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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정당이라는 미명아래 호남을 야당의 숙주로 삼지는 않았는지 (1)

▪살림문화재단▪ 2015. 4. 6. 03:41

 

이우송 西夕 / 다석채플사제

 

전국정당이라는 미명아래 호남을 야당의 숙주로 삼지는 않았는지 (1)

 

                                                                              이우송(西夕) / 살림문화재단 다석채플사제, 칼럼니스트

 

지난 2012년 총선을 다시 생각해보자. 당내 지분은 이미 친노시민세력이 장악하고 있던 당시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호남과 민주계는 더 이상 비집고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세칭 노빠와 노무현 대통령은 명확히 구분돼야한다고 보면서 친노인사 세칭 '노빠'로 불리는 세력에 장악당해 호남과 민주계의 강세를 기득권으로 칭하며, 호남홀대론으로 오히려 호남을 역차별 해왔다. 지역의 이해관계에 있어서는 과학벨트의 호남유치를 반대하는 등 호남에 맹목적 양보를 강요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호남출신 대권 주자가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민주통합당은 부산경남대권론으로 사실상 굳어진 상황에서 세칭 '노빠'들의 호남 배제론, 호남필패론이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총선을 치루게 된 것이다.


이유인 즉은 야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광주전남북에 대한 당내 역차별 분위기 때문에 비롯됐다. 민주당의 텃밭에 가까운 호남의 의원들은 당내에서도 지도부에 진입하기 어려운 '서자'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호남출신이 당 지도부를 맡으면 호남권외 다른 지역 유권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당 지도부의 천박한 지역주의적 판단이었다.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감춰진 지역주의의 속내는 영남패권주의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선거를 통한 정치에서 선거이슈에 대한 프레임의 설정이 어느 편에 유리하게 누가하느냐에 따라 승자가 결정된다. 새누리당이 설정한 호남대 비호남의 프레임과 당시 민주통합당이 설정한 호남배제론 프레임과 무엇이 달랐는가.


결국 민주통합당은 이름만 호남정당이지 당권과 공천권은 모두 PK지역이 챙겼고 광주 전남북권 까지도 절대적 영향력행사를 한 것으로 봐야한다. 여당의 실정으로 여소야대의 우려를 안고 치룬 유리한 총선정국이었지만 선거기간 내내 호남배제론과 친노독식으로 치른 통합민주당의 결과는 어떤가.


결국 뻐꾸기들의 둥지가 되고 말았다. 호남에 기대어 정치를 하되 호남이 정권의 중심에 서서는 안되고 그저 전국야당의 숙주나 되어야 한다는 말일까. 더 이상 전국정당이라는 이름으로 호남을 야당의 숙주로 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뻐꾸기 둥지론이 나오게 된 배경]


한눈에 보는 2012년 총선지도(참조)를 보면 민주당이 제주에서 3석 석권하고 괴나리봇짐을 매고 노란황톳길을 따라 서울길을 나선다고 가정하면, 전남에서 진보당1석, 광주에서 진보당1석과 무소속1석, 전북에서 진보당1석과 무소속1석을 제외하면 거의 민주당이 석권한다.


충남에서는 논산지역을 껑충 건너고 경기에서는 오산 평택을 한번 더 건너오는데 경기에서는 괴나리 봇짐길의 좌우를 여당에 빼앗기고 진보정당이 일산과 성남에서 각 1석을 확보한다.


영락없이 제주에서 괴나리봇짐을 등에 매고 목포를 건너와 한양천리 길따라 서울에 입성해서 보니 관악'을'과 노원'병'의 진보당과 강남권과 양천외 몇 곳을 포함해 새누리에 빼앗겨 민주30 통진2 새누리 16명이 당선된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진보정당이 지역구에서 의석을 확보하는 데에는 통합민주당과의 선거연대가 맞아떨어졌고, 호남 강세지역이라는 견해에도 동감할 것이다. 역으로 통합민주당 역시 진보당과의 선거연대로 박빙을 극복 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강원전역과 영남지역의 경북, 대구, 부산, 울산, 경남을 통털어 민주통합당이 부산 2석을 건진 결과를 가지고 이를 발판삼아 당대표와 차기 대권후보를 예약하고 당권까지 거머쥔 "뻐꾸기 둥지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라 하겠다.


이런 배경에는 말꺼내기 어렵지만 부산 울산 경남에서 이만큼 야성이 움트고 있는 것은 박정희의 지역편중개발시대인 70년대부터 흩어진 호남의 디아스포라 때문이라는 분석 또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영남의 당권파가 민주통합당의 대선주자로 굳혀진 이유는 오직 PK출신이기 때문인데. 어차피 호남권에서는 90%의 지지율이 나올 것이므로 PK출신으로 대선주자를 내세워 승리를 거두겠다는 전략이 통했고, 최근의 새정치연합 대표경선에서까지 되풀이 되었던 것이 아닌가.


거기다 당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공천권 갈등과 관련해서는 "당대표의 손에서 공천권을 내려놓고 공천제도와 룰이 공천하도록 만들겠다"라며 선거 전에 공천제도를 투명성있게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막판 경선룰을 바꿔가면서까지 민주당 대표경선에 당선된 문재인 대표의 말을 믿어줄 것인지도 의문이다.


호남권의 절대적 지지를 바탕으로 창출된 참여정부당시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 정권을 부산정권이다"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경우에 없이 호남을 역차별한 경우가 아닌가.


