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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청와대 비서관들에 法講

▪살림문화재단▪ 2010. 3. 13. 22:00

 

 

2009/6/24(수)
법정스님 청와대 비서관들에 法講  

법정스님 청와대 비서관들에 法講
“정치적 미숙함 너무 한심”

법정스님은 법강(法講)을 시작하면서 먼저
「계절의 질서」를 화두(話頭)로 정부 여당의
「12·26 날치기」를 비판했다.

『하나의 씨앗이 움터 열매를 맺기
위해서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계절의 질서」가 뒷받침돼야 한다.
OECD에 가입하면 선진국이 되는줄
알았지만 예상밖의 재난이 생겼다.
노동관계법 안기부법 사태도 OECD가
직간접적 원인이 된 것 아니냐. 신한국당이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을
변칙처리했다는 소식을 강원도 산골에서 듣고 「우리는 아직도 멀었구나.
나라가 시끄러워 지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까지 서둘러야 할 이유가
뭔가』

씨앗 하나가 싹트는데도 「계절의 질서」가 필요한데 장차 한 나라를
21세기로 끌고가려는 사람들이 그 정도의 지혜도 없이 조급해하느냐는 얘기로
들렸다.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일 게을리한 결과”


법정스님은 같은 맥락에서 청와대 불교신도들에게 불가(佛家)의
「연기론」(緣起論)을 상기시켰다.

『세상은 모두 「관계의 고리」로 이뤄져있다. 관계의 고리가 튼튼하면
건전한 사회가 되고, 고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불건전 사회가 된다. 불가에서
얘기하는 「이 것이 있으면 저 것도 있고, 이 것이 없으면 저 것도 없다」는 말이
바로 그 것이다』

이를테면 선(善)한 인연이 있어야 선(善)한 결과가 나오는 법인데 노동관계법
안기부법 개정안 처리와 같은 「변칙」과 「날치기」가 만들어낼 인연의
모습은 결코 정부 여당이 주장하는 21세기 정보화사회가 아니라는 비유였다.

스님은 이어 『수행하는 사람의 말로는 적절치 않을지 모르지만…』이라며
극히 속세적(俗世的)인 어법으로 「문민정부의 미욱함」을 질타했다.

『70, 80년대 같은 독재시절에는 밀어붙여도 됐지만, 문민시대는 전직
대통령도 부정비리 혐의로 감옥에 가는 밝은 사회이고 국민의 수준도
달라졌는데 그렇게 서둘러 변칙처리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적 미숙함인
것 같다. 정말 우리 같은 문외한이 보기에도 한심하다. 야당이 말을 안듣는다고
따돌리고 변칙처리한 결과, 노동자가 아니라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고 말았지
않으냐…. 서둘러서는 안된다. 계절의 질서를 생각해야…』

스님은 그러면서 특히 국가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공직자들의 「깨어
있음」을 강조했다.

『몸이 피곤하면 사우나를 찾아 냉탕 온탕을 왔다갔다 한다면서 왜 「정신적
샤워」는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며 예상되는 결과를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정신적 샤워」,
즉 명상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면 「밝은 지혜」가 나왔을 것이라는 얘기다.

스님은 끝으로 박세일수석을 바라보며 『공직을 통해 이 시대, 이 땅의
보살이 돼야 한다. 절에 다니는 아주머니가 보살은 아니다.

지혜와 자비가 충만한 마음으로 국민에 봉사하는게 바로 보살』이라고
깨우쳐주며 회교 신비주의 교파에 속했던 15세기 인도 시인의 시를 들려주는
것으로 법회를 마무리했다.

「꽃을 보러 정원으로 가지 말라/ 그대 몸 안에 꽃들이 만발한 정원이 있다/
거기 연꽃이 수천개의 꽃잎을 달고 있다/ 그 꽃잎에 앉아 정원 안팎으로 가득
피어있는 아름다움을 보라/ 그 아름다움을 묵묵히 지켜보라」.

「보살 공직자」의 출발은 「깨어있는 지혜」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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