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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렙]프리츠커상(건축계의 노벨상) 받은 춤토르, 화성市에 경당(經堂·작은 성당·chapel) 설계

▪살림문화재단▪ 2016. 6. 9. 21:22

프리츠커상(건축계의 노벨상) 받은 춤토르, 화성市에 경당(經堂·작은 성당·chapel) 설계

조선일보 | 김미리 기자 | 입력 2014.08.12. 03:07 | 수정 2014.08.12. 04:23    





국내의 대표적 성모(聖母) 마리아 성지인 경기도 화성시 남양성모성지에 세계적 건축가 페터 춤토르(71·사진)가 설계하는 경당(經堂·작은 성당·chapel)이 들어선다. 남양성모성지 이상각 주임신부는 "춤토르가 성지 안 부지에 경당을 설계하기로 했으며 현장 점검차 13~16일 방한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스위스 바젤 출신의 춤토르는 2009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며 '건축가들이 존경하는 건축가'로 불린다.

남양성모성지는 초기 천주교 신자들이 숯과 옹기로 생계를 이으며 숨어 살다가 병인박해(1866) 등으로 순교한 것을 기리는 성지다. 이곳엔 2017년 유명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남양 성모마리아 대성당'도 들어설 계획이다.

춤토르는 대성당 근처에 5~20명이 들어가는 자그마한 경당을 설계할 예정이다. 춤토르의 설계로 한국에 들어서는 첫 건물이다. 이 신부는 "'인류가 내 자비를 깨달아 알기까지 평화를 얻지 못할 것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새기는 '자비로우신 예수님 경당'"이라고 설명했다. 자비(慈悲)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춤토르는 상업적인 주류 건축계와는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는 '은둔자형 건축가'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목공소에서 가구공으로 훈련받았고, 유물 보존 일도 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여전히 1979년 건축일을 처음 시작했던 할덴슈타인의 스튜디오에 콕 박혀 장인처럼 일한다. 그래서 '수도승'이란 수식이 늘 따른다. 건축물의 소리, 온도까지도 중시하는 그의 건축은 늘 명상적이다.

깐깐하기로 이름 높다. 몇 해 전 송도신도시의 한 미술관 설계를 의뢰받고 방한했다가 "너무 상업적이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번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춤토르에게 설계를 의뢰한 이는 이 신부였다. 그는 1998년 건축 기행을 갔다가 춤토르가 설계한 스위스 발스의 '온천탕'(1996)과 줌비티크의 '성 베네딕트 예배당'(1988) 등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경당 설립 계획이 세워지자 이 신부는 2012년 마리오 보타를 통해 할덴슈타인에 있는 춤토르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춤토르는 프로젝트 얘기를 듣자 단칼에 거절했다. "건축 테마파크군요. 유명 건축가들 우르르 불러와서 작품을 컬렉션하는 것 아니오. 난 그런 데 끼기 싫소."

단호하던 춤토르의 마음을 돌려세운 건 이 신부의 진정성 어린 경험담이었다. "1999년, 2000년 큰 디스크 수술을 두 차례 받았는데 수술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신기하게도 건축 기행 때 봤던 춤토르의 발스 온천탕이 떠올랐어요. 왠지 그곳에 가면 치유가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었지요. 그 얘기를 듣고 춤토르가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요." 이 신부의 설득은 이어졌다. "6·25전쟁으로 상처받은 이, 전쟁 후 급속한 성장에 소외당한 이들이 많다"며 "이들을 위한 치유의 건축을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결국 춤토르는 1년 뒤 승낙했다.

이 신부는 "춤토르의 대표작인 '클라우스 수사 채플'(2007)처럼 소박한 경당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독일 소도시 메케르니히에 있는 '클라우스 수사 채플'은 통나무 여러 개를 움집처럼 쌓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은 다음 내부 원목을 태우는 방식으로 만든 건축물이다.

평소 "침술사의 침처럼 내 건축이 그 위치에서 정확하게 효과를 내길 바란다"고 말하는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건축의 '분위기(atmosphere)'. 이번에도 나흘간의 방문 기간 중 이틀을 현장에서 보낸다. 진관사와 북촌 한옥 게스트 하우스에서도 머물 예정이다. 한국 측 파트너인 건축가 한만원씨는 "춤토르가 건축가 본연의 자세를 보여주는 인물이기에 이번 프로젝트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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