당 대표가 된 문재인 의원은 차기총선의 공천권을 거머쥘 수 있는 대단한 권력을 갖게 됐다. 또한 차기대선을 앞두고 후보군의 공정한 선출을 책임져야할 당 대표가 선수겸 심판으로 나서 대선의 후보까지 넘보게 되는 경우다. 그래서 새민련이라는 야당이야말로 차기정권의 창출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일부의 호남정치권과 다수의 유권자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2012 총선결과를 나타내는 지도]


[지역정치가 아니라 현실정치의 대안을 찾아보라]


그 프레임의 끝점은 내년 총선과 차기대선일 것인데 승자는 과연 누가될 것인가. 그리고 저들이 설정한 프레임 속에서 어느 세력이 이긴들 큰 프레임에 변화가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지역차별이라는 서글픈 예토를 내어놓고도 양측이 설정한 프레임에 막힌 호남은 주도권을 예상할 수 없게 됐다.


박주선 의원의 표현을 빌리면 "호남이 전면으로 나서면 집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천박한 지역주의보다, 호남인들이 패배주의와 자포자기에서 벗어나 지도자를 키우고 정치력을 복원할 때 새정연도 살고, 집권도 가능하다고 본다. 오랜 패배주의로 인해 호남사람들이 집권하려면 영남 후보를 내세워야한다는 논리로 노무현도 문재인도 세워봤지만 이는 정도가 아니었다."


또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지켜보면서 예산편성과 인사문제를 비롯해 날로 지역차별이 도를 넘어선지 오래로 좀 과장하면 1국2민족체제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은 당대표 경선이 한창일 때 호남신당설과 관련해 "집권 가능성도, 호남가치 실현도, 호남 낙후 해결 의지도 없는 정당이라면 맹목적으로 따라갈 수 없다. 호남인이 당권을 가져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도 주저해서는 안 된다"며 창당 의지를 감추지 않았던 기억이 새롭다.


박주선 의원과 박지원 의원의 발언이 지금도 유효한지는 모를 일이지만, 호남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렇다. 지역기반이 없는 정치세력은 힘이 없다. 단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선진국이라는 서구유럽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의원은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한 미래연합을 결성 차기정권을 준비하기도 했고, 충청도에서 지역정당인 자민련과 선진당이 존재했던 이유도 그렇고, 결국 캐스팅보드를 쥐기도 했고 DJP 연대를 통해 호남충청권의 정권을 창출했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지역감정을 부추겨서 지역정치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현실정치의 대안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호남의 문제를 바로보아야 한다]


최근 요동치는 정국에서 광주 전남북과 흩어진 호남의 디아스포라들의 민심은 현주소가 무엇이고, 과연 어디로 갈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면서 향방을 모색하고 있을까.


4.29 보궐선거를 앞두고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정치의식이 고양돼 있는 호남사람들이 진보를 버린 이념의 스펙트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어떻게 공정한 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지, 지금의 시대정신과 현실을 간파하고 좁게는 호남과 넓게는 미래 한국의 방향을 어디에 두고 나가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 호남은 자조 섞인 목소리로 지리멸렬된 130석의 거대야당이 지지율 30%대의 대통령과 세월호사건, 방산비리 외에도 실정을 거듭하는 여당의 2중대 시대를 자임하고 있다며 한숨이 끓이지 않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평민당시절 7~80석으로 강력한 야당을 이끌었던 김대중 총재시절을 연상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미 호남지역은 충청권 발전에 비해 인구 수에서도 부족하고, 국회의원 수의 조정에서도 부족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독자적인 집권가능성도 부족하고 민주사회에서 동서지역이 균등한 수평사회를 실현하기도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


차제에 이에 걸맞는 정치지도자의 선택과 더불어 호남정치의 판고르기 까지를 고민하고 있는 정치세력과 표류하는 호남유권자들의 망설임이 눈에 띈다.


신당의 움직임에 힘의 논리를 앞세워 야당의 분열 혹은 판깨기로 몰아 부치는 일은 호남의 여당인 새민련이 호남의 야권세력과 이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공민권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새민련도 호남배제론으로 호남정치세력에 기대어 호남에 뻐꾸기둥지를 틀려한다는 오해보다는 지난 총선지도에서 보여지는 새누리지역인 붉은색 토양에서도 야당의 둥지를 틀어 당색이 분명한 당당한 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정치체제는 이미 다당제로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며, 과거의 자민련이나 최악의 경우 민노당정도의 분열 연대 없이 4~50 의석이라도 강력한 원내교섭단체를 확보해서라도 지금과 같은 낙후된 호남을 극복하고 지역의 균등발전을 꽤할 수 있으면 하는 절박한 생각도 할 수 있다.


광주 전남북 출신의 호남의 디아스포라 수도권유권자들을 대변할 만한 정치지도자 하나를 세우지 못한 경우라면 이미 실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차제에 자민련이나 자유선진당이 그랬던 것처럼 호남지역정당이라도 결성해야 할 것은 아닌지, 아무래도 뻐꾸기둥지보다는 나을성싶다. 정치적 캐스팅보드를 쥐고 불균형적 지역모순을 극복해야하는 현실적인 정치기반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호남의 유권자들은 다시한번 괴나리 봇짐을 둘러매고 한양천리길을 떠나는 심정으로 '2012 총선결과를 나타내는 지도'를 눈여겨 보기를 권한다.

지역감을 부추기자는 것이 아니라 균등한 지역발전을 전제로한 정치적인 현실과 편파적인 예산편성에서 드러나는 엄청난 역차별을 언제까지 견디어 내면서 슬픈예토를 대물림 할 것인가.

 

 

 

[원문바로가기] http://blog.daum.net/yiwoosong/13483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