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태학(divine saminary)/오미아 단상

황당한 날......

▪살림문화재단▪ 2013. 4. 21. 00:47

 

 

 

황당한 날 / 오미아

아침부터 전화벨이 울려댄다
엄마 전용 전화선이 비지비지비지.........

"해가 똥꾸멍에 떳는데 아직도 자냐?"

"엄마 오늘은 일요일이야.잠좀자자 잠좀"

"쉬는 날엔 일찍 일어나 청소도 하고, 집 정리도 하고, 밀린 빨래 같은거 있으면 얼렁 얼렁 해야지

디비져서 잠만 자면 살 밖에 더 찌냐.
엄만 너 나이에 그렇진 않았다.
파딱파딱 움직여야지 군살도 안붙고 사람 사는 맛이 나지

맨날 늘어져 가지고는 뱃살이나 키우고, 집안은 돼지 우리 같이 해놓으면 누가 데리구 가냐"

"엄마 지금이 7시야.딱 한시간만 더 자고 엄마가 원하는거 다 할께"

"맘에 안들어 죽겠다.
딴집 딸들은 주말에 엄마한테 와서 반찬도 챙겨주고,집단도리도 해주고 그런다는데.

이건 꺼꾸로 되서 내가 맨날 챙겨줘야 하니
내가 남들 보다 덜 먹이길 했나,덜 입히길 했나
맨날 지 걱정만 하는데 엄마 생각은 눈꼽만치두 안하고......"

'울 엄마가 왜이러실까? 무슨일이 있으신건가'
잠이 덜깬 그 와중에도 언제나 하시는 말씀이지만 다른 무언가가 있음이 느껴진다.

"엄마...나두 엄마가 보고싶어.

그래서 오늘 눈 뜨면 엄마 보러 갈려고 그랬쪘어.

근데 엄마가 먼저 전화 했네.
잉 선수를 뺏겼다.

울 엄마 부지런한건 알아줘야 해
눈꼽만 딱구 갈께
쫌만 기둘려요 날라 갈께요"

" 그래 빨리 와라
여기와서 아침 먹어"

"알쪄요 엄마"

금새 풀어지시는 엄마.

목소리가 달라지셨다

'미아야 보고싶다,오늘 일찍 오면 안되겠니'

그러시면 아침에 기분도 좋고 맘도 편할텐데, 엄마는 야단부터 치신다
언제나 당하는 일이지만 자다가 멍한 상태에서 야단을 맞다 보면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게 된다
그래도 오늘은 양호한 편이다.
잠이 빨리 깨서 다행히 위기를 모면했다 ㅎㅎㅎ

일요일 아침 길은 시내 모든 길이 고속도로 같다
휴일 아침을 즐기느라 도로를 비워두었을 꺼다
이 아침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모두 안되 보인다
제대로 쉬지들도 못하고 쯧쯧쯧....

"엄마 미아 왔쪄요"

엄마가 미아를 꼭두새벽부터 불러 들이신 이유를 알것 같다
엄마와 올케 조카 그리고 등산 나가시기전에 화가 나신 아버님...
방패가 필요 하셨던 거였다
엄마는 온 식구들의 속눈섭 파마를 계획 하셨고
아빠는 등산을 막는 엄마에게 화가 나신거다
조카를 봐줄 누군가가 필요했고 아빠에게 그 역할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하셨고,

급기야는 미아까지 속눈섭 파마에 끌여 들여, 돌아가며 애기를 보자는 제안을 하신다.
속눈섭 파마를 하자면 절대로 안 올 미아를 끌어들이는 방법을 엄마는 너무 잘 알고 계신거였다.

잠시후면 미아도 속눈섭 파마를 하게 된다
내 옆에서 천사처럼 놀고 있는 조카를 보면서 조카처럼 예쁜 눈을 가졌으면 하고 바래본다.
그런 예쁜 눈은 파마로 만들어 지지 않을 텐데
하여간 황당한 아침이다.



.....파마하기를 세상에서 젤로 시러하는 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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