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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이 사라져 간다

▪살림문화재단▪ 2010. 3. 13. 23:22

 


야생동물이 사라져 간다  

폭설이 자주 내리는 눈고장에서는 겨우살이가 결코 한가롭지 않다.
눈과 추위를 이겨내려면 그만큼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눈에 덮
인 길을 내고 난로와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는 일이 중요한 일과다.
식수를 얻으려면 개울가에 나가 얼어붙은 얼음장을 깨고 물을 길어
와야 하는데,개울가로 가는 길에 쌓인 눈부터 먼저 치워야 한다.
그리고 먹은만큼 내보내야 하는 순환의 질서가 우리 인체에도 적용되
므로,뒷간으로 가는 길도 그 때마다 뚫어야 한다.
○야비한 밀렵 범람
한겨울 인적이 끊긴 산중에 살면 둘레의 짐승들과 가까워지게 마련
이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살고자 하는 그 생명의 의지는 다를 바
없다. 익힌 업이 다르고 생활습관이 같지 않아서 그렇지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표현은 마찬가지다. 자기 자식에 대한 사랑은 짐승쪽이
인간들보다 훨씬 진하고 지극하다.
간밤에는 눈보라 속에 뒷골에서 고라니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
슨 일이 생겼는지 한두번이 아니라 잇따라 울어댔다. 날이 밝은 뒤
에도 몇차례 목이 쉰 소리로 울었다. 추워서 그러는지 배가 고파
그러는지,아니면 밀렵 꾼들에게 잡혀간 짝을 생각하고 그러는지 내
무딘 귀로는 가려낼 수가 없다.
어제는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인데,외딴집에서 놓아 먹이는 여남은
마리나 되는 흑염소가 나를 보더니 졸졸 따라오려고 했다. 아마
배가 고파 뭘 좀 얻어먹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염소 주인이 걱정할
까봐 쫓아 버렸다. 며칠 전에도 없어진 염소를 찾아 이골짝 저골짝
으로 오르내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이 염소들은 빵이며 채소에 맛을 붙여 내 오두막 둘레를
배회했었다. 며칠동안 집을 비우고 밖에 나간 사이에 염소들은 아예
나뭇간에 자리를 잡고 기거를 했는지 배설물을 잔뜩 흘려 놓았었다
. 지린내가 역겨워 더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뿐만아니라 작년
봄에 멀리서 날라다 심어놓은 묘목들의 어린 잎을 죄다 쏠아먹고 말
았다.
그 뒤부터는 오두막 둘레에 얼씬도 못하게 했는데,그런 일을 잊어
버렸는지 또 졸졸 따라오려고 한 것이다. 고함을 쳐서 쫓아 버리면
서도 사람을 믿고 의지하려는 철없는 그 마음씨가 정겹게 여겨졌다.
겨울의 추위와 폭설에 갇혀 굶주리는 야생동물들을 위해 관계기관에
서는 가끔 먹이를 뿌려주는 일을 한다. 그런 소식을 전해들을 때마
다 아주 흐뭇하다. 각박한 세태에 사람의 따뜻한 마음씨가 들짐승에
게까지 미치는가 싶으니 실로 고맙고 기특하고 뿌듯하다. 옛 말에도
어진 정치를 펴면 그 덕이 들짐승에게까지 미친다고 했다.
자비심이란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는 마음이다. 기쁨을 나누고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어 가질때 우리는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된
다. 인간의 자비가 같은 인간에게만 국한된다면 그렇게 고귀할것도
대단할것도 못된다. 그 자비가 미물 곤충이나 말못하는 짐승들에게까
지도 두루 베풀어질때 인간의 자리는 더욱 의젓하고 빼어날 것이다.
이와같은 흐뭇한 선행이 있는 다른 한쪽에서는 사냥꾼과 밀렵꾼들에
의해 야생동물들이 무참히 죽어가고 있다. 대낮의 사냥만으로도 모
자라 한밤중에까지 차를 몰고 다니면서 헤드라이트를 밝히고 총질을
하는 장면을 우리는 보도를 통해서 보고 산촌사람들에게서 듣는다.
전국의 산과 들에서 자행되고 있는 섬뜩한 일이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어두운 밤이면 잠자리에 든다. 하루의 휴식을
위해 가족들과 함께 잠자리에 든 야생동물을 습격하여 살해하는 일은
,부모형제와 자식을 거느리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는 차마 못할 짓이
다. 잔인하고 야비하고 치사하기까지 하다. 이런 우리들을 두고 짐
승들은 뭐라고 할 것인가.
어떤 사람들은 몸에 좋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살아있는 곰의
쓸개를 빼먹는가 하면 사슴과 자라의 피며 굼벵이 지렁이 심지어
구렁이 코브라까지도 잡아먹는다. 이런 저질 한국인들이 세계 도처에
서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몸에 좋다니,도대체 그 몸이란게 무엇인가. 사람이 어디 몸만으로
이루어진 것인가. 몸은 마음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건강한
몸을 지니려면 우선 마음부터 건전해야 한다. 건전한 마음을 지녀야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가치를 제대로 누릴 줄 알고,무엇이 참으로
몸에 이롭고 해로운지를 가려 볼 수 있다.
○자연은 인간의 쉼터
사람을 비롯해서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
임을 당할 때 하늘에 사무치는 원한을 갖게 된다. 들짐승 고기를
보신제로 즐겨먹는 사람들은,비명으로 죽어간 짐승의 원한이 자신의
혈액을 타고 돌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원한은 곧 독이다.
원한의 독이 몸에 좋다니 당치않은 소리다.
사람과 자동차로 우글거리는 도시의 사막에서 우리가 기댈 곳이 어
디인가. 산과 들에 새와 짐승들이 살지 않는다면 우리들 삶의 터전
은 얼마나 삭막하고 메마른 것인가. 병든 문명의 해독제는 청청한
숲과 맑은 강물과 동물들이 깃드는 평화로운 자연 밖에는 따로 없다
.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인 그 자연이 또한 우리 인간이 기댈 마지
막 언덕이다.
그런데 몸 보신에 들뜬 속물들에 의해서,돈벌이에 눈이 뒤집힌 밀
렵꾼들에 의해서 수많은 들짐승과 희귀 조류들이 이 땅에서 사라져가
고 있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앉아서 보고만 있을 것인가. 관계당
국의 시급하고 철저한 대책이 있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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