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54.민간항공기 추락. 지역의 낙후성이 빚어낸 인재다.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19:38

민간항공기 추락. 지역의 낙후성이 빚어낸 인재다.

 

인류의 발전과 함께 사람들은 편리함을 추구하게 되고 편리함 만큼이니 주변에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인류의 발견 가운데 불의 발견에 버금가는 발견을 들면 우라늄과 바퀴의 발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래바퀴의 편리함은 우리의 인명을 앗아가는 1순위의 흉기, 즉 자동차문화를 만들었고, 우라늄의 발견은 편리한 전력의 생산과 함께 핵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근심을 갖게 했습니다.

어제는 우리가 가진 이동 수단 가운데 가장 빠르고 편리한 민간항공기가 추락하는 대형 참사를 불렀습니다.

이 사건을 놓고 인재냐. 천재냐를 논할 생각은 없습니다. 꼭 한마디 한다면 ‘지역의 낙후성이 빚어낸 인재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호남 지역은 70년대부터 시작된 지역갈등과 정치적인 소외가 인색한 사회간접투자와 낙후된 경제를 가져왔고 지역발전의 불균형까지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항공기 참사 또한 이 문제와 별도로 떼어서 생각할 성질이 아닙니다.

목포 공항은 지난 73년 이후 폐쇄되어 있다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서둘러 확장해 서 개항을 했지만 근본적으로 목포공항의 열악한 시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활주로의 걸이가 겨우 1.5km 폭이 30m로 짧고 좁을 뿔 아니라 계기착륙장치 등 이 착륙에 필요한 초보적인 관제장비 등 항공보조시설이 부족한 기준미달로서 안전상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날씨니 무리한 착륙시도라는 이유로 순직한 기장 황인기씨에게 전가시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물론 기장에게 전혀 잘못이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여건에서는 누가 당해도 당했을 사고를 이번에 탑승한 승무원과 탑승객이 대신 당한 것입니다.

있어서는 안 될 만의 하나의 실수와 가능성에 환대한 당국에 묻고 싶습니다.

전국 최다 핵발전소 밀집지역인 호남에 살면서 우리는 관계당국으로부터 이렇게 위로받고 있습니다. 핵발전소가 폭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확률 상 백만분의 일이다. 수치 이해가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쉽게 설명하면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사람이 벼락 맞아 죽을 확률이다. 혹은 별똥 별 (유성)에 맞아 죽을 확률이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미세한 확률에 소련의 체르노빌에서 미국의 드리마일에서 엄청난 인명 살상을 가져왔습니다. 그라고 우리니라에 건절된 원자로에서도 그러한 조짐이 엿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전 목포시장 이모씨의 말을 빌리면 목포 공항 설립 후 비행 항로에 자려잡고 있는 운거산이 항공기의 사정과 착륙에 지장을 준다고 판단, 5미터만 깍아 주도록 당국에 요청했으니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묵살되어 왔습니다. 또 활주로를 300미터만 늘려 달라는 요청에도 소요 예산을 이유로 묵살당한 사회간접시설은 결과적으로 호남 사람으로 하여금 만의 하나의 위험을 감내하고 살게 했습니다.

지금 공항 시절의 낙후함에는 광주니 목포니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광주비행장도 공군에게 빌려 쓰는 처지고 공군에서 비행 훈련과 겹치면 착륙해야 할 민항기가 상공을 한 바퀴 선 희한 후에 착륙해야 하는 어려움도 안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공향 시설에 더 이상의 무사고니 요행수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이번 민항기 사고를 통해서 현 정부 당국에 큰 각성을 촉구하며 지역균형발전의 실책과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합니다.

[CBS 1993.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