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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실의>(天主實義)에서

▪살림문화재단▪ 2013. 7. 22. 05:59

<천주실의>(天主實義)에서

 

“大君大父” 사상은 우선적으로 마태오 리치의 <천주실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천주실의>에서 하느님을 상제(上帝), 상존(上尊), 천제(天帝), 후제(后帝), 천주(天主), 조물자(造物者, 造物主), 지존자(至尊者), 참된 주재자(眞主)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하느님을 임금 중의 임금이시오, 아버지 중의 아버지이신 “대부”(大父)13)이시며, 더 나아가 “만인의 아버지”(公父)이시라고 표현하고 있다. 동양적 윤리관에 입각한 천주 존재의 속성이 이 대부(大父)의 개념에서 더욱 강조되어 나타난다.

 

“무릇 사람은 세상 안에서 세 아버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천주를 말하며, 둘째는 나라의 임금을 말하며, 셋째는 가장을 말합니다. 세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는 자는 불효한 자식이 됩니다.

천하에 도리가 있으면 세 아버지의 뜻은 서로 어긋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낮은 아버지가 자기 자식에게 높은 아버지를 받들어 섬기라고 명령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자식된 사람이 〔아버지〕 한 분에 순명하게 되면 곧 세 분 〔아버지〕 다에게 효도를 한 셈입니다. … 그 자식된 이가 자기의 높은 〔아버지〕의 계명을 듣게 되면, 비록 자기의 낮은 〔아버지〕에게 잘못을 범하더라도 그가 효도를 하는 데에 지장이 없습니다.

만약 낮은 〔아버지〕를 따르며 높은 〔아버지〕를 거역하게 되면, 진실로 크게 불효하는 사람이 됩니다.… 만일 하느님이 ‘만인의 아버지’〔公父〕인 점에 비견하면, 세상 사람들은 -비록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이라는 〔차별이〕 있지만- 평등하게 〔모두〕 형제가 될 뿐입니다. 이러한 인간관계를 〔명백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14)

 

<천주실의>를 통해서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아버지가 세 아버지가 계시며, 이 가운데 ‘만인의 아버지’이신 하느님 아버지를 섬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임금을 공경하기 위해 하느님을 거역하는 것을 가장 커다란 불효라고 간주하였고, 또한 하느님 앞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모두가 형제임을 마음깊이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