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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시대를 넘어 생명의 시대로! [김형진박사.강남자연내과]

▪살림문화재단▪ 2010. 3. 13. 00:15

 

의학의 시대를 넘어 생명의 시대로!

    -환우 중심의 새로운 의료를 위한 현직 의사의 제언-


                                                                        김형진 | 서울 강남자연내과 원장




김원장님!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잘 계시는지요?


환우를 위해 날마다 정성을 다하시는 원장님을 생각하면 새삼 숙연해집니다. 낮은 의료 숫가로 하루에 50명의 환우를 돌보아도 힘들다는 말씀을 듣고 놀랐습니다. 하루에 70명 이상의 환우를 보면 과잉 진료라 하여 진료비 청구도 안 된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원장님의 비통한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질병의 고통과 강요된 치료의 겹친 고통

 

 

허나 혈세에 버금가는 건강보험료를 매달 내는 환우들의 입장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여서 건강한 사회에 필수적인 ‘가치 있는 치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더불어 비싼 의료비에 비해 ‘효과 없는 치료’에 대한 사회적 저항도 중요합니다.


미국정부가 의사들이 암 환자에 대한 약물 투여로 과다한 수입을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 2년 전에 개정한 의료보장제가 의사들의 파행 진료와 치료기간 연장이라는 부작용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을 신문에서 보았습니다. 암 전문 의사들의 수입이 56억 달러에서 44억 달러로 줄어들자 환자의 진료 횟수를 쓸데없이 늘리거나, 불필요한 치료를 추가하고, 치료 기간을 필요 이상으로 연장하여 줄어든 수입을 만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에 하나 우리도 다국적 제약회사와 의사의 밀약으로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환우들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일까요? 환우들이 질병 자체뿐 아니라 강요된 치료의 결과로부터도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수십 년을 진료실에서 보내는 원장님!


자본과 의료가 어깨동무하는 현대 의학의 중심에서 원장님은 느끼셨을 것입니다. 무언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질병의 도탄에 빠진 국민의 건강과 힘들고 불쌍한 암 환우의 고통이 현대의학의 과학과 기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또 죽음을 눈앞에 둔 암 환자의 처절한 고통 앞에서 치료의 결과를 무시한 채 의료의 합법과 불법성을 논한다는 것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가도 느끼셨을 것입니다.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생태론적 세계관으로

 

 

이제 우리가 진리처럼 믿는 현대의학의 장단점을 다시 되짚어 보고, 환우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새로운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검토해 볼 때가 왔습니다. 서로의 세월과 인격의 ‘계급장을 떼고’ 기존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모두를 바꾸어 봅시다. 언제까지 해열제, 진통제, 지사제, 거담제 등 단순히 증상을 약화시키는 약물을 사용하며 환자가 아닌 건강보험공단만 쳐다볼 것입니까?


저는 감히 주장합니다. 단순한 기계론적 세계관의 의학에서 생명을 항상 앞세우는 생태론적 세계관으로 혁명적 전환을 말입니다.

 

 

물질과 생명은 쉬지 않고 변하는 역동적인 세계

 

 

고전 물리학은 살아있는 유기체를 그 구성 성분이 서로 맞물려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는 모델을 기초로 합니다. 분석적인 사고방식으로 모든 것은 부분으로 나눌 수 있으며, 부분들을 합하여 다시 논리적으로 종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의학에도 영향을 미쳐 인간의 몸도 마치 기계의 부속품처럼 부분부분을 따로 다룹니다. 이러한 연구는 많은 진보에도 불구하고 생명체가 활기차고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학의 다른 대상들과는 달리, 인간은 부분으로 나눈다고 해서 더 잘 이해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대물리학의 새로운 개념들은 오랜 세월 가져온 기존의 세계관을 철저히 바꿔 놓았습니다. 보통 물질은 어떤 재질로 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원자의 세계에서는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원자는 대부분 공간이며, 중앙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빠른 속도로 돌고 있습니다. 원자핵 속에 있는 양성자나 중성자는 전자보다 훨씬 빠르게 운동하며, 그 속을 분석해 보아도 거기에는 물질적인 재질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주에 정지해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쉬지 않고 서로 변형되는 역동적인 구조’가 물질의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생명도 역시 내적인 역동성입니다. 생명의 시스템은 최상의 상태로 확정된 완성된 형식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역동적 상호관계 입니다. 그러므로 증상으로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을 단순히 적으로 보고 치료하는 일차적 약물 선택은 신중해야만 합니다.


김원장님!

생명체는 끊임없이 자기를 유지하고 갱신하고 환경의 변화에 적응을 시도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낫는 병에는 인위적으로 개입해서는 안되며, 놀라운 생명현상의 본질 앞에서 겸허하게 머리 숙이는 도우미 역할에 머물러야 합니다.

 

 

다양한 치료방법 인정해야

 

 

건강은 단지 질병의 불안에서 벗어난 상태가 아니라 삶이 활기에 넘쳐 언제나 즐겁고 정력적인 상태 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가 질병만을 다루는 차원을 넘어 생명의 바다가 넘실대는 장엄한 세계로 도약해야 합니다. 우선 다음과 같이 제안해보고 싶습니다.


첫째, 병 난 뒤 치료하는 것에 앞서 병나지 않게 생활하고 병나면 스스로 나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가가 ‘생활건강지도사’를 체계적으로 길러 전국 보건소에 배치하여 일상적 건강도우미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현대의학만이 치료를 다 감당한다는 편견과 기득권을 버리고 양방,한방, 각종 전통의학 및 자연의학이 각각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 중국 등도 병 치료에 뛰어난 방법과 사람을 인정하고 그것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며 새로운 길을 찾고 있습니다. 현대의 질병은 오염된 환경으로 인해 너무도 다양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에 따른 다양한 치료 방법 또한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국민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환우 중 암환자가 1/3에 이르고, 국민의 8%가 당뇨입니다. 우울증이 날로 늘어가고 아이들은 아토피로 인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쓰러진 중풍 환자는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병동 대한민국에서 현대의학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고통과 획기적 전환 없이 새로운 내일은 오지 않습니다. 원장님과 제가 먼저 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길 빕니다.


                                                         / 자료출처 : 민족생활신문(51호)

 

출처;자연건강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