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50.부패. 사후 심사제를 만들어 반격의 싹을 잘라내자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19:34

부패. 사후 심사제를 만들어 반격의 싹을 잘라내자

 

어렸을 때 어른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면서 누구누구가 목이 잘렸다더라 하면 영화에서나 본 망나니의 칼날에 목이 잘려나가는 생각을 하면서 어른들의 잔인함에 어깨를 움츠렸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또한 철이 들어가면서 깊은 아무생각 없이 따라 불렀던 ‘소령 중령 대령은 찝차(지프) 도둑놈’으 로 시작해 ‘불쌍하다 일 이등병 깜밥(누룽지) 도둑놈’로 마치는 코믹한 도둑놈가를 부르면서도 막연하게 일 이등병보다는 이마에 자랑스러운 무궁화 꽃을 달고 늠늠하게 찝차를 타는 꿈을 꿔 본적이 있습니다.

우리니라는 해방 이후 자유당 독재에 이어 군사독채 40년 동안 길들어진 뿌리 깊은 공직사회의 부패가 〈관료자본주의〉를 형성해 왔습니다.

그런데 형식적 문민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또 대통령의 의지 하니 가지고서 40년 동안 을 뿌리내린 독버섯처럼 얼굴은 해바라기처럼 성장하며 잔뼈가 굵어진 공직사회를 개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공작자 윤리법이 통과되었으니 시민들의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고 윤리위원회가 가동되고 있으나 그 권한과 한계는 기대할 바가 못 되고 있습니다.

또 대통령의 정치적인 고려가 저변에 깔려있는 상태에서 언론을 통한 시민재관 형식으로 공을 슬그머니 국민에게 떠넘기는 방식은 올바른 개혁의 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의구심만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작 공직자 윤리위원 자신들은 유자격자일까요.

언론에 비쳐진 대법원장 검찰총장의 용퇴가 정중히 받아들여지면서 불이익 조치는커녕 검찰이 취할 태도와 법적 대응에는 내 식구 감싸기 외에 변할 것이 없지요.

이런 관례는 사법부뿐만 아니라 결국 공직에 있을 때 한 재산 마련할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언론을 통한 여론재판 보다는 윤리법을 개정해서 퇴직 후에도 사정이 가능한 사후 심사제를 만들자는 것이고 제도적 장치를 통한 법치가 되어야하는 것입니다.

법이라는 공정한 잣대를 만들지 않는 한 한지도자의 개혁 의지는 퇴색되고 말 것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지도자의 강한의지를 내보이며 밀어붙이지 않으면 나중에 물반 고기반 섞여서 수십 년간 내려오던 부패의 사슬과 고리를 잘라 낼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니 사후 심사제를 만들어서라도 닥쳐올 반격의 싹을 잘라내자는 것입니다.

부정 공직자의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공직자의 동요와 경제적인 악영향을 우려하는 기득권 세력의 주장을 고려하거나 일찌기 공직자로서의 자질 문제가 거론되어 당연히 물러났어야 할 인물 몇 명을 사퇴시킴으로 집단적 면죄부를 발급하는 결과도 우려가 됩니다.

국민들이 더욱더 주시해야 할 것은 공작자의 설사를 조사할 담당 주체가 누구냐는 것입니다.

4. 5. 6.공화국 시절 한솥밥을 먹던 공직자들에게 실사를 맞기면 속성상 거부할 수 없는 관계가 작용해서 진상은커녕 드러나야 할 것이 그냥 묻혀버릴 공산도 얼마든지 있지요.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3공 사절부터 권좌의 2인자 자려를 지켜온 김씨 같은 인물이 건재해 있는 한 이런 우려는 결코 기우일 수 없습니다.

해바라기와 독버섯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작업이 요구되며 개혁의 대상이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는 인상은 지워야 할 것입니다.

[CBS 1993.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