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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교육청의 ‘이상한 조형물 공모’

▪살림문화재단▪ 2013. 4. 17. 21:55

 

전라남도교육청의 ‘이상한 조형물 공모’ 

                                                                                         (전국미술인조합 FALU 대표 / 이우송)


전남교육청 “이상한 조형물 공모. 무안 신청사 상징물 설계-시공 분리”라는 몇 신문 기사를 보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어 [전라남도교육청 신청사 상징조형물 디자인. 설계 공모 공고. 제2008-163호]를 찾아보고 우리미술인들은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상한공고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분리 발주가 교육청이 의도하는 상징성을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 다른 기관의 사례도 있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또 "작가들이 설계도도 없이 큰 조형물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해 위험부담을 줄이고, 작가가 시공권을 맡을 경우 작업에 대한 수정 등이 어려워 이처럼 분리 공모를 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으나 오히려 상징성과 조형성이 깃든 완성도 높은 작품을 제작하는데 분리공모는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없는 관행을 만들어 미술계를 어지럽히고 있다.


미술장식품설치를 제도화 하게 된 동기와 취지를 아는가. 이것은 미술작가들에게 문화예술 활동을 권장·보호·육성하면서 작품제작 설치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문화예술의 영역을 넓히고자 만든 제도이다.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아야할 교육당국이 취지도 모르고 본질에서 벗어난 예산절감을 빌미삼아 탈 편법을 자행하려는 공모행위는 건축기관의 상징조형물에 대한 문화예술위의 취지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이는 전남교육청 당국의 무지로 밖에 간주할 수 없다.


문화예술진흥법과 문화예술법 시행령을 살펴보라.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자 문화예술위원회를 구성하여 문화예술법을 시행하고 있다.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부분 (①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류 또는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자는 건축 비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화·조각·공예 등 미술장식에 사용하여야 한다. ②제1항에 따른 미술장식에 사용하는 금액은 건축비용의 100분의 1 이하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제1항에 따른 미술장식의 설치 절차·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시행령 어디에도 건축물 미술장식에 그것도 순수미술영역에서 예술가가 아닌 시공업자에게 작업하게 하는 규정이 없다. 전라남도교육청은 지금 소가 웃을 일을 자행하려고 한다.
더욱이 교육청당국이 실시하는 예술작품 조형물 공고가 이처럼 상식 밖의 발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명색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교육당국이 예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이러한 무지몽매한 발상을 했다는 것에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상징조형물 공모란 당연히 설계와 시공권을 함께하는 것인데 설계와 시공권을 분리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는 작가들에게는 어안이 벙벙한 이상한 조형물공고일 뿐이었다.
말이 시공이지 조형물공사업자에게 공사를 발주시키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설치된 작품에 작가 사인은 누가 할 것인가. 이런 불합리한 제도에 맞설 작가들이 작품사인을 할 리는 만무하고 이제는 공사업자에게 작품사인이라도 시킬 요량인가.
조형물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므로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작품성을 살릴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그것을 교육일선에서 모른다면 그들은 교육가 인지 장돌백이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변화를 거부하면서 드러났던 교육계의 보수성과 온갖 추악한 비리들을 들춰낼 생각은 없다. 그런데 미술장식품이나 상징조형물에 까지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입만 열면 들먹이던 예술의 고장 예향에서 전라남도교육청은 설계와 시공을 분리해서 진행하는 건축물과 순수미술작품인 조각작품을 구별하지 못해서 하는 짓인지. 아니면 알고도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물 만난 고기처럼 편법을 만들어 시공자의 커넥션을 챙기고자 하는 짓인지. 그 속내가 무엇인가. 정말 도교육청당국의 의도가 궁금하다.


