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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월력 2

▪살림문화재단▪ 2017. 1. 26. 13:05

성서 속의 현장을 가다·47 유대 월력 2

덧붙여서 캘린더와 관련하여 할 말이 있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한 개의 캘린더만 사용하지 않았다. 지역과 민족, 시대에 따라 인류는 다른 캘린더들을 사용했고, 캘린더는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의 그레고리언 캘린더로 자리잡았다. 고대 바벨론 캘린더는 달의 변화를 중심으로 29일, 30일로 구성된 한 달을 체계화했고, 매 8년마다 윤달을 세 번 추가한 캘린더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 고대 바벨론 캘린더는 주전 300년까지 사용되다가 혼란이 가중되어 더 실용적인 캘린더로 교체되었다. 역시 달의 변화에 기초했던 고대 이집트 캘린더는 해마다 나일강이 범람하는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인들은 달의 변화가 아닌 해가 뜨기 전에 천랑성(Sirius, Dog Star)이 처음 보일 때를 기준으로 태양에 근거한 태양력을 체계화하였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주전 4236년부터 일년을 365일로 체계화하였는데, 이것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태양력이다. 

반면 유대인들은 초승달이 뜨는 때를 한 달의 시작으로 보았고 이것을 기준으로 달과 연을 계산하였다. 이렇게 달의 변화에 기초한 유대 월력은 태양력과 비교하여 약 11일이 모자란다. 그래서 그들은 2-3년마다 주기적으로 윤달을 추가하되 19년을 주기로 일곱 번 윤달을 더하였다. 윤달을 포함해도 유대 월력은 태양력과 비교하여 평균 약 6분 25438596초 이상 길다. 그래서 224년마다 유대 월력은 태양력과 비교하여 하루씩 달라진다. 현대 유대 월력은 12세기 마이모니데스에 의해 체계화되었다. 유대 월력의 특징은 19년을 주기로 윤달을 일곱 번 추가와 함께 초막절이 있는 티슈리 달이 가을에 오도록 조정한 것이다. 

유대인의 하루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유대인의 하루는 창세기 1장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에 근거하여 저녁 해질 때부터 다음날 해질 때까지를 하루로 계산하였다. 이런 유대인의 날 개념으로는 위도가 높거나 낮은 지역에서는 해가 지고 뜨는 것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를 계산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알래스카와 같은 지역에서는 여름철에는 해가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정오부터 정오까지, 그리고 해가 뜨지 않은 겨울철에는 자정부터 자정까지를 하루로 계산하였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하나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신 그 때가 언제인지 모른다. 그리고 그 때를 기준하여 캘린더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날과 달과 해의 연수를 후대의 캘린더로서 정확히 계산할 수 없다. 하나님께서 천지 만물을 창조하신 때를 유대인들은 주전 3760년으로 이해하는 것은 실제로 그 때가 창조 원년이기 때문이 아니라 다만 기준을 그렇게 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바울이 율법에 따른 전통에서 “날과 달과 해와 절기”를 지켰지만, 그리스도를 안 이후에는 율법의 매인 것에서 자유하고, 날과 달과 해와 유대인의 여러 절기에서 벗어나 주일을 안식일처럼 예배일로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주일을 예배일로 지키는 것이 안식일이 주일로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다. 날과 달과 해와 절기에서 자유케 된 그리스도인들은 나의 주님, 나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죽음에서 부활하셨고 우리에게 산 소망을 주셨기 때문에 우리는 주일을 예배일로 지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일은 나를 구원에 이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경배를 드리는 날이다.  

1세기 유대사회는 바리새인들을 중심으로 한 유대 월력을 사용하였지만, 쿰란 공동체는 공동체의 고유 태양력을 사용하였다. 유대인들은 서로 다른 캘린더를 사용하므로 성경의 절기를 지키는 일에도 차이가 있었다. 특히 쿰란 공동체는 유월절은 수요일, 오순절은 일요일, 대속죄일은 항상 금요일에 오도록 태양력을 조정하였기 때문에 당시 일반 유대 월력과는 차이가 있었다.

연대 계산유대력에서 연대 계산은 천지 창조부터 시작된다. 언제나 일정하지는 않았지만 성경 시대에는 주로 왕들의 왕위 즉위에 따라 왕의 연대를 계수하였다: 솔로몬이 이스라엘 왕이 된 지 사 년 시브월 곧 이월에 솔로몬이 여호와를 위하여 전 건축하기를 시작하였더라(왕상 6:20), 유다 왕 여호사밧의 십팔년에 아합의 아들 여호람이 사마리아에서 이스라엘 왕이 되어 십이 년을 치리하니라(왕하 3:10). 

셀루키드 왕조 때에는 ‘셀루키드 연대’를 사용했으며, 로마 시대에는 로마의 건국부터 연대를 계산하였다. 로마 시대에 많은 유대인들은 로마의 연대를 사용하기도 했다. 한편 비잔틴 시대 이후 기독교인들이 예수님의 탄생부터 연대를 계산하기 시작하면서 유대인들은 유대 월력의 필요를 더욱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12세기 마이모니데스에 의해 유대 월력은 체계화되었다. 

유대 학자들은 만물의 창조 시기를 주전 3760년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태양력을 유대력으로 바꾸려면 3760년을 더해야 한다. 따라서 2014년은 유대력으로 5774년 (2014+3760)이다. 그리고 2014년 9월 24일 해 진 후부터 유대인들의 새해인 ‘로쉬 하샤나 (나팔절)’가 시작되므로 2014년 9월 25일은 유대력으로 5774년 1월 1일이 된다.

이주섭 목사  

성서지리연구원 원장 
조지아크리스찬대 
역사지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