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살림단상(한국타임즈)

당신의 가족은 몇 명입니까?

▪살림문화재단▪ 2014. 1. 23. 16:42

김예명 살림단상칼럼니스트

당신의 가족은 몇 명입니까?

 

                                                                             김 예 명 (관찰과 상상력 대표)

 

 

부모와 갈등을 겪는 아이들이 가끔 고민을 털어놓곤 한다. 대부분은 학업 문제로 인한 갈등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두 아이의 경우는 좀 달랐다.

 

한 아이는 여대생인데 아버지와 의견이 다를 때 마다 아버지가 자신의 의견을 강요한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폭력을 당하는데 어려서는 순전한 약자로서 무차별한 폭력을 고스란히 받았지만,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반항을 하게 되니 온 몸에 구타의 흔적이 남는다고 했다. 그 몸으로 학교를 가면 교환 학생으로 온 외국인 친구들이 아버지를 고소해야 한다고 해서 그 여대생은 자기 아버지 뿐 아니라 자식에 대한 매질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문화가 부끄럽다고 하소연했다.

 

 

또 한 경우는 외국에서 살다가 돌아와 예술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한 아이였다. 경제력 있는 집안, 고학력 출신 부모에게 온갖 관심과 지원을 받고 살아온 아이였다. 하지만 아이는 학교에 다니기 힘들어 했고 무엇보다도 집안에 있는 것을 답답해했다. 아이의 요구는 단순했다. 부모가 자기에게 관심을 좀 덜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이는 자신의 모든 일정과 취향을 부모가 미리 다 알고서 챙겨주는 상황이 마치 감옥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부모의 입장을 들어보면 전적으로 부모 문제라고는 할 수 없었다. 여대생의 아버지는 딸이 잘못 판단하는 것에 대해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또 자식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할 부모로서 교육을 하는 것인데 너무나 자기 고집만 내세운다는 것이고, 자퇴생의 부모는 예술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대학 진학 전에 준비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계획적인 시간 관리를 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를 가리기는 어렵다. 다만 나는 부모 자식 간의 갈등에는 그들 자신의 성격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 유형 선호지표) 검사를 받은 후에야 갈등 원인이 부모 자식 간의 다른 성격 때문이라고 깨닫는 경우를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식과의 차이를 인식하면서도 부모라는 역할로 어른이라는 권위로 내 소유라는 오판으로 자식을 조종하려 든다. 아이도 자기 생각이 있고 판단과 선택, 결정을 할 수 있는 주체라는 것을 자주 망각하는 것이다. 갈등이 안 생길 수가 없다. 부모가 스스로에게 갖는 아쉬움과 이루지 못 한 꿈을 자식을 통해 대리 만족하려고 할 땐 더 큰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그 것은 내 안의 무수한 나를 잘못 투영하는 일이다. 자식에게 폭력? 아마도 그 부모 안에는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 해 잔뜩 화가 나 있는 자기 자신이 있을 것이다. 자식의 모든 일정을 관리한다? 그 부모 안에도 만사를 내 마음대로 하려고 드는 독불장군 같은 자기 자신이 있을 것이다. 자식의 행동 하나하나가 잘못된 것이고 성에 차지 않는다? 그 또한 부모 스스로가 자신에게 느끼는 좌절감을 자식이라는 거울을 통해 보는 것일 수 있다. 부모가 훈육을 하고자 한다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자식을 대할 때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지 화를 내거나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우리 가족이 몇 명이냐고 대답할 때는 보이지 않는 내 안의 자기 자신도 포함시켜야 한다. 배우자나 자식은 때가 되면 곁을 떠나지만 ‘내 안의 나’는 평생을 함께 데리고 살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장 잘 보살피고 가르치고 달래줘야 하는 약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약자가, 그 미성숙한 존재가 나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존재로 성숙해지면 자식과의 갈등이나 더 나아가 집안 일가친척과의 갈등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설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명절 스트레스는 다름 아닌 관계 스트레스다. 만나면 즐거운 사람 앞에서 밀리는 교통, 벅찬 가사일, 부담스런 지출 등은 명절이 자주 오지는 않는 시간임을 감안한다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집안 식구들 만나는 모처럼의 시간이 꽃 잔치가 될 수 있도록 내 안의 가족 한 명 잘 단속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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