그러므로 이를 모르고 한 공모라면 지금이라도 조형물 공모에 대한 재공고가 이뤄져야 할 것이며, 알고도 자행하는 편법공모라면 한국미술계는 이를 좌시하지 않고 반드시 책임자를 찾아 처벌을 요구할 것이다. 세계가 앞 다퉈 문화를 상품으로 개발하고 한류문화에 힘입어 국가의 위상을 고양시키고 있는 마당에 시대에 뒤떨어지는 문화 미술정책을 들이대면서 미술인들을 폄하하고 분노케 하는 전라남도교육청은 무엇을 위한 교육청인가를 묻고 싶다. 또한 예술의 가치척도도 모르는 교육청이 진정한 교육청이며, 이러한 편법이나 일삼는 행위가 진정한 교육청의 할 일인가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게다가 장사꾼의 논법으로 미술품을 이해하는 전라남도 교육위원회의 창의성에 창작미술인들은 분노를 넘어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전업창작미술인들을 전문직으로 말하면 어느 집단에도 뒤지지 않는 전문직종의 예술인들이다. 향후 교육예산을 절감할 요량이라면 값비싼 예산을 들여 전문직종인 고임금 교사를 양성하기보다 예산절감을 위해 미술조형공모에 붙이는 발상을 그대로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떤가.

교안 한 부 잘 짜서 목소리 낭랑하고 말재간 있고 외모도 받쳐주는 강사공개모집을 통해서 정교사를 없애는 일이 예산절감에 월등히 효과적일 것이다. 바로 미술계의 상징물 설계와 시공권을 분리응모 발상과 무엇이 다른가를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전남교육청 당국의 발상대로라면 이제 미술대학도 순수미술학과의 작가양성보다 공과대학에 조형물시공학과로 발 빠르게 개설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디 이뿐인가. 작가들에게 설계 및 작업비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작가들의 통상적인 작품가를 산출하는 내역인 조형물의 중당 단가가 아닌, 조달청 단가로 규정한 것도 작가들을 작가로 보지 않고 장사치로 보는 천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기계로 찍어내는 공산품도 아닌 순수창작미술품을 제작하는데 조달청가 운운하는 행위는 작가들의 분노를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공모대상에 있어서도 그 수가 열 손가락 꼽아 셀 수도 없으려니와 부정부패로 얼룩진 공모전 특선을 기준 한다거나 1억 이상의 공사 경력자를 중심으로 한다면, 특선자를 심사한 실력자라 할지라도 특선경력이 없는 자는 참여하지 말라는 해괴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건축물에 들어가는 평면작품의 응모라면 화선지나 캔버스 물감을 포함해 제작공임을 품으로 계산해서 조달청가격을 책정하고 작가의 작품공모를 받아서 손재주 좋은 페인트공에게 하청이라도 내리겠다는 발상인가. 문화예술진흥법시행령에서 미술장식품이라 함은 조각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대형건축물에 설치하는 미술장식은 회화, 조각, 공예, 사진, 서예 등 조형예술물과 벽화, 분수대, 상징탑 등 환경조형물을 의미한다. 또 미술장식품 설치비용에 따라 1개 건축물에 2장르 이상의 조형예술물과 환경조형물을 건축물에 조화시켜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작을 제작하는 경우 행정편의상 필요하면 작가에게 설계도를 요구하면 되는 일이며, 작품변형 및 수정의 요구 또한 설계와 제작과정에서 논의를 통해 얼마든지 반영될 수 있는 문제다. 이를 빌미삼아 지금껏 잘해온 작가의 창작권을 부정 불신하며. 분리발주의 편법을 쓰려는 불온한 발상을 조속히 접기 바란다. 발주기관의 구미에 맞는 작가 선별을 위해 그 속에 깃든 또 다른 속셈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재공고 없이 이를 무시하고 강행할 경우 한국의 제반 미술단체와 미술인들은 총 연대하여 전국미술인 서명을 통해 모든 실력행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시비꺼리를 만들고자 하면 전라남도교육청은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2008. 8. 26.

 


* 위 글을 아래 단체에서 정식성명서로 채택하였음


★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노재순
★ 문화예술인 자정NGO 상임대표 강행원
 전국미술인조합 위원장 이우송
★ 한국미술협회 전남지회 지회장 김상선
★ 한국미술협회 광주광역시지회 지회장 정광주

 

[참고기사]
전남교육청 이상한 조형물 공모
무안 신청사 상징물 설계-시공 분리
미술인들 "분리공모 사례없다" 반발
총 사업비 3억원
입력시간 : 2008. 08.19. 00:00


"건축물 발주지 어디 예술품 조형물 발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전남도교육청이 무안군 삼향면에 건립중인 신청사 상징물 조형물 공모를 시공권과 설계를 분리한 것에 대해 작가들의 불만이 높다.

