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평이한 환경운동
본지를 구독하는 독자에게 환경운동의 당위성이나 지구의 위기를 설명하는 일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일과 생각을 좁혀 보는 것이 오히려 효율성을 더할 성 싶다.
얼마 전에 어느 교우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계절이 바뀌어 집안 분위기를 바꾸면서 아예 헌가구와 가전제품 몇 가지를 새 것으로 바꾸었다고 자랑을 하였다. 새 제품을 써보니 그렇게 편리하고 좋아 정말 돈이 좋긴 좋구나 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먼저 있던 가구와 가전제품도 아직은 쓸만하던데 어떻게 처분했어요.’ 하니 냉장고와 세탁기 는 골목에 세워뒀더니 부서지고 딩굴다가 며칠 후에 없어지고, 장농은 부피가 너무 커서 쪼개 공터에 갖다 버렸다고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입장애서 무지를 행한 것이며, 신앙적으로 볼 때 하느님의 동산을 낭비와 무관심으로 더럽혀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물건을 사기도 하고 또 버리기도 한다. 물건을 새로 살 때 우리는 대체로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신중하고 주의 깊게 많은 생각을 한 후에 산다. 그러나 버릴 때는 어떤가. 살 때와 비교해 보면 너무도 쉽고, 생각없이, 간단히 내다 버린다. 그리고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지, 쓰레기 매립장이 넘치지는 않는지, 엄청난 쓰레기 처리를 위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수고를 하는지, 또는 내가 무심히 버린 쓰레기속에 재활용자원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등을 염려하지 않는다.
하느님의 동산에서 나오는 나무와 광물, 에너지는 무한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물건 을 살 때와 버릴 때는 어느 때가 더 중요할까." 물론 둘 다 중요하다. 그러나 하느님의 동산에서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물건을 살때 보다도 물건을 버릴 때이다.
심각한 쓰레기 공해와 환경오염은 다 우리 모두가 버릴 것을 함부로 버렸기 때문이요, 주의와 수고를 들이지 않고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나도 편리함만을 추구해 온 까닭이다. 그 결과 하느님의 동산 곳곳에 오염 물질이 쌓이게 된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는 ‘물건을 살 때와 버릴때 똑같은 마음과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아니, 물건을 버릴 때에 더욱 신경을 쓰고 수고를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새 물건을 살 때 얼마나 즐거운 마음으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흥정하며 가슴이 벅차던가. 이제는 버릴 때도 마찬가지로 즐거운 수고를 해야 한다. 물건을 살 때 와 같은 마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주의 깊은 생각으로 버려야 한다.
물건을 살 때와 버릴 때도 한결같은 마음을 가질 때 가정과 사회는 건강해 질 수 있다.
그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는 번거롭더라도 더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아야 한다. 잘 보관 하면 후일에 쓸 수 있는지, 이것을 필요로 하는 다른 곳이 있는지, 친척, 이웃, 각종 사회단체 등에서 서로 교환하거나 나눠 쓸 기회나 장소가 있는지 등을 생각해 보아야한다.
이런 일은 현대 환경론에 대하여 학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요, 하느님이 주신 물건(자원)을 지극히 아껴 쓰고 소중하게 다루는 위대한 백성으로서 지켜야 할 자세이다.
마침 광주 하남 YMCA에서 텔레비전,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의류, 가구 등 버리기에는 아깝고 남을 주기에는 어색한 물품들을 기증받거나 구매한 다음 적절히 손질해서 저렴한 값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필자는 YMCA에서 그러한 계획을 소개받으면서 무릅을 탁 쳤다"옳지! 진즉 그랬어야지”
중고 물품을 교환해서 사용하는 것이야 말로 분리수거나 재활용보다 시급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유행이 지난 옷을 누가 업을 것이며 남이 쓰던 가구나 가전제품을 누가 쓸 것 인가. 하는 우려야 말로 기우일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남아 쓰던 중고물품을 가져다 사용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일 것이다.
지금 여기저기서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중고가구점이며 고물상이 겉으로 보기보다는 훨씬
짭짤한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허름한 리어카에 실어나간 헌 냉장고나 가전제품이 수리만 해놓으면 다 임자가 있다는게 중고물건을 취급하는 고물상 주인의 말이다. 그리고 그런 중고물건을 골라간 사람 역시 옹골찬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환경운동을 지식과 자존심으로 할 것이 아니 라 이런 일들을 드러내 놓고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을 돈으로 평가하려는 못된 습성이 자기도 모르게 길들여져 있다. 그러나 본지를 구독하는 회원들만이라도 그런 습관과 인식을 떨쳐버려야 한다. 적어도 어떤 물건을 대할 때는 상품가치보다 사용가치를 높게 형가하고, 내 손에서 사용가치가 덜하더라도 타인에게 사용가치가 있다면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사실은 타인이 사용했던 물건, 즉 중고물품을 재사용하는 것이 결코 부끄러움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려야 한다.
사회적인 지위와 경제력에 비례해온 자존심보다는 실용생과 환경을 생각하는, 보다
높은 가치관이 돋보이는 세상을 우리들 안에서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92년 삶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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