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49.분별없는 해외 선교 잘 좀 하든지..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19:33

분별없는 해외 선교 잘 좀 하든지..

 

지금 한국교회는 분별없이 해외 선교를 감행해 국제적인 망신까지 당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사회주의권의 와해 현상과 함께 북방선교의 폭이 넓어지면서 대표적으로 러시아에서 한국 선교사들은 서로 미워하고 모함하고 시기하며 공약을 남발하기 때문에 러시아인이 본받을 것이 없다. 오히려 신앙심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급기야는 한국선교사들을 ‘양의 가면을 쓴 이리’라고 까지 하며 한국사람이 예배를 인도하면 하나씩, 둘씩 자리를 뜬다. 라고 하바로프스키 대학의 주 아무개교수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파송된 해외 선교사들 중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선교사들은 대부분이 러시아 정교회를 안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예로 여의도 S교회의 아무개목사는 집회에서 정교회를 이단이라고 해서 추방의 위기를 당했고 정교회에 다니는 러시아인에게 개신교로 개종을 강요해 정교회 측으로부터 정중한 사과를 요청받기도 했습니다. 참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지 헤프닝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여의도 S교회 생기기 천년전의 교회와 신앙이 슬라브족의 민족문화로 정착한 곳을 피 선교지로 선택한 잘못은 차지하고라도 국제관계에서 예를 갖추지 못한 것이지요. 또 러시아 당국은 우리 정부에 선교사 파송의 자제 요청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피 선교국의 문화와 종교를 무시한채 자행되어지는 분별없는 해외선교 다시 생각해 볼 일입니다.

한국의 분열된 교회만큼이나 분멸된 해외 선교사들의 경쟁적인 활동과 물량 공세가 교인쟁탈전으로 비춰지고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현지인을 대상으로 선교를 하기보다 한인 중심 교회를 설립하고 있어 ‘이민목회’가 아니냐는 비난도 받고 있습니다.

그러한 결과 러시아 정교회의 초대주교 알렉세이 대주교의 발의에 따라서 지난달 러시아 최고회의는 외국인 선교사들의 활동을 규제하는 종교자유에 관한 법률 ‘종교자위법’을 통과시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경제 질서 속에서 세뇌 성장해 온 한국교회 입장에서 본 사회주의가 제대로 보일리가 만무합니다. 무언가 부족해 보이고 통제되어서 부자유해 보였을 것입니다.

사실 러시아는 천년이 넘는 정교회의 역사가 있고 1589년에 총대주교구를 설립하면서 그리스 정교로부터 완전한 독립교회가 실현되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 정교회는 국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성장하였으며 톨스토이를 비롯한 대문호들과 장엄한 건축물 찬란한 음악 예술들이 천년 기독교의 토양속에 자리잡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정교회도 해방 전에 러시아 대사관이 열리면서 서울 정동에 정교회성당을 건축하고 천년의 찬란했던 기독교문화를 가지고 선교사와 함께 들어온 교회지요. 로마가톨릭교회 보다 오히려 역사적 전통과 초대교회의 유산을 간직한 아름다운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고작 백여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서구교회의 사생아처럼 기형적으로 성장해온 한국의 기독교가 선택한 북방선교는 졸속 선교정책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 지상과제로 아는 선교는 계속 할 터인데 그렇다면 이제라도 피 선교국의 문화와 종교를 폭넓게 이해하고 선교사를 파송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제1세계로부터 전해 받은 제국주의적인 형태의 돈으로 하는 직접 선교보다는 파트너로서의 러시아 지역교회와 협력관계를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CBS 1993.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