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태학(divine saminary)/오미아 단상

비겁하려면 끝까지 비겁하길.......

▪살림문화재단▪ 2013. 4. 21. 00:39

 

 

 

비겁하려면 끝까지 비겁하길 / 오미아


                                                                                                              

                                                                         모조건 뒹굴며 쉬고 싶은 오후


요란스레 전화벨이 울립니다
받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
벨 소리 하도 시끄러워 받아들고

"여보세요?"

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미아가 내다"

에고 이게 누군가
다시는 안보겠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그선배가 아니던가

"에..아ㄴ뇨 ㅇ 하세여...."

말이 나오길 싫어 합니다
입안에서 웅엉 거리며 겨우 꺼내어 놓았는데

"니 뭐하노 퍼뜩 나온나"

"제가 선약이 있어서....."

"그럼 너그 아버님과 이바구나 하고 있을란다 시간되면 온나"

...........아니 저 폭탄이 왜 저러는 거야

"아버님은 왜여"

"지난 번 일을 사과도 할겸 해서"

"그러실 필요 없어요"

그러나 그 폭탄은 막무가네입니다.
도대체 얼마를 맞아야 정신이 들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를 밝혀야겠습니다
막 말이 마구 나오려고 하니 이해를 구하며...

얼마전 선생님의 퇴임식이 있어서
별로 반갑잖은 사람들이지만
오래간만에 얼굴 마주하며 술을 먹게 되었습니다
대학시절 함께 죽기 살기로 술을 먹어대던 그들이
이제는 나이를 달고 연륜을 달고 다시 술자리에 모이니
그럭저럭 술발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잘지내냐? 연락 좀 하고 살아라"

"죄송해요 요즘 워낙 바빠서...."

"기집이 바쁘면 뭐하냐 얼능 때려치고 시집이나가라"

...........매를 벌어요 매를

"데려가는 사람 있으면 가지요"

"니 주제에 찬밥 더운밥 가릴 때냐 나이가 몇인데"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선배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나도 짠밥이 늘어서 참을 줄도 안다

"나야 공부하는 사람인데 공부하느라 바쁘지"

...........그 머리로 공부하느라 수고가 많다

"네....."

적당한 시기에 눈치 봐서 일어나야지
힐끔 힐끔 시계만 바라보고 있는데
예기찮은 손님들이 들어 옵니다
반가운 얼굴들,

다시금 술자리는 피치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공부하는 방법도 모르는 놈들이
교수자리 차고 앉아서

자라는 새싹들을 기만하고 있는것과는 달리
치열하게 공부하고 미련 없이 학교를 떠난
연구실 동기들은 언제봐도 반갑습니다
가슴이 환해지고 싸해지는 모습들...

"미아 요즘 몸은 좀 어때
바쁘다고 소문 들었는데 걱정이 되서
쉬엄 쉬엄 즐기면서 해
시간나면 밥 사달라고 전화도 하고"

..........밥 안먹어도 배부른 말입니다

"네. 배고플 땐 생각이 나더라고요
우리 같이 하루 종일 먹을 궁리만 했잖아요
먹을때 말고는 말 안걸기 약속
밥 때가 얼마나 기다려지는지"

..........무관심의 배려가 힘이 되어 주는걸
우리는 누구보다 더 잘 알잖아요

그럭저럭 건아해진 술자리
선생님의 수차례 초대가 아니었으면 오고싶지 않은 자리였지만
만나서 반가운 이들도 보고
지난 얘기 하면서 모처럼 즐거 웠는데
사건은 술자리를 떨고 일어나서 부터가 문제입니다

"안녕히 들어가세요"

선생님도 가시고 떨어낼 사람들 떨어내고
다시 해쳐 모여를 해야 하는데
이놈의 눈치 없는 선배는 집에 갈 생각을 안합니다
할수없이 선배까지 달고
또다시 술을 먹었고
이성이 술에 녹아 찾아 볼수 조차 없게 되었을 때
젊은 객기가 난데 없이 우리를 덮쳐왔습니다
동창들 모임이라 그런가 시간 개념이 없어졌습니다
나이가 도망가고 추억인지 현실인지가 모호해졌을 때
불쑥 찾아드는 추억하나

"야 느그들 연등 깨던거 생각나냐?"

