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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참고자료]

▪살림문화재단▪ 2013. 7. 15. 02:00

 

시를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문학, 그리고 '시'를 알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은 "시를 어떻게 공부하는 게 좋을까?"하는 고민들을 하곤 한다.
이 고민은 딱히 한두 마디로 고민을 해결하기는 어려운 질문이라고 본다.

'시를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이 점에 대해 몇가지의 예를 들어 공부 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보자.


1. 시의 용어와 개념을 알자.


시에 대해 가장 많이 공부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입시생들일 것이다.
그런 입시생들에게 '국어'와 '수학'의 공통점에 대해서 물으면, 대개가 모르겠다는 대답이다.
수학공부를 잘 하는 비결이 수학의 개념에 대한 이해에 있듯이, 국어 공부를 잘하는 비결은 국어에 사용되는 용어에 대한 수업이 미흡한 것 같다. 특히 수능이 시행 된 이후, 언어영역에서 용어를 문제에 사용하여 출제하지 않는다는 방침 때문에, 현장 학습에서 용어에 대한 교육이 소홀하게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2000년도 이후 언어 영역에서 몇몇 문학 용어가 출제 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이해는 문학감상에 있어 필수적이므로 먼저 문학과 시를 공부하는 데 있어 용어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이해할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작품의 해설마다 필요한 용어에 대한 풀이를 넣고있다.

시를 공부하는 데 있어 꼭 알아 두어야 할 용어들을 작품이나 구절을 들어 가면서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감정이입'이나 '상징', 심상'등의 용어에 대한 개념을 모른다면 시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용어, 작품에 대한 종합적 이해력과 감상력을 평가 해보아야 할 것이다.

시에서 제시 되는 지문들의 공통적을 묻거나 시적 화자의 태도와 시의 정서, 시어의 함축적 의미와 이미지, 시상 전개와 구조 및 표현의 특징, 시의 종합적 감상등을 주로 연구해야 한다.


2. 시의 유형을 분석하자.

시의 유형을 분석해 보면, 1 시어의 함축적 의미, 2 심상(이미지), 3 시적 화자의 태도와 시의 정서, 4 표현상 특징, 5 작품의 감상 방법, 6 시의 구조 및 전개 방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1 시어의 함축적 의미
 시어의 함축적 의미는 그 시의 구조와 연관하여 그 시어가 갖고 있는 내포적인 뜻을 말한다. 시어가 함축적 의미를 지니는 것은 비유, 묘사, 상징, 역설 등의 기법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시어의 함축적 의미는 시 전체 흐름과 앞뒤 문맥을 통하여 어느정도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소월의 <진달래 꽃>과 이육사의 <꽃> 두 작품에 공통적으로 드러나 있는 '꽃'의 함축적 의미를 올바로 파악할 수 있는가?

2 심상(이미지)
 시어에 의해 재현되는 감각 체험의 형상화를 심상(이미지)이라 한다. 심상의 표현 방법은 묘사적 심상, 비유적 심상, 상징적 심상 등이 있고, 심상의 종류에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공감각적 심상 등이 있다.
신석정의 <아직 촛불을 결 때가 아닙니다>에서 시 속에 나오는 '촛불'의 이미지와 가장 대조적인 시어를 물어보자. 이 시에 제시된 이미지들은 전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환기시키고 있다. '촛불'의 이미지는 어둠을 밝히는 고요한 느낌을 주므로 이와 대조족인 이미지는 아름다운 전원의 모습을 어둠속에 묻어 버리는 '검은  치맛자락'이 된다.

3시적 화자의 태도와 시의 정서
 시적 화자의 태도는 시적 화자의 처지와 심리, 시의 어조와 분위기 등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시의 정서는 시를 읽을 때  느끼는 감정이나 분위기, 심적 반응 등을 말한다. 시적 화자의 태도는 관조적, 달관적 태도(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기원적 태도(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의지적 태도(<유치환의 <생명의 서>), 비판적 태도(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반성적 태도(윤동주의 <참회록>), 미래 지향적 태도(이육사의 <광야>) 등을 들 수 있다.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 박재삼의 <추억에서>, 이용악의 <그리움> 이 세 시의 시적화자의 태도와 정서를 파악해보면 이 세 시의 공통점을 파악 할 수 있다.

