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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검찰총장 사퇴 파문 확산

▪살림문화재단▪ 2013. 9. 15. 01:15

 

대검 감찰과장도 항의성 사표... 채동욱 사퇴 파문 확산

[2신 : 오후 2시 40분] 

"감찰 착수, 언론 통해 알아... 총장 보필하지 못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 후폭풍이 거세다. 

언론에서 채 총장 사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보도한 가운데, 김윤상(44·사법연수원 24기) 대검찰청 감찰1과장이 채 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감찰 압박을 비판하며 14일 오전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이 전날 채 총장에게 사퇴 재고를 요청하고 이날 검찰 고위 간부가 사의 표명하는 등 검찰 내부의 반발 기류가 확산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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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상 대검찰청 감찰1과장. 사진은 지난 5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 브리핑실에서 광주고검 산하 지검 소속 A검사의 책상에서 수백만원의 현금 뭉치가 발견된 사건 관련, 검사 및 수사관을 감찰한 결과를 발표한 뒤 굳은 표정으로 단상을 내려서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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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은 이날 오전 10시 13분, 검찰 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 '내가 사직하려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경솔한 결정을 하려 한다"고 운을 띄운 뒤, 사임 이유 세 가지를 밝혔다. 

먼저 "검찰의 총수에 대한 감찰 착수 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는 그는 "이는 함량미달인 내가 감찰1과장을 맡다보니 법무부에서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협의할 파트너로는 생각하지 않은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고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총장을 전혀 보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며 "차라리 전설 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 게 낫다"고 밝혔다. 

그는 세 번째 이유로 훗날 아들·딸에게 떳떳해지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아들·딸이 커서 2013년 훌륭한 검찰총장이 억울하게 물러날 때 혹시 대검에 근무하지 않았냐고 물어볼 때 대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빠가 그때 능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우둔해서 총장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훌훌 털고 나왔으니까 이쁘게 봐줘'라고 해야 인간적으로 아이들이 나를 이해할 것 같다"고 밝혔다. 
  
"미련, 후회 없다...고개 들고 당당히 나갈 것" 

또 "'하늘은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경구를 캠퍼스에서 보고 다녔다면 자유와 인권, 그리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한다"며 "어떠한 시련과 고통이 오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절대 가치는 한치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미련은 없다, 후회도 없을 것"이라며 "밝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기 위해 난 고개를 들고 당당히 걸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출신인 김 과장은 대원외국어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98년 수원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법무부 법무심의실 검사, 서울중앙지검 검사, 법무부 상사법무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을 거쳐 대검 감찰1과장으로 재직해 왔다. 

아래는 김윤상 대검 감찰과장이 검찰 내부 게시망에 올린 글 전문. 

내가 사직하려는 이유 

또 한번 경솔한 결정을 하려 한다. 타고난 조급한 성격에 어리석음과 미숙함까지 더해져 매번 경솔하지만 신중과 진중을 강조해 온 선배들이 화려한 수사 속에 사실은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온 기억이 많아 경솔하지만 창피하지는 않다. 억지로 들릴 수는 있으나, 나에게는 경솔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법무부가 대검 감찰본부를 제쳐두고 검사를 감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그래서 상당 기간의 의견 조율이 선행되고 이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검찰의 총수에 대한 감찰 착수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 이는 함량미달인 내가 감찰1과장을 맡다보니 법무부에서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협의할 파트너로는 생각하지 않은 결과이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내 본연의 고유업무에 관하여 총장을 전혀 보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책임을 지는 게 맞다. 
  
둘째, 본인은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직을 걸어놓고서 정작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총장의 엄호 하에 내부의 적을 단호히 척결해 온 선혈낭자한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 차라리 전설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 게 낫다. 
  
