▪ 2013. 7. 15. 00:55

 

독서발췌-바이러스 삶과 죽음 사이(이재열 지음, 2005)
독서메모 2005/10/28 10:51 [가져온기사. 강추]  http://blog.hani.co.kr/wateroo/43

 

바이러스 삶과 죽음 사이
 이재열(경북대 미생물학 교수) 지음. 지호 펴냄(2005)
 
 과연 먹지도 않고 자라지도 않는 바이러스를 진정한 생물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바이러스는 먹이를 먹지도 않고 힘써 자라지도 않으면서 다만 자신과 같은 후손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것도 잘 살펴보면 마치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어내듯이 자기 모습과 똑같은 후손을 복제해낸다. 이렇게 바이러스는 후손을 만들어낸다는 생명체로서의 단 한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때때로 바이러스를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체’라고도 말한다. 예를 들어 곰팡이나 기생충은 일반 세포처럼 핵과 여러 소기관을 가지고 있는 진핵생물이다. 그리고 박테리아(세균)는 핵막이 없는 원시적인 핵을 가지고 있고 미토콘드리아 등의 구조체가 없어 원핵생물로 분류되지만 엄연히 생물이다. 반면 바이러스는 달랑 핵산(디엔에이나 아르엔에이)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 껍질이 전부다. 그러나 생물로 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그렇더라도 바이러스가 자동차보다 훨씬 생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바이러스가 스스로 자신과 같은 후손을 남기는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이 주위 환경에 알맞게 변화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물의 조건
 첫째, 스스로 증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둘째, 자신의 몸을 유지하고 자라기 위한 대사 능력을 가져야 한다
 셋째, 보다 나은 생황를 위하여 진화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바이러스는 완전한 생물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증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살아 있는 유전물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35년 처음 바이러스 인식
 
 바이러스는 어떻게 생겼는가
 바이러스의 크기는 막대모양이 수백 나노미터/ 둥근 건 지름이 수십 나노미터(100만분의 1mm).
 바이러스 입자의 모습은 전자현미경이 만들어진 이후에 드러나 1938년
 
 전자현미경을 통해 바이러스의 입자가 여러 가지 모습을 갖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바이러스 입자는 막대 모양뿐만 아니라 실 모양, 공 모양, 탄환 모양, 그리고 여러 모양이 합쳐진 복잡한 모습을 하고 있다.
 
 비교적 적은 힘으로 안정된 모습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다면체의 구조를 지닌다
 
 생물체가 갖는 독특한 모습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가장 적은 힘으로 가장 안정된 모습을 갖추고 그런 다음에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기능ㅇ르 발휘하는 것이 생물의 모습이다. 가장 작은 생명체인 바이러스 입자도 나름대로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독특한 자기 모습을 갖추어왔다. 모든 생물종이 고유한 자기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생명체로서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는 바이러스도 독특한 자기모습을 갖추면서 그에 맞는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로는 감기와 독감을 각각 common colds와 influenza라고 브른다. 두 가지가 같은 병이 아닌 것이다. 감기와 독감이 서로 다른 병이라는 사실은 과학의 발전에 따라 이제는 상식이 되었다. 인플루엔자라는 단어는 원래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1743년 ‘이탈리아 감기’가 맹위를 떨쳤는데, 이탈리아어 ‘influenza di freddon’(추위의 영향)를 어원으로 하여 인플루엔자라는 말이 나왔다.
 감기는 아데노바이러스나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들이 일으키는 데 비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것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로 호흡기와 관계된느 점액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믹소바이러스 무리에 속하며 줄여서 플루 바이러스라고도 부른다.
 감기는 대부분 가벼운 증상으로 그치는데 코막힘이나 콧물을 흘리는 정도다. 하지만 독감은 전염성이 강하고 많은 경우에 세균성 페렴을 비롯한 2차 질병이 뒤따르면서 무서운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감기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하나인 데 비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8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비교적 쉽게 유전자의 변이가 만들어질 수 있다. 유전자의 재배열에 따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는 대변이와 소변이로 나눌 수 있다. 대변이는 보통 10년 가까운 시간 간격을 두고 주로 A형에서만 일어나고, 같은 유형에서 약간의 항원성이 변하는 소변이는 거의 매년 A형과 B형에서 일어난다. 대변이가 나타나면 전 세계적으로 독감이 발생하며, 소변이는 지역적인 유행에 그치고 만다.
 
