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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종교 사회에선 무신론자와도 대화할 수 있어야 / 임영준 신부

▪살림문화재단▪ 2014. 3. 14. 16:09

 

▲ 임영준(에이몬 아담스) 신부

다종교 사회에선 무신론자와도 대화할 수 있어야

임영준 신부, ‘다종교와 하느님의 선교’ 강연

 

종교간 대화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아일랜드 출신의 임영준 신부(에이몬 아담스, 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25일 열린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한국선교 8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다종교 사회를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은 “여러 종교들 중 우리 종교는 하나일 뿐”임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다른 종교와의 관계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 서두에 임 신부는 아직 한국에서 낮선 개념인 ‘JUBU’를 소개했다. ‘주부’라고 발음되는 이 단어는 영어 ‘Jewish Buddhist’의 줄임말로, 유대인 출신의 불교도를 뜻한다. 유대교 신자이지만 불교 명상과 철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임 신부는 “현대사회에서는 ‘불교적 그리스도인(Buddhistic Christian)’도 있을 수 있다”며 “두 가지 종교의 결합을 보여주는 이 단어가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종교인들이 이러한 현실을 알아야 하고, 이에 대한 의견도 가져야 한다. 모른 척 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임 신부는 “새로운 종교적 현실을 인정하면서, ‘여러 종교들 중 우리 종교는 하나일 뿐’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 명제를 해석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이를 ‘한 공동체에 여러 종교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는 ‘공동체 안에서 내 종교와 다른 종교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임 신부는 “두 가지 해석이 전제하고 있는 사고방식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하며,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종교가 다양하게 있는 것이 좋을까, 하나만 있는 것이 좋을까?” “만약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전부 자신의 종교를 포기하고 내가 가진 종교로 개종한다면 어떨까?” “나는 다른 종교의 존재를 참고 견디는가, 아니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나는 다른 종교와의 관계에서 어느 단계까지 갈 수 있을까?” 종교 다원주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질문들이다.

 

임 신부는 “종교 다원적인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종교간 대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화의 목적으로 ‘배우기, 변화하기, 성장하기’를 들며, “진리란 내가 지니는 것보다, 남이 지니는 것보다, 나와 남 사이에 있는 것이다. 종교간 대화의 여행이 시작될 장소는 우리 마음”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 임 신부는 ▲신학교와 수도회 차원의 타종교 심화 교육과정 도입, ▲교단의 규모나 조건의 제한 없이 무교, 무신론자까지 대화의 문 열기,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협력, ▲영적 고립주의 뛰어넘기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 임 신부는 “종교간 대화의 주제와 상대를 다양하게 넓혀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각 종교에서 남성보다 여성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종교간 대화가 열리는 자리에서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현저하게 낮은 것을 지적하며, “종교간 대화에서 젠더 이슈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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