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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파루[경향신문]

▪살림문화재단▪ 2017. 8. 6. 23:45

가난한 예술가여 ‘투정’이라도 하라 입력: 2007년 03월 22일 18:16:09

 

프랑스를 ‘파업의 나라’라고 비아냥대는 시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사실 노동자들의 연대와 투쟁이야말로 오늘날의 견고한 사회보장제도를 얻어낸 동력이었다. 예술가라고 예외는 아니다. 1871년 파리 코뮌이 탄생하는 등 혁명적 분위기 속에 최초의 예술가 노동조합이 태동했고, 1902년 프랑스노동총연맹에선 예술가 노조원을 위해 다음과 같은 3가지 기본 지침을 마련했다. ▲예술가들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다 ▲공연은 각자와 모두에게 공동의 작품이다 ▲노동자로서 효과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모든 산업의 모든 직업에 속하는 다른 노동자들과 연대해야 한다. 이후 프랑스에서 예술가들이 사회 변혁의 중심에 서왔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1968년 2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앙리 랑글루아 관장이 부당하게 해고되자 장 뤼크 고다르 등 유명 감독들은 일제히 해임 반대 시위에 나섰고, 이는 68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2003년 ‘엥테르미탕’(공연예술 비정규직에게 실업수당을 제공하는 제도)이 개악 위기에 놓였을 때는 배우 카트린 드뇌브 등 경제적 여유가 있는 유명 영화인들까지 일제히 파업 지지를 선언했다. ‘요구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는 교훈은 한국에도 적용된다. 2001년 조직된 영화 스태프 모임 ‘비둘기 둥지’는 대종상 시상식장 앞에서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적극적인 발언에 나섰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 영화계 최초의 노사 단체협상으로 이어져 조만간 타결을 앞두고 있다. 미술계에서도 전업 미술작가들의 권익을 위한 한국미술인노동조합이 최근 공식출범했다. 그러나 다른 분야 예술가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작게 들린다. 연극, 문학 등 ‘배고픈’ 분야를 중심으로 ‘복지 재단’ 형태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반향은 크지 않다. ‘가난한 예술가’에 대한 낭만적 환상 때문일까, ‘고결한 예술가는 세속적 일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자부심 때문일까. 프랑스의 예술가들처럼 다른 산업의 노동자와 연계해 ‘투쟁’할 여력이 없다면, 적어도 자신의 생활 조건을 직시하고 ‘투정’이라도 해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 채 침묵하는 것만큼 답답한 일은 없다. 민주노동당 목수정 정책연구원은 “예술가들이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의 계급적 위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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