无爲堂 장일순의 老子이야기 / 책 이야기
자연과 인간 하나임을 일깨워
충주에서 원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 주평리에 학교가 있는 마을이 있다. 지난 3 월 찾아간 곳은 이현주목사님 댁인데 허름한 농가를 수리해서 그럭저럭 살기 편한 집으로 꾸며 놓았다.
볼만한 책들이 차곡차곡 뉘어진 서재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 서재를 꼼꼼히 살펴보니 일반적으로 성직자가 많이 보는 신학책 못지않게 노자를 비롯한 동양사상을 탐구한 혼적이 여기저기서 배어났다.
돌아오면서 <无爲堂 장일순의 老子이야기〉를 한권 얻어오면서 〈길따라 왔다가 道를 얻어 가는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박정회가 아니었으면 내가 먹장난을 하지 않았을 거라며 이야기를 시작한 장일순선생은 1928년 원주에서 태어나 50년대 한국전쟁과 60년대의 우울한 날들을 서화로 지내왔다. 70년대 유신독째시절부터 80년대까지 천주교 원주교구에서 선구자적 저항과 농민회의 기층운동, 그리고 한살림운동을 통해 많은 젊은이들에게 사상적 큰 스승으로 존경받아 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장일순션생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한 이현주선생은 호칭도 다양해서 남들이 부르는 목사도, 시인도, 동화작가도 혹은 번역문학가도 죄다 어울리지 않는다며 거추장스러워 하는 사람이다.
불특정다수를 향해 떠듬떠듬 쏘아댄 그의 화살을 맞아본 사람이면 느꼈겠지만 그는 분명 말
수 적은 이 시대의 탁월한 이야기꾼임에 틀림없다.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는 도덕경 84장 가운데 24장을 담고 있는데 이 책이 주석서가 아님을 책머리에서 밝히고 있다.
“선생님과 나는 노자의 도덕경을 읽어 가며 그 본문을 주석하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당신의 말씀으로 가르치는 것이 무엇인지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바가 무엇언지 그걸 알아보려고 했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껏 노자사상은 허무주의와 은둔주의 정도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으나 이 책을 읽으면 서구의 이분법적언 사고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자연파 인간이 하나임을 이해할 수 있는 심미안이 열리게 된다. 아울러 노자를 가운떼 모시고 장일순 이현주선생이 나누는 이야기를 엿듣는 재미도 곁들이게 될 것이다.
요즘도 두 분은 노자이야기를 계속하는 모양이다. 기회가 주어지면 가서 엿듣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중, 하편을 계속 내겠다고 하니 기다려 볼 참이다. 가톨릭신자인 장일순과 개신고 신자인 이현주가 나누는 노자이야기는 결코 특정종교가 아닌 예수와 석가와 노자가 함께 지은 집이라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 한권의 책, 여름밤에 머리맏에 놓고 베고 누워 머리를 식히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광남일보 1993.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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