18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무안군 삼향면에 오는 12월 완공 예정인 도교육청 신청사 내에 전남교육 의지를 형상화하고 교육 및 문화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징 조형물을 설치 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규정 등을 발표, 디자인ㆍ설계를 공모하고 있다.

총 3억원 규모의 조형물 공모 절차는 작품 설계와 시공을 나눠 2단계로 진행된다. 도교육청은 용역비 1995만원을 내걸고 조형물 디자인 설계를 오는 28일까지 모집해, 접수된 작품을 대상으로 별도 구성한 심사위원회에서 당선작을 선정후 이를 공개 입찰에 붙여 시공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 입찰에는 조형물 디자인 설계 당선자, 작가, 건축회사 등이 참여할 수 있다. 이처럼 조형물을 공모하면서 시공권과 디자인 설계가 분리된 것은 광주ㆍ전남에서는 최초의 사례다.

그러나 이같은 조형물 제작 공모 방안에 대해 작가들은 창작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설계를 한 작가가 시공권을 갖지 못할 경우 발주처나 시공자측에서 당초 설계안에 대한 변형, 왜곡 우려가 높아 작가의 창작권이 침해될 소지가 높다는 것. 게다가 설계를 한 작가에게 감리권이 주어진다고 해도 실효성을 갖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것이 이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작가들은 특히 설계와 시공권을 분리한 것은 당국이 조형물 설치과정에서 설계안을 자신들의 임의대로 변형하기 쉽게 하기 위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병구 광주미술협회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광주ㆍ전남을 비롯해 전국의 공공기관에서 예술 장식품을 발주하면서 디자인 설계와 시공권을 분리한 경우는 없었다"며 "도교육청의 신청사 조형물 공모는 작가의 창작권을 인정하지 않은 건축물 발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실제로 광주ㆍ전남지역에서 지난해 공모 완료된 수자원공사나 토지공사 광주 수완지구 조형물 등 모두 작가가 설계와 시공권을 가졌다.

그는 이어 "이러한 공모 방안은 교육 행정기관에서 스스로 작가의 창작권을 부정하는 행위로 밖에 볼 수없어 유감스럽다"며 "조형물 공모에 대한 재공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작가들은 설계 비용 산출을 작가들의 통상적인 작업 과정에서 작품비를 산출하는 내역인 중당 단가가 아닌 조달청 단가로 규정한 것도 작가들의 현실을 무시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작가들이 설계도도 없이 큰 조형물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해 위험부담을 줄이고, 작가가 시공권을 맡을 경우 작업에 대한 수정 등이 어려워 이처럼 분리 공모를 하게됐다"고 밝혔다.

이용규 기자
yglee@jnilbo.com



[참고기사2]
입력날짜 : 2008. 08.20. 00:00 광주매일

 道교육청 남악청사 조형물 분리추진…미술계 반발
 
 '관공서 건물에 설치되는 조형물의 상징성이 우선인가, 작품성이 우선인가'
 전남도교육청이 무안 남악신도시에 들어서는 신청사의 상징 조형물 설치공사의 설계(디자인)와 시공을 분리해 발주하자 미술계가 반발하고 있다.
 19일 道교육청에 따르면 내년 3월 개청하는 남악 신청사에 설치할 상징 조형물에 대한 디자인·설계 공모작품을 오는 28-29일 이틀간 받는다. 교육청은 디자인·설계 공모를 실시한 뒤 시공은 따로 입찰을 통해 분리 발주할 계획이다. 조형물의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발주하던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다른 분리 발주 방식이다.
 교육청은 "분리 발주가 교육청이 의도하는 상징성을 살릴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 다른 기관의 사례도 있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술계는 교육청의 분리발주에 대해 조형물의 작품성을 살릴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형물은 설계와 시공이 하나로 연결된 예술작품인 만큼 분리발주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자리아트 갤러리 최만길 관장은 "조형물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따라서 반드시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진행돼야작품성을 살릴 수 있다"며 道교육청의 계획 수정을 촉구했다.
 한편 광주 동구와 목포, 고흥, 경북 성주, 강원 태백, 구로문화재단 등 상당수 지자체와 기관도 최근 상징 조형물의 설계와 시공을 분리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재식기자 jaesic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