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살림단상(한국타임즈)

[살림단상] 내년 대선정국을 바라보는 시골농부 '최병상 장로의 농업이야기'(3회)

▪살림문화재단▪ 2021. 11. 20. 22:09

[한국타임즈 편집국] 한국타임즈는 앞으로 (3회)에 걸쳐 <내년 대선정국을 바라보는 시골농부 '최병상 장로의 농업이야기'>를 게재한다. 이 글은 원론적인 농정의 목표에 관한 얘기가 아니며, 그런 농정의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농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므로, 그 이해를 돕는 다섯 편의 글을 (3회)로 나눠 게재하는 것임을 밝혀둔다.

[시골농부 최병상 장로]

(2)에서 이어짐.

 

5. 농업(農業)에 관한 이야기, 다섯.

 

농업의 기능(機能)은 다양(多樣)하다!

 

농업의 기능은 교역적(交易的) 기능과 비교역적(非交易的) 기능이 있는데, 우리는 여지껏 교역적 기능 만을 얘기해 왔다.

 

교역적 기능이란 무엇인가? 시장에서 돈으로 거래되는 기능을 말한다. 농민들이 생산하는 모든 농축산물은 반듯이 시장으로 출하되어 사고 판다. 앞서 얘기 했듯이, 농민 손을 떠난 농축산물은 2, 3차 가공을 통해 주류로, 국수로, 라면으로, 과자로, 빵으로, 햄과 쏘세지, 우유와 치즈로, 한복과 양복으로, 화려한 팻션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런데 원료 공급자인 농민들은 손가락 빨고 재벌들의 창고는 넘쳐 난다. 그리고, 농업 관련 산업인 비료공장의 비료를, 농약공장의 농약을, 농기계공장의 농기계를, 비닐공장의 비닐을 생산원가도 모른 채 농협이 공급하는데로 사들인다. 농산물값은 주는데로 받고, 농업 자재는 달라는데로 준다. 농심(農心)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나팔을 불고, 정부는 농업 인구를 줄여간다. 잘 하는 짓인가?

 

비교역적 기능은 시장(市場)으로 출하되어 거래되지는 않지만 사회에 끼치는 지대한 기능을 말한다.

 

첫째, 식량안보 기능이다! 공자 왈, 부강한 나라의 조건은 식, , (, , )인데 그 중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군대이고,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사회적 신의라고 하셨다. 굳이 공자의 교훈을 빌지 않더라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처럼 어떤 안보보다 식량안보가 우선이 아닐까?

 

둘째, 홍수조절 기능이다! 아시아적 몬순기후대인 우리나라는 연중 강수량의 70~80%가 여름철에 쏟아진다. 농민들이 파업하여 휴경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늘에서 쏟아진 빗물이 고이지 않고 곧바로 하천으로, 강으로 흘러든다면 어떤 하천과 강도 버틸 수 없어 연례행사처럼 물난리를 겪게 될 것이다. 6개 다목적댐의 최대저수량이 15억톤인데 쌀농사 짓기 위해 논에 가두는 물의 양은 21억톤이나 된다. 언제 홍수 막아줬다고 농민들에게 고맙단 말 한마디 한 적 있는가?

 

셋째, 대기정화 기능이다! 벼가 자라면서 흡입하는 탄산가스가 584만톤이고, 내뿜는 산소가 430만톤이다. 밭작물 제외 하고. 언제 농민들에게 산소값 지불했는가?

 

넷째, 수자원 함양 기능이다! 쏟아진 빗물을 논에 가둬둠으로 인해서 지하수로 160억톤을 공급한다. 이는 농업용저수지 총수량 23억톤보다 7배나 많으며 수돗물 사용량의 78%나 된다. 지하수 벌컥벌컥 마시면서 농민 생각한 적 있는가?

 

다섯째, 향토방위 기능이다! 농민이 다 떠난다면 어떻게 될까? 골짝골짝에, 전국 해변에, 수많은 도서에 군인을 파견해야 하지 않겠는가? 안보안보 입에 달면서 무주공산으로 비워둔다고? 지역지역 지켜줘서 고맙다고 생각이나 해봤는가?

 

기타, 그 외에도 토양유실방지기능, 전통문화보전기능, 정서함양제공기능, 조류와 짐승 먹이 제공으로 동물복지기능, 인구분산기능, 실업구제기능, 그리고 국가재정절약기능이 있다. 농촌에 거주하는 국민보다 도시에 거주하는 국민관리비가 16배나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빨리 국민기본소득을 주어야 한다! 시혜가 아닌 권리로!

 

2006년에 일본의 '농업토목연구소'는 이상의 비교역적 기능 평가액을 일본총생산의 20%77조엔(584조원)으로 산출했다. 일본농업총생산의 5배가 넘는 액수다.

 

농지 작살내는 태양광설치 중단하고, 시늉만 내는 우리의 직불금제도 과감히 개혁해서, 프랑스 농민처럼 농업소득의 89%에 해당하는 직불금은 못 받더라도 비교역적 기능에 상응한 농업, 농민, 농촌 보호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자료사진=교계 지인들과 함께(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박용수 한신대 교수, 최병상 장로, 안성례 장로, 최낙권 영화감독, 이우송 성공회 사제, 오미아 박사, 홍승기 동국대 교수, 김은경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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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바른 철학이 필요합니다! 모든 학문의 근본일 뿐아니라 모든 삶과 행위의 근본이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는 유물론 철학의 신봉자인지, 의식이 존재를 결정한다는 형이상학의 신봉자인지에 따라서 진단과 처방도, 판단과 선택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원시공동체에서 노예제로, 노예제에서 봉건제로, 봉건제에서 자유로운 자본주의 사회로 바뀐 동기가, 생산력의 발전 때문인지, 아님 인간성의 발로와 정신문화의 함양 때문인지 선택해보십시오. 전자는 유물론 철학이고, 후자는 형이상학 철학입니다!

 

생산력이 생산관계를 규정 하는지, 생산관계가 생산력을 규정하는지도 완전히 다른 철학입니다.

 

글쓴이 : 최병상 / 살림단상 칼럼니스트, 무안한샘교회 장로, 70년대 기독농민회 초대 사무국장 역임 --

 

한국타임즈 편집국 hktimes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