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살림단상(한국타임즈)

무공천 약속을 고수하려면 차라리 헌 정치를 해라.

▪살림문화재단▪ 2014. 3. 23. 03:20

 

 

 

이우송(竟濟)살림문화재단 다석채플 사제, 칼럼니스트

무공천 약속을 고수하려면 차라리 헌 정치를 하라.

 

싸울 시간이 없습니다. 어르신들 하루가 급합니다.”

요즘 새누리당 프랭카드의 구호 보면 야당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든다.

내막은 모르지만 어르신들이 연금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는데 늦어지고 있다. 대선공약을 실현 하는데 야당이 싸우려고만 하니 불만들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사실 관계를 떠나 이렇게 광고하는 저들의 짧은 카피에 감탄한다. 요즘 새누리당은 신났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 철회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 새정치비전위원회를 통해 기초선거 무공천의 대국민 약속을 뒤집으려는 검은 속내도 드러내고 있다면서 무공천을 철회하려면 합당 무효선언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맞는 지적이다.

반면 이는 일찍이 새누리당이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기초공천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 또한 약속이었다.

정치인의 뱉은 말을 책임져야 한다면 무공천 철회는 새누리당이 대선공약대로 하던지 대통령의 포기선언이 먼저다.

 

김한길 안철수의원 등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새정치가 아니다. 새정치 내용이 워낙 없다보니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무공천 같은 정책 따위를 고수하고 있다.

안철수가 합당 전에 무공천하겠다는 것은 내용뿐 아니라 새정치를 하기도 어렵고 후보도 여야에서 밀린 반여반야 성향의 인사들이 주류였다. 이념의 스페트럼 역시 본인을 비롯해 반여반야의 사람들로서 깨끗한 새정치인 것처럼 포장을 하려는 철수의 한 수 무공천 카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야밤에 민주당 김한길과 만나 민주당의 뜻도 그러하니 통합을 합의 하자며 합당발표를 것이 아닐까.

결국 새정치연합은 정강정책 결정과정에서 6·15선언과 10·4선언의 제외문제로 진통을 거듭하면서 잃어버릴 뻔한 10년을 다시금 기억하는 정당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번 논란이 증폭되면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지지를 보냈던 유권자들 입장에선 민주정부 10년 남북관계 성과를 부정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던 것이 사실이다.

안철수가 호남에기대어 정치를 시작하면서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 6·15선언과 10·4선언을 외면하고 장소에 따른 말 바꾸기로 수구보수를 흉내 내는 정강정책을 지향하려면 처음부터 새누리당과 정책연대를 제안해야 했어야 옳다.

 

더 솔직한 심정을 밝히자면 안철수를 진정한 야권의 사람으로 보는 야권의 지지자는 반에도 턱없이 모자라지 않을까.

창당대회를 순회하면서 지난 30년의 민주화운동의 계승과 민족화해 평화를 위한 남북화해협력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웅얼거려도 그 말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떨쳐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왜 저렇게 비민주적인 합당과정에 말없이 숨죽이고 있을까. 중요한 정치권력의 분수령이 될 6월의 선거를 앞두고 분열되어진 야권으로 선거를 치를 수는 없으니 이념의 스펙트럼은 다르지만 불가피하게 안철수를 디딤돌로 정국을 극복할 수밖에 라는 속내도 반영되지 않았나 하는 가정도 해 볼 수 있다.

 

유권자들을 배제한 정치가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인가.

직접민주정치가 좋지만 그렇게 할 수 없기에 정당과 정치인을 통한 대리정치를 하는 것이 아닌가.

"기호를 갖고 투표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최재천 전략홍보부장의 기초 무공천 유지 불가피 입장은 궁색하다. 이어 기호 2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정당, 다시 말해 정당정치를 설명하는 기호다 국민이 기호를 따지지 않는 시대라고 확신한다면 앞으로 대통령 선거와 시·도지사 선거도 기호 없이 치르겠다는 말일까.

 

절차적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안철수 김한길의 생각과 살아온 과정은 낡은 정치인들이 껍데기만 새정치를 외쳐대는 사람들이다 차라리 헌정치를 하든지 새정치에 진정성이 있다면 함께하는 당원과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물어서 결정을 해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선거란 선량을 뽑는 국가적 대사이며 유권자인 국민과 정당의 잔치다.

 

선거제도라는 것은 같은 조건의 선거를 해야 한다. 기초공천 무공천은 패착이다 단호히 포기하는 것이 옳다 불공정한 원칙은 자못 야당의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이게 현장에서는 참 심각하다 "사실 기초 공천을 안 한다는 것은 예를 들면 새누리당만 공천을 한다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 게임을 한다는 거하고 똑같은 현실"이라며 적절한 비유를 들어 무공천 철회를 주장한다.

야당이 이러한 '1여 다수 야 성향 무소속'경쟁구도에서 선거를 치루면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완패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설사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식물단체장이 될 것이라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려가 현실로 드러날 때는 이미 늦다.

 

무공천을 결정한 안철수의 입장은 어떤가."현장에서 어려움은 잘 알고 있지만, 서로 어려움을 나눠 짊어지고 가기로 약속한 사안"이란다. 함께 결정한 김한길은 "정당공천 폐지는 정당과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국민들의 오랜 명령"이라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무공천 철회를 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소가 웃을 소리다.

 

재야의 정치평론가 김수복선생은 어느 한쪽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유리해지고 다른 쪽은 약속을 지켜서 불리해진다면 그런 것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그런데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대의명분 때문에 패배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권력의 향배를 놓고 경쟁하는 정치집단에게는 독배를 마시는 행위와 다름없는 짓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 걸려있는 일이기도 하다고 통렬한 지적을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새정치브랜드의 안철수를 두고 '간철수'라는 비난의 말이 나오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야당 지지층에서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지금 지역창당대회에서는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사진을 함께 찍으려고 기초선거 예비후보들이 줄지어 늘어서거나, 심지어는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 사진이 어디에 쓰일지 모를리 없다.

일각에서는 기초선거에서 우리 후보가 난립해선 안 된다며 무공천 결정에 따른 어부지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후보단일화를 위해 당 차원의 내천(드러내지 않고 하는 당의 공천) 후보 표기 등 특단의 조치를 통해 우리 후보의 승리를 이끌어 줘야 한단다. 기초공천 철회 없이 6.4지방선거를 치른다면 결국 새누리당이 지적한대로 허위와 위선으로 국민을 속이는 꼼수고 사기극이 될 것이다.

 

그보다 정통야당의 정체성 문제와 민주적 절차정당성 문제까지 번져 차별성이 모호한 시점이다 그동안 야당에 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이 반여반야로 인식되는 정당에 선뜻 표를 던질까 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 중에는 선택할 마땅한 정당이 없어 투표소 나서기를 포기하는 다수의 유권자는 없을까.

오늘따라 그동안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지리멸열 해버린 그간의 민중당 진보정치연합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녹색당 정의당 등 건강한 진보개혁정당들에 야속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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