셋째, 아들딸이 커서 역사시간에 2013년 초가을에 훌륭한 검찰총장이 모함을 당하고 억울하게 물러났다고 배웠는데 그때 아빠 혹시 대검에 근무하지 않았냐고 물어볼 때 대답하기 위해서이다. '아빠가 그때 능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우둔해서 총장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훌훌 털고 나왔으니까 이쁘게 봐줘'라고 해야 인간적으로 나마 아이들이 나를 이해할 것 같다. 
  
학도병의 선혈과 민주시민의 희생으로 지켜 온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권력의 음산한 공포 속에 짓눌려서는 안 된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딸이 'Enemy of State'의 윌 스미스처럼 살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 '하늘은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경구를 캠퍼스에서 보고 다녔다면 자유와 인권, 그리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한다. 어떠한 시련과 고통이 오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절대 가치는 한치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 
  
미련은 없다. 후회도 없을 것이다. 밝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기 위해 난 고개를 들고 당당히 걸어 나갈 것이다.  

[1신 : 14일 낮 12시 35분]

채동욱 사퇴, '보이지 않는 손'은 청와대?

청와대가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사퇴를 직접 압박했다는 주장이 14일 제기됐다. 혼외 아들 의혹을 받고 있는 대상자와 채 총장의 혈액형을 비교하며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일주일 전부터 직접 사퇴를 압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부터 갈등을 빚어온 채 총장이 보이지 않는 손, 청와대에 의해 사퇴했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 등 검찰 내부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은 13일 오후 회의를 열고 "채 총장의 중도 사퇴는 재고 돼야 한다"는 집단 의견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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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동욱 검찰총장 지난 13일 오후 전격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를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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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14일 '채동욱 '찍어내기' 청와대 직접 압박'이란 기사에서 "청와대가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해 유력한 증거인 혈액형이 나왔다고 주장하며 검찰을 압박하는 등 채 총장 사퇴에 직접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사정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 관계자는 지난 6일 '채 총장의 혼외 아들이 있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직후인 지난 주말께 대검찰청 쪽에 전화를 했다"며 "이 관계자는 '채 총장의 혈액형이 A형, 혼외 아들의 어머니라는 임아무개(54)씨가 B형, 혼외 아들이 AB형인 사실을 확인했고, (혈액형은) 유력한 증거니까 채 총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난 12일에도 대검찰청 쪽에 전화를 해 '이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청와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경향신문>도 이날 채 총장이 "청와대에서 사퇴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채 총장이 '지난주부터 청와대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인사권자(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 (혼외 자식 의혹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나가라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도 이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채 총창에게 일주일 전부터 사퇴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측은 언론에 보도된 채 총장 사퇴 개입설을 부인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그런 사실들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평검사들 반발... 내부 게시판에 "사퇴 재고돼야"

▲ 채동욱 총장 배웅나온 검찰 간부들 지난 13일 오후 전격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를 나서자 검찰 관계자들이 나와 배웅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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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채 총장의 전격 사퇴에 평검사들이 집단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이 나섰다. 13일 회의를 연 이들은 검찰 내부 게시판(이프로스)에 '평검사 일동' 명의로 '서울서부지검 평검사 회의 개최 결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평검사들은 이글에서 채 총장의 사퇴 재고를 종용했다. 이들은 "일부 언론의 단순한 의혹 제기만으로 그 진위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총장이 임기 도중 사퇴하는 것은 이제 막 조직의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재고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감찰을 지시한 이후 곧바로 검찰총장이 사퇴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으로 비쳐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또 "감찰 지시의 취지가 사퇴 압박이 아니고 조속히 의혹을 해소하고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사표의 수리 이전에 먼저 의혹의 진상이 밝혀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총장께서는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의혹이 근거 없는 것이라면 사의 표명을 거두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을 이끌어 주시길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황 법무부 장관은 이날 검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흔들리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지만 평검사들의 집단 움직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채 총장은 13일 오후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 의혹 제기와 관련해 법무부의 감찰 지시가 내려지자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공직자의 양심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