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82.국제적 위상에 걸 맡는 외교를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20:08

국제적 위상에 걸 맡는 외교를

 이우송사제칼럼

 

지금 우리나라는 쌀 파동을 겪으면서 농민들은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민들의 의사와는 정반대로 가장 짧은 기간 동안에 가장 많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였고 세계 여러 나라로 부터 손가락질을 받아왔습니다. 우리는 그나마 보호되고 있는 나머지 농산물을 송두리째 외국시장에 바치려 하고 있어서 범국민적인 반발이 예상됩니다.

지난 86년부터 88년까지 무역수지흑자라는 이유로 압력을 당해 적자국 우대 조항인 BOP혜택이 정지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97년까지 7년동안 모든 농ㆍ축산물 수입 제한을 철폐하도록 요구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무역수지의 만성적인 적자국이 되어 버렸고 실제로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은 자기 나라의 무역관계에서 적자를 볼 경우 이 조항을 지키지 않고 다시 BOP를 재원용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국제적으로 손가락질 당하지 않도록 이 조항을 재원용하여 농산물 수입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히려 쌀을 비롯하여 2-3개 품목을 제외하고는 수입 개방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김대통령이 순방길에 올랐던 한미정상회담과 APEC회담에서도 클린턴대통령은 한국에 농산물 관세화 수용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이것은 예외 없는 관세화로서 성공적인 결말을 맺기 위해 기존 정책을 바꾸라는 미국의 촉구였습니다.

이와 때를 같이해서 정부는 마침내 쌀시장을 일부나마 개방하는 쪽으로 바꿀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황인성총리가 농수산 부처 등에 쌀에 대한 최소시장 허용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로 미루어 일본과 마찬가지로 관세화는 늦추되 최소시장 접근을 허용함으로서 UR협상타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쌀시장 개방을 전제로 한 그 어떤 논의도 허용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쌀시장 개방은 농업의 포기로 인식했고 그것만은 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습니다.

91년 농협에서 받은 1,300만 명의 서명도 가장 짧은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인원수를 기록하여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우리 쌀을 지키자는 국민의 호응은 높다하겠습니다.

이번에 김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APEC지도자 회의가 우리나라의 위상을 국력에 걸 맞는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국의 이해를 저버린 국제 외교는 우리 국민이 기대하는 바가 아닙니다.

기초 농수산물 수입 자유화를 놓고 미국과 우리국민 사이에서 몰려 고심만 할 것이 아니라 국제적 위상에 손상이 가지 않는 그리고 자국농민을 살리는 외교를 통해서 15일 다가오는 UR협상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CBS 1993.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