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석 유영모] "시만 3000수 남긴 근대한국의 최고 사상가" 다석 유영모(1890~1981).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부 지식인 사이에서는 근대 한국이 낳은 최고의 사상가로 꼽혔던 인물이다. 그는 동-서양의 사상과 종교를 아울러서 스스로의 사상을 만들어 냈고 그 것을 실천한 사람으로 일컬어진다. 유영모는 드러나지 않은 삶을 살았다. 평북 정주 오산학교의 교사, 교장으로 3년간 재직했고 '노자' 번역본 하나를 남겼을 뿐 저서도 내지 않았고 글도 별로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1928년부터 중앙YMCA에서 35년간 지도했던 고전 독서 모임 등을 통해 그의 영향을 받은 사람은 유달영 전서울대교수, 김흥호 전이화여대교수 등 적지 않다. 또 함석헌은 오산학교 은사인 유영모가 자신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했고 김교신은 제자의 예를 갖춰 자신이 발행하는 '성서조선'에 유영모의 글을 받았다. 최근 출간된 '다석 유영모 명상록'(두레)은 유영모의 수제자 중 한 사람이었던 박영호씨가 스승이 남긴 1300수의 한시 중에서 99수를 골라 상세한 풀이를 붙인 책이다. 유영모는 65세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으며 그 속에는 한시 1300수, 시조 1700수가 담겨 있다. 이들 시가는 다석 사상의 핵심이 녹아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너무나 깊고 넓어서 보통 사람이 접근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순식실존허공심(깜짝 사이 참 나 계심을 느끼는 빈 마음)/다반현재관세음 (여느 일하는 이제라도 세상 소리를 들어야)/성염자소각구육(얼의 불꽃에 스스로 더러운 몸을 불살라)/화종무망역복음(재앙의 씨들은 자기도 모르게 말씀을 거스른다)' 진리 탐구의 중요성을 갈파한 첫 부분부터가 가벼운 글에 익숙한 대부분 사람들은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의 사상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저자의 자상한 안내를 인내를 가지고 끝까지 따라 가노라면 유영모의 사상 세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선민기자 : sm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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