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태학(divine saminary)/오미아 단상

내일은 오늘이 아니길....|

▪살림문화재단▪ 2013. 4. 21. 00:41

 

 

 

                                                                                                                                  미아람 단상

내일은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나길 / 오미아

아침 눈 비비고 일어나면 창가에 예쁜새 지저귀지 않을까
쪼금 더 쪼금만 더 버둥거려도 무사히 출근시간 맞추지 않을까
커피 한잔 마시며 웃으며 '안녕' 말 건네지 않을까

바흐음악을 들으며 컴자판을 두둘겨 볼까
옆사람과 자글자글 얘기를 건네볼까

보글보글 찌게 앞에 둘러 앉아
숟가락 부딪히며 웃어볼까나

옆 사무실 미스터 김은 무슨 옷을 입을까
그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나지 않을까
운명 처럼 숙명 처럼
그와 안에 갖히게 된다면

아니야 주차장에서 만나는 거야
그가 웃으며 말을 건네겠지
"어느쪽으로 가세요"
"같은 방향이시네요"

식사라도 하자면 어떻하지
술자리까지 가도 될까

우아하게 먹어줄까
탐스럽게 먹어줄까

"아니예요 선약이 있어서"
한번쯤 빼볼까
아니면 못이기는척
"그럼 잠시만 있을까요"

절묘하게 퇴근 시간을 맞춰야하는데
그가 나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집방향이 다르면 어쩌지

저녁때 고즈넉히 비가 내려주면 좋겠다
칵테일 한잔에도 취할 수 있을텐데

붉어진 빰을 감춰야 하나
잎가의 미소로 양해를 구해야지

내일은 그런 하루가 될수있을까.......



오늘은....

아침부터 지각
부스스한 눈 ,덜깬 술
아픈 속은 뭘로 달래야 하나
냉수나 벌컥 벌컥

사무실이 왠지 벌집 같다
윙윙거리는 감독님 소리
"도데체 너 뭐하는 놈이야"
'그걸 낸들 아냐고요'

컴이 말을 듣지 않는다
프린트가 또다시 오바이트를 한다
기계들이 나를 미워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나도 기계들이 싫다

또 밥때를 놓쳤다
단체로 햄버거를 사온다
아니 이걸로 해장을 하라고?

"시간 늦지말고 준비해놔"
'뭐야 지는 나가서 먹는거야?'
'이 많은걸 떠넘기고?'

진짜 때려치든지 해야지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고생을 하는지
돈도 쥐꼬리만큼 주면서
일은 용대가리만큼 시키고

오늘도 야근
거르는 적이 없다
집에는 언제가냐 졸려 죽겠는데
국민으로서 마감뉴스는 들어야하는데.....

"오피디 오늘 저녁 미팅 약속 알지?"
'에고 에고 뭐라고요 까먹고 있었는데요'
"애들 야참 챙겨주고 서류정리해서 내방으로와"
'서류준비 안됐는데 어쩌라고요'

오늘은 간단히 소주로 하잖다
어제먹은 소주가 아직도 올라 오는데
내일도 그러고보니 술먹는 날이네

아침에 그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안녕 하세요? 꺽~"
"어제도 한잔 하셨네요"

제정신으로 그를 보고싶다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도대체 성이 뭐라고?

내일은 오늘과는 다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