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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에 완성된 성공회대성당

▪살림문화재단▪ 2013. 4. 17. 20:06

 

 

 


 

 

 

70년 만에 완성된 성공회대성당

 

*이 글은 15년 전 성공회서울대성당이 완공되었을 한국건축미술사에 빛날 감동적인 일 이라고 생각되어서 당시 성공회광주교회에 근무하면서 일간지에 기고했던 칼럼인데 그간의 이미지들을 달아 올린 글입니다.

(이우송/사제.조각가.종교미술칼럼니스트)


 

 

동양에서 유일한 로마네스크건축양식인 성공회 서울대성당이 미완성으로 70년이 지난 오늘에야 원 설계대로 완성해 오는5월 20일에 역사적인 축성식을 갖게 된다.

한국건축사에서 미완의 아름다움을 마침내 완성하게 되는 날이다.

 

한국성공회 3대주교로 축성된 조마가주교는 1911년 7월 런던의 성바우로 대성당에서 주교성품을 받은 후 그해11월 서울에 와서 첫 사업으로 가톨릭정신을 표현한 대성당건축을 시작하면서 영국의 버밍험에 있는 저명한 건축가인 아더 딕슨(Arthur Dixon)에게 설계를 맡겼다.

 

이때 충족해야할 4가지 조건을 제시했는데 첫째, 전국신자들의 중심교회가 되야하고 둘째, 한 가족임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어야 하고 셋째, 예전적 규범이 되는 교회. 넷째, 미래건축의 모델이 되야 한다는 것이었다.

1922년 3월 드디어 계획이 논의 된지 12년만에 대성당을 착공하고 1926년 5월 2일 16년만에 동양에서 유일한 로마네스크양식의 성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쉽지만 이 대성당은  본설계도대로 완성하지 못한 미완의 건축물 이었다.

대성당을 건축한 조마가주교는 그후 1930년 불의의 사고로 급서하여 그가 심혈을 기울였던 대성당의 지하성당에 안장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건물 안에 시신을 모신 것도 이것이 처음이자 현재까지는 마지막이었다.

 

대성당은 서양의 로마네스크양식과 한국의 전통적인 건축기법을 조화시켜 토착화하였고 크고 작은 종탑은 변화의 아름다움과 함께, 대성당과 인접해있는 덕수궁의 팔각지붕과 어울려 대화를 나누는듯 하다.

 

이렇게 지어진 서울대성당은 동양최초의 로마네스크건축양식으로 성당건축사에 빛나는 보석과도 같다. 이를 뒷받침 하듯 지난88년 올림픽 때는 한국의 건축가 100인이 모여 뽑은 가장아름다운 건축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제35호)인 성공회대성당을 선정된바 있다.

하지만 미완의 아쉬움 때문에 79년부터 대성당본래의 제모습찾기에 나섰지만 도면작업조차 할 수가 없었다.

 

93년 7월 어느날, 성공회대성당 관광을 희망하며 찾아온 한 영국인 관광객이 성당을 한 바퀴 둘러본 후 내가 일하는 렉싱턴도서관에서 이성당의 설계도를 본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명함을 남기고 떠났다. 

김성수주교와 함께 성당복원문제로 부심해온 광장건축 설계소장은 곧 설계팀을 그 외국인이 근무하는 도서관으로 보내 도면을 복사해오는데 성공했고 이윽고 건축허가를 얻어냈다.

 

여기서 더욱 놀라운 것은 렉싱턴 도서관에 가보니 설계자 아더딕슨의 초기스케치부터 설계에 이르는 모든 도면이 박스에 담겨져 고스란히 보관되어있는 것을 보고 숨이 막히는 기쁨을 맛보았다고 전한다.

 

생각하건데 그 외국인은 하느님이 보내주신 사자가 아니었을까. 뜻밖에 영국의 시골도서관 고문서 보관실에서 발견된 원설계자 아더딕슨의 구상자료와 설계도면은 80년 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대성당의 완성과정에서 70년 전의 건축자재와 가장 비슷한 것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은 갈채를 보낼만하다. 석재의 경우 강화도산 화강석을 쓴 것을 확인하고 강화도화강석이 모두 고갈되어서 가장 비슷한 석질과 컬러를 가진 중국 청도산 석재를 손으로 다듬어 들여왔고 은은한 주황색벽돌은 경기도 화성에서 특별제작을 위해 적합한 흙을 찾아내고 70년 전 제작방식대로 재래식 장작 노(爐)에 넣어서 구웠다.

 

성공회서울대성당은 70년전 아더딕슨의 장십자가 형태설계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일제의 물자 동원령으로 인한 물자부족으로 착공 4년만인 1926년에 십자가의 두 날개와 꼬리부분을 제외한채 미완의 준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미완의 아름다움을 유지해 오다가 기적 같은 도면의 발견으로 원설계인 십자가모형의 로마네스크건축의 아름다움을 재현해 낸 것이다. 70년 전에 지어진 대성당의 고색창연함이 증축부분에서도 조화롭게 연결되어 그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이렇게 완성된 대성당은 서구문명의 도입기를 대표하는 특별한 건축물로 중세유럽의 도시에서나 볼법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로마네스크풍의 건축물을 한국에서 산책을 하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96.4.25 광남일보 문화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