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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사랑하는 어느 의사 [김형진박사.강남자연내과]

▪살림문화재단▪ 2010. 2. 9. 19:29

 

 

 

 

 

* 이 글은 오래전에 김형진박사가 한서대학교에 근무 할 당시 민족의학 회지에 실었던 글을 찿아서 올린 글 입니다.


 

의사가 사랑하는 어느 의사


‘공중에 나는 새를 보라. 들꽃을 보라’는 성서에 나오는 이 시대 최고의 영성 말씀대로 환자는 안 보고 그저 새나 들꽃만 쳐다보고 빈둥거리며 살아본 시절이 있었다.

그 아름다운 시절에 우연히 한 외국인 수행자가 주고 간 책을 번역하기 시작했는데 그 속에는 내가 봐도 아주 멋진 한 의사의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Bernie S. Siegel이라는 미국인 외과의사가 쓴 ?Love, Medicine & Miracles?(「기적이 일어나는 성스러운 의료」라고 감히 번역하였다)가 바로 그 책이다. 여기서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수많은 기적의 암 환자들을 예로 들면서 그들이 수술을 포함한 치료과정 중에서 겪는 여러 가지의 삶과 죽음의 갈등을 어떻게 훌륭히 극복해 내는가를 묘사하고 있다.

 

특히 요즈음 의사들이 질병이라는 단순한 현상에만 집착하고 환자라는 인간 자체를 전혀 무시하는 현대의학의 기계론적인 생명관에 대한 후회와 반성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또 의사의 임무는 어설픈 통계숫자로 자기의 의학적 판단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끊임없는 인내력으로 환자의 요구나 희망에 귀를 기울여 그들 자신의 생명력에 기적이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단순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일례로, 수술이 필요한 암 환자에게 이 치료의 필요성을 마음을 다하여 설명하고, 그들의 반응을 살핀 후 환자가 수술을 거부하고 다른 대체요법을 원하였을 때는 과감히 그것을 허용하였다. 허나 환자가 선택한 자연요법 등이 자신의 철저한 믿음의 바탕이 아니라 단지 수술받기가 두려워 선택했다고 느끼는 경우 다시 한 번 끈질기게 설득하는 포용력을 보였다. 의사와 환자와의 진정한 믿음과 신뢰가 없이는 어떠한 치료방법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확신에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99%가 사망하는 말기의 악성 종양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1%의 기적을 위해 환자와 가족들에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 것인가’를 끊임없이 설득하는 그를 보면서 희망보다는 체념의 상처에 익숙해져버린 자신이 부끄러웠다.

 

마지막으로 그는 죽지 않고 사는 길이 두 가지 있다고 했다. 하나는 의과대학에 가는 길이고(의사들 자신은 아프지 않고 죽지 않는다고 늘 믿고 행동한다) 또 하나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수많은 의료인들이 매스컴에 흘린 무책임한 건강정보로 인하여 국민 모두가 건강정보중독증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요즈음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불치의 병은 없다. 오직 불치의 환자만 있을 뿐이다.”

 

 김형진(한서대학교 자연요양복지학과 교수, 내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