초파일 즈음 스승의날 인사치례를 할때였습니다
학교에 목매고 살 던 우리는
스승의 날 명절 같은 때면
주부들이 증후군을 앓듯이
썩 유쾌한 주간은 아닙니다
주머니 사정이야 안 봐도 뻔 한거고
선생님들은 그 날이 생신인데
그냥 넘어가면 섭섭하기 한량 없고 하니
십시일반 모아서 무더기로 선생님 댁을 돌기로 한 것입니다
그것도 하루에 다

선생님의 즐거움은 이해하나
몇군데를 돌아야 하는 우리로써는
그날 만큼은 말씀 듣기가 버겁습니다
그러나 선샌님의 직업병은 쉬어주질 않았고
결국 젊은 선생님은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도 인간인지라 하루 종일 기다리고 속 좋을리 없지요
게다가 지쳐 있는 우리들도 유쾌하지만은 않은데
일배 부 일배......
안봐도 비디오입니다

술자리를 파하고 나온 우리는
화풀이 할 무언가가 필요 했고
눈에 띄는 뽀얀 연등은 우리에게
모든걸 바쳐 보시를 해야했습니다
한 100여개를 부셨을까
모두가 두말 안코 튀기로 했습니다
명색이 모두 박사인데
잡히면 개망신입니다

그날의 추억이 오버랩 되면서
슬슬 발동이 걸린 것입니다
그날의 쾌감을 곱씹으면서
현실과 추억이 경계를 잃어 갈 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보이는 것들을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타이밍
적시에 도망을 가야합니다
세월은 속일 수 없는 것인가
민첩함이 둔해진 우리는
뒷 덜미를 잡히고 만 것입니다

그 와중에
선배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우리는 모두 경찰서로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술이 바짝 깨는 순간
수만가지의 전략이 머리를 스칩니다

막가는 수 밖에 없다 판단이 된 우리는
오리발 작전으로 나갔습니다
그래도 현장을 들키지는 않았으니까 현행범은 아니지요
심증은 있으되 물증이 없다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겁니다
더욱 목청을 높이고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게다가 나는 왜이리 영악한지
목청 높이는 선배들을 얼르고 달래며
경찰들에게 대화의 구석을 열어주고
네고시에이션을 합니다
귀찮아진 경찰들도 내심 빨리 끝내고 싶어 할 즈음

경찰서 문이 활짝 열리며
누군가가 뛰어 들어와
무릎을 꿇는게 아닙니까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날벼락입니다
도망갔던 선배가 왜 저기에 있는 걸까요

"저희가 부셨습니다.
양심에 가책이 되어서 그냥 갈 수가 없었습니다
선처를 바랍니다"

머리에서 정 소리가 납니다
양심 없는 우리는
어쩌란 말입니까

더이상은 말하기도 싫습니다
우리의 쌩쑈는 그렇게 막을 내렸고
괘씸 죄에 걸린 저는
톡톡한 댓가를 치뤄야했습니다

더욱 화나는건
자신만 선처를 받고
다른 이들은 가중치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의 마무리를 지어주신 아버님께
삼가 죄송의 말씀을 올리며
다시는 기억하시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기억이 묻혀갈 즈음
뜬금 없이 전화가 온 겁니다

그선배가 아버님의 기억을 되살리기 전에
극단의 조치를 취해야 겠기에
선배에게 만나자고 했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안보리라 다짐했지만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야
말을 해보지 않겠습니까

미아 그날
인간성 바닥을 냈습니다
선배가 다시는 내게 연락하지 않겠다고
각설을 했습니다

말 안듣는 놈은 패야 됩니다
노하우가 필요 하신 분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십시오
제가 살짝 알려드리겠습니다

문화에 관심 많으신 여러분
비겁할 땐 끝까지 비겁하십쇼
도망가다 돌아와 양심 운운 하면
그땐
미아 가만 두지 않습니다

끝으로
술 먹고 공공 기물 부수지 마십쇼
벌금 엄청 나옵니다

만약 걸리면 끝까지 우기십쇼
현행범만 아니라면 말입니다
경찰들 배 못 쨉니다

그럼 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