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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처치(Mobile Church) / 이우송

▪살림문화재단▪ 2013. 4. 17. 21:20

 

 

 

모빌처치(Mobile Church)

                                                                        (이우송/조각가.종교미술칼럼니스트)

우리들은 주변에서 너무나도 많은 교회들을 보면서 산다. 한번쯤 신도심을 둘러보거나, 저녁나절 동네 언덕에라도 올라보라, 등골이 오싹하리만치 많은, 교회를 알리는 빨간 십자가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 많은 교회들이 자기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심도갈 것이다.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넘어서 주변과 어떤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도 건축가들에게는 의문에 찬 관심거리일 것이다.

한국교회가 초기의 혹독한 박해와 근대사를 거쳐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게 되면서, 놀라운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음에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오늘 필자의 관심은 교회의 외형이라고 할 수 있는 건축물에 있다.

한국교회의 초기는 박해의 시기로서 건축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신자들은 개인의 집이나 글방 같은 곳에서 은밀히 예배를 드리고 교리를 강습했다.

개신교는 그래도 나았다. 신앙의 자유와 더불어 제법 큰 민가를 기능에 맞게 고쳐서 사용하면서 성장했다. 그런 와중에 해방을 맞이했으나 실정은 같았다. 우선 예배드릴 집이 있으면 족했고 거기다 십자가만 높이 세우면 만족했다. 후일에 돈이 생기면 종탑도 세워서 여전히 하늘에 더 가까이 가는 모습을 보이고는 했다.

이러던 교회가 수적, 물적 성장을 거듭하면서부터 서양의 중세교회를 모델로 교회건축을 시작하는데 흉내내는 형태가 우스꽝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가건물에서 출발해 석조건물을 짓고  외관을 중세교회의 고딕으로 근사하게흉내를 내었어도 서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무질서한 건축의 일관된 경향은 높은 십자가와 종탑이 필수요건으로 자리 잡았다. 교세의 팽창과 교회건축을 주도할 성직자와 신자들이 교회건축에 대한 양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지순례나 서구여행, 그리고 미국식의 창고형교회에 첨탑을 추가해 지어온 교회모습을 보아온 안목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주문한 종교건축의 문화다.

반면에 구교는 조금 달랐다. 성당을 마구 짓지 않았다. 교회건축을 건축가에게 의뢰하는 성의는 가지고 있었고 신교만큼 교회수가 급증하지 않은 탓에 신교보다 세련된 성당건축을  할 수 있었다.

70-8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교회는 많은 자성과 함께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토착화의 시도와 획일화된 건축이 다양한 평면과 입체의 형태로 개방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고딕과 같은 중세교회양식에서 탈출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렇다면 향후 교회건축의 당면과제는 무엇일까. 이전에 고딕교회가 지녔던 개선장군의 위세는 더 이상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금까지의 초대형구조는 종교건축에 합당치 않을 뿐만 아니라 일요일에 몆회 사용하던 시대도 지나갔다.

예배와 생활, 성(聖)과 속(俗)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도시와 시골에서 가장 높았던 첨탑은 세계를 지배하던 기독교의 상징일 뿐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의미는 사라졌다. 따라서 현대교회는 다양한 형태로 주변 환경과의 조화가 필수적이다. 또 문화적 개혁에 참여할 수 있는 다목적건축물, 즉 모빌처치(Mobile Church)가 절실히 요구된다.

(96.5. 광남일보 문화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