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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정찬용 대사-이우송(사제/예술가)

▪살림문화재단▪ 2013. 1. 1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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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정찬용 대사-이우송(사제/예술가)

정찬용의 캐릭터를 그리자면 낙타를 밑그림으로 깔고 붓을 빠르게 움직이면 쉽게 완성 될 성 싶다.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 영락없이 낙타 같은 사람이다.
급하면 빠른 걸음을 내딛는 성격이지 굳이 달리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소박하기 보다는 투박한 편에 속한다.
낙타잔등 같은 성깔도 있지만 언제든 제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한번쯤은 움푹 패인 낙타잔등에 타고 앉아 부려보고 싶다.

어쩌다 전화라도 걸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마치 자동응답기처럼 ‘정찬용입니다’ 그래서 아는 목소리라도 들릴 참이면, 걸쭉하게 ‘신부님 어째 잘 지겠소?’ 그런다.
몇 마디 히히덕 거리면서 안부를 확인하고 핸드폰 수화기를 접지만 언제 봐도 생각이 깊고 그리운 사람이다.
최근에 정대사가 한번씩 기웃거리는 인터넷클럽에 가보면 본인이 마치 산을 좋아하는 마니아처럼 비춰지고 있는데 사실은 과장이 있다.

지금껏 그럴싸한 등반을 해왔던 흔적은 별로 없고 집 앞에 흐르는 도랑 길을 따라 10여분 남짓을 오르면 월봉산 물을 가두어둔 저수지 둑 방에 이른다.
그 정도의 둑 방 길을 오르내리면서 월봉산자락에 자족하는 사람이지만 눈은 늘 높은 봉우리까지 왕래하는 원시안적 마니아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다. 

언젠가 청와대일을 그만두고 시골 창평에 내려와서 쉬고 있던 중 구설수에 올라 마음고생을 치루던 터다.
점심 한 끼니를 하면서 잠시 고민스런 표정을 훔쳐냈지만 난 그런 표정을 무시하고 말았다.
음식 맛으로 치자면 묵은 지 같은 사람이요,
굴참나무 같은 사람에게 별일 있으랴 싶어서다.
속내를 감추어도 속내가 엿보이는 사람,
화려한 이력에 비해 곤궁하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사람이요,
회색도시를 등지고 벌건 낙조를 향해 터벅거리는 목마른 낙타 같은 사람이다.

무슨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 연에 매이거나 이름을 내밀기보다는 합리적인 모색을 하는 편에 속한사람이다 그런 품성이 역사의 격변기에 시민운동을 이끌어온 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 한다.
한 때 함께 시민운동을 하고 담장을 맞대고 이웃에 살면서 지켜본 정찬용은 그렇다
종여시(終如始)가 기대되는 낙타 같은 사람, 맞다.

2007. 06 

 

이 우송(사제/예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