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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신임 국무원장, 사제독신제 토론 가능성 시사

▪살림문화재단▪ 2013. 9. 19. 17:51

교황청 신임 국무원장, 사제독신제 토론 가능성 시사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새로 교황청 국무원장으로 임명된 피에트로 파롤린(Pietro Parolin) 대주교가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 정신’을 상기시키며 ‘사제 독신주의’가 가톨릭교회 안에서 토론의 주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피에트로 파롤린 대주교 (사진 / 유튜브 동영상 ‘Pietro Parolin chosen as Pope Francis right hand man to help in Curia reform’ 갈무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을 개혁하고 ‘교회를 일깨우기 위한’ 여러 가지 계획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 사제 독신 의무에 대해서는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주 베네수엘라 교황대사 출신인 파롤린 대주교는 베네수엘라의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El Universal)과의 인터뷰에서 “사제 독신 의무는 하느님께 기원을 둔 교의(dogma)가 아니므로, 토론의 주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비록 민주주의를 위한 제도는 아니지만, “시대적인 민주주의 정신을 반영하여 합의적 방식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임 교황들은 사제 독신제 폐지와 여성사제서품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를 막아 왔기 때문에, 이번에 파롤린 대주교가 사제 독신의무를 토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은 교회 전통에서 금기로 삼아 왔던 주제에 대한 폭넓은 대화가 시작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사제들에게 독신생활이 의무가 된 것이 언제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육체적 순결 의무에 대한 문헌은 기원후 304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열린 엘비라 교회회의에서 통과된 교회법 33항에 따르면 “주교, 사제, 부제와 다른 모든 성직자들은 부인을 맞이하는 것을 자제해야 하며 따라서 자식을 낳아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최종적으로 사제들의 결혼 금지를 공표한 것은 1139년 라테란 공의회 때였다.

파롤린 대주교는 “명확히 신앙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토론과 성찰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며, 수정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토론은 항상 일치에 도움이 되도록, 하느님의 뜻에 맞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회법 제277조는 “성직자들은 하늘 나라를 위하여 평생 완전한 정절을 지킬 의무가 있고, 따라서 하느님의 특별한 은혜인 독신 생활을 하여야 한다. 이로써 거룩한 교역자들이 일편 단심으로 그리스도께 더 쉽게 밀착할 수 있고 또한 하느님과 사람들의 봉사에 더 자유롭게 헌신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의 베르고글리오 대주교였던 시절에 사제 독신의무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신은 독신 의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음을 솔직히 말했지만, 다른 교파를 보면 독신이 아니더라도 훌륭한 사제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사제 독신 의무를 폐지한다면 이미 사제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교회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로마의 교황청립 성 십자가 대학의 오푸스데이 소속 윤리신학자 로버트 갈(Robert Gahl)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의 임기 동안에는 사제들의 결혼을 허용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로버트 갈은 사제 독신 제도를 사제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이런 주장은 결국 ‘사제직은 아주 힘든 것이다. 그러니 좀 더 쉽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뜻”이라며 “교황이 말씀하시는 것은, ‘독신이라는 희생을 통해 순수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월 31일 파롤린 대주교를 새 국무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는데, 정식 근무는 현 국무원장인 베르토네 타르치시오 추기경이 임기를 마치는 10월 15일 이후부터다. 파롤린 대주교는 1955년 이탈리아 비첸차 출신으로 교회법을 전공하고, 1986년부터 멕시코와 나이지리아 교황대사로 임명된 외교통으로, 1992년부터 17년 동안 교황청 국무성 외무부에서 일했고, 2002년 국무원 외무차장으로 일하면서 교황청과 베트남 수교를 위한 실무회담, 미국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위한 중동평화회의 개최 등에 참여했다. 2009년부터 주 베네수엘라 교황대사로 일해 왔다.

* 참고 기사 번역 제공 / 배우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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