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살림단상(한국타임즈)

제주에서 만난 작가 박재준 일러스트레이터

▪살림문화재단▪ 2021. 7. 2. 20:25

제주에서 만난 작가 박재준 일러스트레이터

이우송이사장

[이우송 신부/살림문화재단 이사장/종교미술평론가/본지 고문]

 

제주 애월읍의 유수암리 지금은 누리터로 바뀐금덕분교가 있는 마을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 같은 갤러리 파랑카페문현경사장이 기획한 식물과 고양이의 시간이라는 전시회를 오픈한 것인데 주인이 좋아 인근의 사람들이 모이는데 큐레이터의 일을 겸하고 있다.

 

모이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수도권에서 어린 자녀들과 들어와 자리잡은 학부형들과 유수암 인근각지 분들이 함께 어울린 것으로 자녀문제 외에도 공통의 관심을 의논한다.

그 외에도 작은 쌈지공원 관리 또 흔한 귤꽃을 비롯해 거리의 꽃과 식물 문화에서 제주의 문화에 관심을 보이던 중 서울식물원에서 가이드북을 제작해 오면서 식물과 고양이를 주제로 한 일러스트레이터를 초청 전시회를 오픈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작가 박재준은 일상의 희노애락의 단편을 세촉만년필로 그리기 시작해서 2017년 파주의 교하아트센터복잡다단전과 서울일러스트레이션 페어W에 출품하기도 하고 고양이 집사 다이어리,2017’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지금은 디자인회사 스튜디오나비를 운영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마치 로트링 펜을 사용한 듯 소품에서부터 대작까지 전시된 코엑스에서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도 참여하고 서울식물원 가이드북 제작하는 등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만 한다는 작가다.

미래의 변화를 예견할 수 없어 불안하지 않느냐. 손으로 그리는 세촉만년필화로 그리는 다소 구시대적인 작업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물었다.

거친터치로 그리는 작업은 많으나 세밀화가 가지는 깊이와 잘 안보이는 세계를 상상하면서 그리는데 식물원 작업을 하다보면 그리면서 느껴지는 철학적 사유의 세계가 예술적 완성도를 향해 가게되는 것 같다는 박재준작가, 그가 말하는 예술의 다양성을 살펴본다.

박재준의 고양이

박재준의 작품세계

 

-자연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삶.

고양이와 식물 그리고 쉼이 있다.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는 시간과 공간을 그린다. 그림을 보는 이들은 이 그림을 보며 자신의 추억을 소환해내고 자신이 경험하고 기억하는 시공간을 투영하여 바라본다.

에세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을 집필하며 남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에서 완성도 높은 삶을 살기위해 노력하고 생활하는 이야기들을 그림과 함께 선보였다.

 

초기작품들은 행복한 시간에 집중했다. 지금 가장 소중한 존재와 함께하는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함을, 삶의 기준을 어디에 둘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가장 행복하거나 가장 그리운 시간, 자연의 공간에서 소중한 존재와 함께 하는 그림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순간을 상상해보거나 각자가 가진 추억을 되살려내어 그 시간, 그 공간으로 불러들인다.

 

거대한 고양이가 있는 풍경, 마음속의 누군가일수도, 우리주변의 숲이나 마당을 지키는 요정일지도 모른다.

작가와 함께

-세촉만년필로 그리는 흑백의 세계

 

세촉 만년필과 극흑의 잉크로 선을 긋고 또 그어 면을 만들어낸다. 세촉 만년필의 선은 어디에서나 구입할 수 있는 얇은 펜의 선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극흑잉크가 채워져있는 만년필의 선은 더 진하고 깊은 느낌이 난다. 만년필 촉의 상태에 따라, 습도에 따라, 선을 긋는 각도에 따라, 작가의 기분에 따라 선과 종이의 하모니는 달라진다.

 

캔버스의 사이즈가 크면 클 수록, 작업의 시간이 고된것은 당연하지만 만년필이라는 소재의 특성이 작업 자체를 더 고되게 만든다. 만년필을 잡고 짧거나 긴선을 긋는 단순 반복작업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고되다. 캔버스의 크기만큼 더 많이 채워나가야 하는 시간, 고행처럼, 수행처럼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의 감각, 만년필이 종이를 지나는 소리, 질감을 느끼며 지금 상상하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모두 투영하여 하얀 캔버스 위를 채워나간다. 완성의 순간은 정해져있지 않다.

 

경험한 것일수도 상상한 것일수도 있다. 경험과 상상이 겹쳐진 세계, 우리들은 모두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살아나가고 있다.

새 시리즈인 고양이, 은 다양한 계절과 숲의 이야기들을 흑백으로 그려냈다. 고양이를 보는것, 고양이가 있는 봄, 고양이가 보고있는 우리와 우리의 세계를 중의적으로 표현했다.

나무는 나무대로 특색있지만 조금더 단순하게, 고양이는 털 한올한올, 코의 점막이 느껴질 정도로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완전히 다른 식물의 세계

 

완전한 아날로그 작업인 흑백 일러스트 작업과 다르게 식물일러스트 작업은 모두 디지털 일러스트이다.

세촉만년필 작업과 동일하게, 색을 가진 선을 긋고 또 그어 식물이 가진 특징을 살리는 작업을 한다. 디지털 툴로 가장 아날로그적인 작업을 하는 것이다.

 

아름다우면서도 식물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다양한 조사 작업과 그리고 수정하고 다시 그리기를 여러번, 완성도를 높였다. 이 그림들은 서울식물원 주제정원 가이드북의 삽화로도 사용되었다.

 

내친김에 책 한권을 소개한다.

그는 소박한 일상에서 찾은 이야기들을 모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세촉만년필로 직조한 커텐으로 가린 듯 작가의 속살이 드러나는 책이다.

박재준 글.그림 키라북스 도서출판다빈치

 

[본문바로가기] : https://blog.daum.net/yiwoosong/13483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