 바이러스와 인류의 공생
 자연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체는 나름대로 존재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삶의 모습이 어떻든 생김새가 어떻든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모든 생물에게서 중요한 것은 생물들이 나름대로 가장 알맞은 삶의 방법을 찾아 스스로 살아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자연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들은 제각가 자기만의 독특한 삶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바이러스도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독특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양분을 섭취하여 성장하지 않는 대신에 살아 있는 생물의 세포 안에 들어가야만 비로소 증식이 가능하므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는 바이러스야말로 사람의 몸 안에 기생하여 병을 일으키는 아주 고약한 존재이다. 이렇게 독특한 삶의 ...
 
 돼지 장기이식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돼지에는 50여 가지의 내재 레트로바이러스가 있는 것이다. 만약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이들 바이러스 가운데 어떤 것이라도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어떨까라는 우려가 있다. 혹시라도 사람에게 위험을 끼친다면 함부로 장기를 이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이 돼지 내재 바이러스는 돼지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자연에서는 생물의 크기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생물은 종에 따라 제각기 독특한 특징을 갖추고 있으며, 그에 따라 독특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덩치가 큰 생물종이 작은 종을 지배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오히려 작은 덩치의 생물이 공격할 때에는 큰 덩치의 생물도 어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미생물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공격과 방어, 다툼과 타협, 공생과 기생
 
 바이러스를 비롯한 미생물을 하루아침에 없애버릴 수는 없다....이처럼 바이러스와 인류의 관계도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다. 어려운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바이러스에 대해서 보다 더 많은 지식을 찾아내고 바이러스가 살아가는 길을 생각하고 만약 잘못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라면 과감히 방향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바이러스와의 생활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인류와 바이러스가 서로 끝없는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 발짝만 물러나 생각해보면 우리가 바이러스의 특징을 조금 더 확실히 알게 됨으로써 인류와 바이러스가 타협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바이러스와 인류의 공생은 의도적이라기보다 오히려 필연적인 미래가 아닌가 생각한다. (p. 268.)
 
 
 친구인가 적인가
 우리편과 상대편의 편가르기 놀이 법칙
 현대인들 중에서 이 같은 놀이 법칙의 단순 이분법을 현실생활에 그대로 적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나에게 우호적이고 도움이 되는 사람은 우리편, 즉 친구이고 나에게 비판적이거나 사회생활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은 상대편, 즉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적자생존의 논리가 앞서는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런데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사람들은 대체로 바이러스를 해로운 병원균으로 여긴다. 따라서 이롭지 않으므로 ‘적’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사람에게 이로운지 해로운지를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적용해 선과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람 중심의 사고방식으로서 절대적일 수 없다. 사람마다 외모가 똑같지 않듯이 생각도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내 생각이 다르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의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해보자. 그러고 나서 다시 한번 생객해보자. 바이러스는 친구일까 적일까? 바이러스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이다. 분명한 사실은 바이러스는 친구도 아니고 적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라고 해야 하는가? 당연히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일 뿐이다.
 
 유전자재조합과 바이러스
 공진화 현상은 반드시 자연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실험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에서는 1992년에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지닌 유전자재조합 담배 125포기를 재배했다. 기대대로라면 이 담배는 더 이상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야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실험 재배하던 담배 중에서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체가 4포기나 발견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바이러스가 내성이 생겨 웬만한 저항에도 견디는 능력을 얻게 되어 내병성 품종인 담배까지 감염시킬 수 있게 변화한 탓이다.
 생물 가운데 병충해에 잘 견디는 개체로부터 저항성을 띠는 유전자를 골라내어 이를 대상 유전자에 이식시킴으로써 유전자조작 생물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생명공학의 최근 연구는 유전자조작 방법을 이용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생물을 만들어내고 있따. 그렇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유전자조작 생물체에 감염할 수 있는 병해충이 또 얼마든지 만들어져 새로운 어려움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므로 생태계에서 일어난 변화를 바라잡기 위해서는 서식처의 조절과 사냥을 병행하면서 전체적인 생태계의 평형상태를 적절히 유지하는 방법이 필요하다.(p. 190.)
 
