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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정신적 스승” 박형규 목사 빈소 애도행렬

▪살림문화재단▪ 2016. 8. 21. 13:23

“우리시대 정신적 스승” 박형규 목사 빈소 애도행렬



박형규 목사 빈소 표정
주례인연 손학규 ‘상주’ 맡기로
문재인·조희연·이수호 등 한달음에

한국 민주화 운동사의 거목인 박형규 목사가 지난 18일 타계한 다음날, 그의 빈소엔 ‘정신적 제자’를 자처한 이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 목사의 빈소 앞에는 정계와 종교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에서 보내온 50여개의 조화로 가득 찼다. 빈소에는 한국 민주화 운동사의 길목에서 박 목사와 함께한 ‘인연’이 있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민주화운동의 대부 박형규 목사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에게 박 목사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많은 영향을 준 스승이기도 하지만 ‘결혼식 주례 선생님’이기도 했다. 18일 밤 박 목사의 부음을 듣고 급히 전남 강진에서 상경한 그는 5일장 내내 빈소를 지키며 ‘상주’ 역할을 맡기로 했다. 손 전 고문은 기자들과 만나 “(박형규 목사는) 제 청년기 이후의 삶을 결정해주셨고,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거목이셨고 기독교를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서게 한 선봉장이었다”며 “우리 (사회)가 완전히 ‘우물에 빠진 돼지’ 같은 형국으로 절벽에 가로막혀 있는 것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위원장을 지낼 당시 부산 지역의 인권위원을 맡아 시국사건들의 법률지원 활동을 했던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도 19일 아침 빈소를 찾았다. 문 전 대표는 “이렇게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을 하셨던 거목들이 한분 한분 세상을 떠나고 계신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지금 거꾸로 가고 있어 안타깝다”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970년대 긴급조치 말기 박 목사님과 서울구치소 동기”였다. 조 교육감은 “당시 (구치소에) 학생 50명 정도가 입감돼 있었는데 항상 우리에게 ‘힘을 잃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며 “민주화 운동의 큰 별이 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과 이우송 성공회 신부를 비롯해 “부음을 접하자마자 ‘가야 한다’는 마음이 들어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이들의 조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박수지 엄지원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