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조형연구소 한뼘미술철학겔러리/칼럼.기고글[미술관련]

그리스도의 심벌

▪살림문화재단▪ 2013. 4. 17. 21:28

 

 

그리스도의 심벌

                                                              (이우송/조각가.종교미술칼럼니스트)

 

오래되지 않는 기억이다. 신도심의 밤길을 거닐면서 교회를 알리는 그리스도교의 심벌들을 보게 된다.

애써 성장해온 기독교를 향해 갈채를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천편일률적인 십자가에는 갈채를 보낼 수 없었다.

기독교의 본질을 비켜가는 아쉬움이 될지 모르지만 십자가 저건 분명 그리스도를 설명하는 시각심벌(Visual Symbol)이다.

시각심벌은 종교적 주술적 신앙적 효과에 있어서 무엇과 바꿀 수 없는 특질을 가지고 있다.

사제인 필자가 사용하는 미사용구 제의 기도서에서부터 성당건물 심지어 미사용 술잔에 이르기까지 심벌은 방대하게 사용되어 신앙인의 혼을 결합시켜놓는다. 기독교뿐 아니다. 고대사회에서부터 현대문명사회에 이르기까지 어느 종교든 경전과 함께 심벌의 신비적인 힘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발전되어진 시각언어는 필요한 물건을 고르려는 순간 어떤 매체에 의해서였건 뇌리에 각인되어진 상표와 메이커를 택하게 될 것이다. 신앙을 선택하는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십자가를 보는 순간 교회 성직자 막연히 느껴지는 예수 크리스마스 등을 연상하게 되고  좀 더 생각하면 국내굴지의 종교메이커라 할 수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와 천주교회가 떠오르면서 각종의 원조 유사짝퉁종교까지 머리를 맴돌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사용하는 십자가는 거의 전부가 수직선으로 위부분이 짧고 아래 부분이긴 라틴십자가 뿐인가. 그리고 아무장식도 없이 너무 평범하고 그리고 조잡하기까지 한 십자가를 과용 또는 남용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물론 일부교회에서 십자와 원형이 결합된 켈틱십자가를 사용하고 있고 1900년경에 완공된 성공회강화성당의 한옥지붕에는 초대교회에서 구원을 상징하는 네 마리의 물고기를 결합해서 만든 특이한 십자가도 있다.

그리스도교의 심벌인 십자가에는 고대에서 중세까지 사용했던 십자가의 모형만도 20여종이 훨씬 넘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십자가들이 있다.

또 모노그램(조합문자)을 심벌로 삼는데 대표적으로 X.P의 혼합문자나 알파와 오메가 등 수 십종이다. 또 구상심벌이라는 것도 있다.

필자가 언젠가 독일에 머물면서 독일성당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고딕성당의 첨탑 끝에 십자가를 대신해서 구리로 만든 수탉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내용인 즉은 최후의 만찬 후에 예수께서 수제자인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위해 목숨을 버리겠느냐. 새벽닭이 울기 전에 네가 나를 모른다 하리라’하는 성서의 기록을 상징해서 설치한 것인데 그리스도를 부인하고 그토록 괴로워했던 베드로의 심정으로 미사에 참예할 수 있었다.  유럽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심벌이 사용되고 있는데 정형화된 십자가 못지않게 심벌이 많다.

한국교회가 좀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꼭 서구교회를 흉내 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꼭 있어야할 심벌이라면 예술성이 있고 건축물에 걸맞는 다양한 심벌이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상징물이 꼭 커야할 이유도 없고 굳이 높이 세워야할 명분도 없다. 네온불빛만을 고집해야할 이유는 더더욱 없어 보인다.

외형에도 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96.7.4 광남일보 문화세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