 생명체를 구성할 수 있는 기본 물질로는 생리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단백질과 지질, 그리고 대부분 영양물질로 이용되는 탄수화물이 있다. 여기에 덧붙여 유전정보를 담을 수 있는 핵산 분자를 빼놓을 수 없다. 핵산과 단백질 그리고 탄수화물과 지질 성분, 이들이 바로 생명체를 꾸미는 기본 물질인 셈이다.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든 생물은 여러 가지 형질을 보여주고 있다. 생물 형질은 유전자가 나타내는데, 이 유전자는 염색체 안에 들어 있으며, 이것은 다시 핵이라는 소기관에 담겨 있다. 그리하여 생물은 중요한 기능을 가진 유전자를 핵 안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쓴다. 생물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리대사 과정은 유전자로부터 비롯한 단백질 성분으로 이루어진 효소가 맡아서 체계적으로 해나간다.

 원시생명체, <-- 유기물질의 화학적인 진화, 생명체의 생물학적 진화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진 것은 불과 몇 세기도 되지 않았다. 더욱이 바이러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한 세기도 채 되지 않았다. 이렇게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도 완전히 열리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바이러스가 유전자 운반체 역할을 하는 과정에 대해 보다 분명한 정보가 알려지면 더욱 새로운 연구 결과가 빛을 발할 것이고 바이러스의 이용에서도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바이러스 중에는 외가닥의 디엔에이는 물론이고 아르엔에이를 유전자로 가진 것이 있다. 그리고 디엔에이 바이러스와 아르엔에이 바이러스에서도 겹가닥과 외가닥의 디엔에이와 아르엔에이를 가진 것이 있음도 확인되었다. 이것은 다른 생물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유전정보의 형태로 모든 종류의 핵산 형태에 유전정보를 담을 수 있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종류의 핵산이 처음에는 뒤섞여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안정한 형태인 겹가닥의 디엔에이에 생물의 유전정보가 담겨지게 되었음을 뜻한다.(p. 203)
 원시생명체에 나타나던 때 각기 다른 네 종류의 핵산 분자에 유전정보를 담는 것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남녀서 겹가닥 디엔에이 분자에 유전정보를 담는 생명체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그야말로 유행을 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유행의 물결이 드디어는 생물세계에 넘쳐흘렀다. 어떠면 이것이 원시 생명체의 변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러한 변화 과정 속에서도 바이러스는 마치 살아 있는 화석처럼 디엔에이 분자나 아르엔에이 분자는 물론 겹가닥이나 외가닥을 가리지 않고 모든 유형의 핵산 분자를 가진 채 아직까지도 살아남았다고 볼 수 있따. 그렇다면 바이러스는 원시 생명체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므로 가장 먼저 태어난 원시 생명체라고 보아도 되는 것일까?
 생명의 기원에 대한 답은 바로 바이러스만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박테리아를 잡아먹는다는 뜻의 이름을 지닌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
 용원성 파지는 세균세포 안으로 들어간 후에 파지 디엔에이가 세균의 디엔에이에 합쳐져서 세균의 증식에 따라 세균 디엔에이와 함께 새로 생겨난 세균의 디엔에이의 일부로 포함된 채 살아간다. 이렇게 세균 디엔에이와 합쳐진 파지를 포로파지라고 하며 프로파지는 특별한 계기가 마련될 때 다시 증식형 파지로 되돌아간다.
 용원성 파지가 가지는 특별한 성질을 이용하여 세균에 특별한 유전자를 넣어주는 운반체로 파지를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파지 P22를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스미스인데 그는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라는 세균에 파지 P22가 도입되는 과정을 연구하던 중에 타이프 2라는 제한효소를 발견하였따. 이 제한효소는 유전자의 특정한 위치에만 작용하므로, 지금까지도 디엔에이 구조 연구와 유전자재조합 기술에서 대단히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한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병원성을 발휘하는 유전자를 억제시킬 수 있는 유전자를 파지에 실어 병원성 세균에 넣어줄 수도 있다. 그러면 병원성 세균이 비병원성 균주로 바뀔 수도 있다. 이러한 파지의 역할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파지에 의한 유전자 재조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파지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성질을 이용하여 인위적인 유전자 운반체로 활용하는 것은 또다른 이용방법이 된다.(p. 256.)
(2005.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