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지기 등대지기
얼마 전 광주 YMCA에서는 시의 살림살이를 돕고 감시하는 <시정지기시민모임>을 결성하고 있어서 시민들로부터 반향을 불러 모으고 있어 주목이 됩니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시민들이 시정과 살림살이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거나 관심이 없습니다.
가정에서 가족들이 아버지의 직업과 하는 일, 월급여의 내용을 알고 있습니다. 가족이 살림살이를 함으로 해서 어려움과 불만을 감수하고 짜임새 있는 가계를 꾸려갈 수 있습니다.
이렇듯 시에도 무슨 무슨 국이 있으며 공영개발 사업단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박물관도 있고 문예회관도 있는데 어떻게 운영되는지 행정체계에 대한 인지가 필요합니다.
또 시의 예산은 얼마나 되며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워낙 오랫동안 군사독재하에서 길들여진 정치인식이 정치와 나와는 무관한 것이다. 혹은 정치는 부패한 것이고 정치에 대한 관심은 곧 권력에 대한 관심이다 하는 의식을 갖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 생각이 오래가면 또 다른 문민독재정권을 창출하고 말 것입니다.
가령 금년 봄에는 광주에 물이 부족해서 구별로 나누어 격일제 급수를 했습니다. 그때 시민들은 왜 제한 급수를 해야 하는지 자세히 몰랐습니다.
단지 하늘에서 비가 적게 와서 인지, 수원지에서 물관리를 잘못해서인지 금수체계에는 문제가 없는지, 수도관의 노후화로 물 낭비는 없었는지,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시민들은 그냥 욕만하고 견디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정의 객관적인 토대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공개행정이 되어야 하고, 공개행정을 통해서 시민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할 텐데 시민이 알아야 참여를 하지요. 그래서 시작한 운동이 시정지기 시민모임입니다.
모임을 준비한 YMCA 정찬용부장의 말을 빌리면 ?살림살이도 모르고 불평만하는 시민에서 살림을 아는 큰며느리 같은 시민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말해서 시정지기의 성격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시민 스스로가 조직화하여 의정활동등 정치인들의 정치행위를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탈선여부를 모니터 해야 할 것입니다.
상임위원회를 방청해서 누가 무슨 질의를 했는지, 그리고 본 회의에서는 누가 무슨 발언을 했는지 모니터 해서 그 발언이 장기적인 광주의 발전과 시민에게 이익이 되는지,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이익이 되는 발언인지 추후에라도 이권관계가 없는지 감시하는 일입니다.
또 우리보다 훨씬 먼저 지방자치제가 자리 잡힌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는 일과가 끝나고 저녁시간에 의회가 열립니다. 그래서 퇴근하는 시민들이 같이 방청도 합니다.
우리의 경우 직업이 아닌 봉사와 명예직인 시ㆍ도의회 의원이 무직자가 많습니다.
재산이 터무니없이 많은 것도 염려되지만 일부 의원은 최저생활이 어려운 빛 까지 지고서 시정을 위해 봉사하시는 모습은 참으로 염려가 됩니다.
모처럼 태어난 시민들의 모임인 <시정지기>가 지방자치정착에 등대지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CBS 1993.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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