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문화재단▪ 2015. 3. 13. 04:15

 

 

가을 견디는 밤에 / 오미아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시간들이 있다
아침에 뒹구는 남은 소주처럼
물부은 재떨이 담배 꽁초처럼
마실수도 피울 수도 없는 시간이 있다

어떻게든 해야하는 시간들이 있다
허기진 아침 말라 빠진 빵처럼
비오는 밤 김 빠진 소주처럼
거절하지 못해 치사한 시간이 있다

침묵을 쪼개지 않고
통채로 삼킬 수 있으면

사랑도 끓이지 않고
산채로 얼릴 수 있으면

그러면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쪼개고 끓이면서
세월은 가고
우리도 가고
사랑은 남을까 어쩔까

어떻게든 해야 하는시간에
어떻게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런 날에는
이런 밤에는

차마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미아패로우 2008.01.24 2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