4 표현성 특징
 시의 내용이나 주제를 잘 드러내기 위하여 시에는 여러가지 표현 방법이 사용되니다. 비유, 상징, 역설, 반어, 박복, 대구, 감정 이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박목월의<이별가>의 표현상의 특징에 관한 설명으로 적절치 않은 것을 찾아보자. 이 시는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죽음의 문제는 운명적이고 보편적인 문제에 속하는 것이므로 대립적인 시어들이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는 효과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5 작품의 감상 방법
 현대시의 감상과 이해의 방법에는 외재적 감상, 내재적 감상, 종합적 감상등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외재적 감상은 작품을 둘러싼 외적 조건, 즉 작가, 독자, 시대를 중심으로 감상하는 방법으로 '표현론적 관점', '반영론적 관점' 등이 있다. '표현론적 관점'이란 한 편의 시는 시인 자신이 직접 경험한 구체적 체험과 의식에 의해 씌어진다는 관점에서 작가나 시인과 연관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말한다. '효용론적 관점'은 작품 감상이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효과를 중시하는 관점을 말한다. 윤리적인 가치와 교훈을 주는 교시적인 성격일 수도 있고, 괘락과 감동을 주는 방향일 수도 있다. '반영론적 관점'은 모든 작품은  작가나 이인이 활동하던 시대와 사회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라는 관점에서 작품과 현실의 관계를 중심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말한다. '내재적 관점'은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외재적 요소를 배재하고, 작품 자체의 구조와 상상력을 중시하여 작품 자체의 내재적 의미를 중심으로 감상하는 관점을 '절대주의적 관점'이라고도 한다. 시의 구조 분석과 시어의 함축적 의미, 상징, 심상적 표현 등을 분석하여 작품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방법이다.

6 시의 구조 및 전개 방법
 시의 전개 방법이란 시에 담긴 시상이 어떠한 순서나 방향으로 전개되느냐를 말한다. 시상은 자연적 질서인 시간의 흐름(박남수의 <어참 이미지>)이나, 공간의 이동, 시선의 이동(조지훈의 <고풍 의상>)으로 전개되기도 하고, 시적 화자의 내면적 질서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로 전개되기도 한다.


3. 배경 지식을 알자

 학생들이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배경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시대의 풍습, 의식 구조, 역사적 배경이나 어떤 사건에 대한 '배경 지식'은 그 작품의 올바른 감상과 이해를 돕고, 시인이 그 작품을 창작하게 만든 모티프와 집필 의도까지 알 수 있게 한다. 학생들은 태어난 지 20년이 채 안 됐으므로 작품과 연관된 '배경 지식'에는 대부분 무지하게 마련이다. 작품 감상에 있어 '배경 지식'이 왜 필요한지 몇몇 작품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김종길의 <성탄제>를 보기로 하자. 이 작품의 화자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창 밖에 내리는 눈을 보고, 어린 시절 병든 자신을 살리기 위해 애쓰시던 아버지에 대한 회상에 잠긴다. 아버지의 사랑과 혈육의 정에 대한 그리움을 느껴 아버지와 시적 화자의 새로운 만남을 발견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김종길 시인의 나이로 보아 이 시에나오는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 전후라 생각되는데, 이 시의 첫 연에 나오는 '어두운 방 안엔 / 바알간 숯불이 피고'라는 구절을 읽고, '방 안이 어두우면 전깃불을 켜지', 라는 생각을 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930년대에는 시골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민속적 금기로 아무리 날이 어두워도 대낮엔 불을 켤 수 없었다는 배경 지식을 아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또 열병으로 앓아 누운 아들을 살리기 위해 빨리 약국이나 병원으로 갈 것이지, 눈 덮인 산을 뒤져 산수유 열매를 찾아 헤맨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시골에는 약국이나 병원이 없었고, 3~40리 떨어진 읍내에나 가야 한약방이 있었는데 도로 사정도 열약하고 지금처럼 버스도 자동차도 없는 시대에 중병으로 앓는 환자는 시골, 특히 산골에서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므로 그 아버지는 민간 요법에 해열의 효과가 있다는 산수유 열매를 구하려고 눈 덮인 산을 찾아 헤맨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겨울이 그다지 춥지 않지만, 1960년 전까지만 해도 귀가 떨어질 것 같을 정도로 몹시 추웠다. 따라서 밖에 외출했다가 들어노는 사람의 옷에서는 냉기가 학 끼쳤다. 이 시의 5연에서 시적 화자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도 이런 배경 지식을 알아야 이해가 된다. 6연의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라는 구절을 앓고 있는 화자가 방안에 누워 밖에 눈이 내리고 있음을 청각을 통해 인식했음을 암시한다. 뒷 문을  눈이 친다는 것은 밖의 날씨가 몹시 차갑고 그 소리가 들릴 정도로 사방이 고요한 분위기임을 나타낸다.

이와 같이 배경 지식이 중요한 예를 하나만 더 들어보자. 이동주의 시 <강강술래>를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승 민속놀이인 '강강술래'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강강술래'의 춤의 형식과 과정, '강강술래'에 전해 오는 설화와 유해 모두 중요하지만, 이 시에 나오는 시어 '삐비꽃'이 무슨 꽃인지는 통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사전에도, 백과사전에도, 또 이 시를 해설한 책들에도 '삐비꽃'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인터넷을 샅샅이 찾아본 결과 어떤 사람의 수필 한 구절에 이 꽃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삐비'는 표준어로 '삘기'라 한다는 것이다. '띠'라는 벼[]과의 여러해살이풀의 어린 싹을 '삘기'라 한다. 과거 배고픈 시절, 봄철이면 시골 아이들이 달착지근한 삘기를 뜯어먹었다는 내용이 그 수필에 나온다. 중요한 것은 '띠'풀은 원추형으로 자라며 그 밑동이 모여 있어 옹기종기 가지가 올라온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시에 '삐비꽃'이라는 시어를 쓴 확실한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즉, 시인은 강강술래를 하려고 둥글게 형태를 짠 여인들의 모습을 '삐비꽃'에 비겨 표현한 것이다.

