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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목련이 만개 했네요 / 이우송

▪살림문화재단▪ 2008. 4. 2. 07:14

 

어느덧 목련이 만개 했네요.


낭창한 봄날에 교외를 좀 나다녀야 하는데 무슨 업무가 많은 것도 아니면서 만개한 목련을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나 본다는 것이 사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항동에서 대학시절 기숙사 앞에서 고목 같은 목련나무에 흐드러지게 피던  목련꽃을 보니 마치 어제같이 생생한 옛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당시 항동골의 유한양행(오늘날 유한그룹)의 설립자이셨던 유일한박사의 단아한 별장이 고색창연한 붉은 벽돌로 지어져 보는이로 하여금 유일한의  온기를 느낄만 하다고 한다.

 

유럽식으로 지어진 크지도 않고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아름다운 별장이 사제수업을 받던 우리들의 기숙사로 사용되었는데 지나놓고 보니  참으로 행운이 함께한 감사했던 기억이다.

 

지금도  성공회대학교의 정문을 통과하면 보게되는 신학자 구두인기념관으로 하나의 뮤지엄이 되어있는 셈이다. 그리고 거너편에는 유일한이 설립하신 유한공대가 보인다.


언젠가 육영수여사가 운명을 달리했을 때 당시의 모든 공중파 언론이 라디오프로그램을 내리고 마치 조곡을 부르듯이 하루 온 종일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생각 나는 사람...’을 불특정다수를 향해 허공에 띄워 보낼 때 마치 국모라도 잃은 듯이 슬픈 표정으로 가슴을 저미고는 했지요.


혹자는 육여사의 죽음을 일본의 낭인들에게 살인 당했던 민비와 견주는 것을 보기도 했지만  사실 민비시해사건과는 경우가 많이 다르지요.


그때 저는 왠지 목련이 싫어지더군요. 하필 독재자의 아내가 문세광의 총탄에 쓰러졌는데, 이 부분은 아직 많은 의구심과 억측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그것과 목련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목련과 연관 짓기에는 어색하기만 했던 그녀. 마치 군왕시절의 군주의 아내인 왕비처럼...


사실 육영수여사는 얼굴도 고왔고 기품도 있어보였고 그리고 성정도 거짓 공화국시대의 군왕 같은 독재자 박정희의 아내라고 비쳐지지 않을 만큼 고왔지요.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는 억울함 죽음이고 죽임당한 시신 앞에 참으로 오만하게 하이얀 꽃망울을 터트리고 교만한 잠시 자태를 드러내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흐드러지듯이 뚝. 뚝. 뚝. . .

화무십일홍이라더니 목련은 화무십일 백이런지... 원


그때쯤이면 목련꽃나무 밑을 거닐기가 좀 그렇지요. 왠지 아이손바닥만한 두터운 꽃잎을 저벅거리며 미끄러질듯 밟는다는 것이 섬뜩 할 뿐 아니라 내키지 않아서요.


같은 계절에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하얀 눈꽃처럼 지는 벚꽃나무아래서 눈꽃을 밟으며 곱디고운 여인과 다소 외설스럽게 입맞춤을 할 지언정... 말이지요.

블로그의 대문간에 피인 목련을 핑계 삼아 차 한 잔에 꽃잎을 띄워봅니다.

2008. 04. 01. 만우절에    李竟濟(友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