그 밖에 백석의 시 <여우난 곬족>에 나오는 평안도 방언과 풍습, 이용악의 시 <전라도 가시내>의 일제 수탈로 만주에 유랑하는 우리 민족의 고통과 슬픔 등 그 시대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이는 이들 작품을 충분히 감상할 수 없는 것이다.


4. 비슷한 주제나 제제의 작품을 알자.


 시를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주제나 제재가 서로 연관된 작품을 묶어서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분석하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지문을 선택하는 조건은 주제나 제재가 서로 연관성이 있느냐에 있다고 한다.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 박재삼의 <추억에서>, 이용악의 <그리움>은 시적 화자의 태도와 정서에 공통점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세 작품 모두 연인이나 어머니, 가족 등의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그림움과 안타까움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연관된 작품끼리 묶는 것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무수한 조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 내용별, 성격별, 주제별, 제재별 여러가지 분류 방법이 있을 것이다. 모든 작품을 체계적으로 도표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20여 개 항목으로 분류하여 서로 연관된 작품들을 들어 보고자 한다. 여기서는 우선 겹치는 작품이 없게 배정했을음 밝힌다.

이상을 동경하나 좌절하는 심정을 노래함
유치환의 <깃발>, 서정주의 <추천사><학>,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

문명의 위기와 문명 비판을 노래함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 박남수의 <새>, 정한모의 <가을에>

임에 대한 사랑의 심정과 그리움을 노래함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 김동명의 <내 마음은>, 서정주의 <부활>, 신경림의 <가난한 노래>

사랑하는 이의 죽음의 문제를 다룸
김소원의 <초혼>, 박목월의 <이별가><하관>, 이수복의 <봄비>, 도종환의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자식을 잃은 슬픔을 노래함
정지용의 <유리창>, 김광균의 <은수저>, 김현승의 <눈물>

고향을 상실한 슬픔이나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노래함
정지용의 <향수><고향>, 오장환의 <고향 앞에서>, 백석의 <고향>, 노천명의 <푸른 오월>

전원적인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노래함
신석정의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박목월의 <청노루>

현학적이고 관념적인 경향
김춘수의 <꽃><꽃을 위한 서시>, 신동집의 <오렌지>, 오세영의 <그릇>

이미지의 표현 중심
김광균의 <외인촌><추일서정>, 장만영의 <달.포도.잎사귀>,  박남수의 <아침 이미지>, 전봉건의 <피아노>

시의 음악성 중심
김영랑의 <끝없이 강물이 흐르네><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박용철의 <떠나가는 배>

초현실주의 경향
이상의 <오감도><거울>, 이승훈의 <위독>

민간 전승의 설화나 전설을 제재로 함
김소월의 <접동새>, 서정주의 <귀촉도><견우의 노래><신부>, 조지훈의 <석문>

불교 정신을 제재로 함
한용운의 <님의 침묵><나룻배와 행인>, 조지훈의 <승무>, 신석초의 <바라춤>

기독교 정신을 제재로 함
윤동주의 <십자가>,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김남조의 <겨울 바다><설일><정념의 기>

일제 강점기의 저항 의지와 미래 지향적인 이상을 동경함
이육사의 <광야><교목><꽃>, 윤동주의 <참회록><쉽게 씌어진 시>, 심훈의 <그날이 오면>

만주를 배경으로 주권 상실의 비애와 극복의 심정을 노래함
이육사의 <절정>, 유치환의 <광야에 와서>, 김동환의 <눈이 내리느니>

일제 수탈로 고향을 떠나 유랑 생활의 슬픔을 노래함
김소월의 <길>, 이용악의 <낡은 집><전라도 가시내>, 오장환의 <모촌>

한국 전쟁의 슬픔과 비극을 노래함
구상의 <초토의 시1>, 박두진의 <강 2>, 김종삼의 <민간인>, 유정의 <램프의 시>,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조국 분단의 슬픔과 통일에의 염월을 노래함
박두진의 <해>, 박봉우의 <휴전선>, 구상의 <초토의 시 8>, 신동엽의 <봄은>

4.19혁명에 대한 정신과 심정을 노래함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 신동엽의 <산에 언덕에><껍데기는 가라>

독재 체제 현실과 저항 의지를 노래함
김수영의 <폭포><풀>,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이성부의 <벼>,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심정이 반영됨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김용택의 <섬진강 1>


시를 단순히 감상의 차원에서 공부하면 안 된다. 평소에 시를 즐겨 읽는다면 시 학습에 도움이 되겠지만, '시 학습' 역시 다른 학습처럼 조직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공부하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