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태학(divine saminary)/오미아 단상

[오미아의 산행기]산과의 만남 1

▪살림문화재단▪ 2015. 3. 13. 04:03

 

 

 

[오미아의 산행기]산과의 만남 1

 

대한민국이라는축복 받은 땅은 흔하게 산이 있어서 큰 맘을 먹지 않아도 산을 볼 수가 있다.
도시를 가로지르다가도 문득 산허리를 감고 있는 구름에 메료 되기도 하고, 바닷가 옆 산자락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도 있다
서울만 해도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수락산 등 크고 넉넉한 산으로 둘러 싸여 있고 어느 도시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그 지역을 대표하는 산들이 있기 마련이다
너무 흔해서 일까 산에 가는 일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닌 듯 하다

주말이면 가족들과 가볍게 나들이 하기도 하고, 막걸리 한잔 걸칠 요량으로 산자락을 찾기도 한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가볍게 한 두 시간 등산 하는 것 쯤은 생활의 일부처럼 될 수도 있다

물론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 산은 그저 바라 보기 좋은 풍광일 뿐이지만, 산 근처를 서성이는 일은 기분 좋은 여유로움이다
 
내가 산에 간다는 일로 가슴을 설레이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산는 산이고 나는 나로서 한 하늘을 이고 앉아 있다는 의식 조차 없이 지내왔다
산이 있어 불편한 적이 더 많았고, 행여 조금이라도 발 들일 일이 생기면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남 달리 아픈 구석이 많았던 나로서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낯선 세계였다
내 다리를 움직여서 갈 수 있는 거리는 내 시야를 벗어나지 않는 정도의 거리였고,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의 지척 간도 차를 운행해서 움직여야 할 정도이니, 산을 오른 다거나 짐을 지고 간다는 것은 언감 생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까운 사람들은 이런 나를 알고 있는 터라 내게는 누구도 산에 가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고 클럽이나 영화관 놀이동산 등의 인공적 세계에서 노닐어야 맘이 놓이고 논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런 내가 산에 가게 된 것은 참 묘한 우연이었다
무식하면 용감 하다고 했던가
바다가 보고 싶어 몸살을 앓던 중 동해 바다로 가는 산행 모임차를 타게 된 것이다

산행 대장님의 완곡한 권유도 있었지만 산행 모임차가 바다쪽으로 간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무조건 따라 나서기로 했다.
결국 산행과 상관 없이 바닷가에서 노느라 산행팀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쳐버렸다.

허리까지 차오르는 눈 때문에 더 이상의 산행을 포기하고 돌아오는 산행팀의 버스를 바닷가에 묶어두고 핸드폰까지 꺼두어서, 산행팀을 추운 산 속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가둬두었다
산속까지 택시를 대절해서 경포대로 돌아오는 산행팀을 차마 바라 볼 수가 없어서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지만 산처럼 품어주는 너그러움에 나도 산행 식구가 되어버렸다
그 날 아침 잊을 수 없는 기억 중 하나는 겨울 바다 누스쇼였다
시퍼런 겨울 바다속을 맨몸으로 뛰어 들어가는 모습은 쌕시함을 넘어선 그 이상의 충격이었다
저 기상으로 저 열정으로 산을 오르는 것이로구나
눈 산을 녹이고 얼음 바다를 건너는 힘으로 세상을 살아낼 수 있다면 두려울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연만큼 질긴 인연도 드물다고 했던가
산행팀을 추위에 떨게한 인연으로 시작된 나의 산행은 산행팀 모두의 배려와 인내로 기적처럼 이어졌다
바닷가 사건이 있던 날, 산행팀은 가볍게 오대산 서대 염불암 등반으로 가볍게 몸을 풀었다
지은 죄가 있는 나로서는 거절 할 수 없는 산행이었다
눈이 허리까지 차오르는 산길을 생전 처음 접해 보았고, 그 곳을 내가 걸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백두대간을 타는 산행팀이라 서대 염불암 정도는 산책인 듯 다녀오면 된다고들 하지만 안방 공주님이던 내게는 천길 만길 긴 여정이었다
말 한마디 못하고 �아갔던 오대산 길은 공포 그 자체였다
발을 딛기도 힘들 만큼 미끄러운 눈 길에 급하게 장만한 홈쑈핑 등산화는 미니 봅슬레이가 되어 나를 눈 길에 내팽겨치고만 것이다
또다시 누를 끼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아 갔지만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지 않으면 꼼짝도 할 수 없는 짐 신세가 되고 말았다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큰 짐을 옮겨주던 산행팀의 넉넉함은 산보다 더 큰 감동이었다
어렵게 올라선 서대 염불암
이런 곳이 있었구나.....
내가 선 하늘아래 이런 세계도 있었구나
도시서 자란 나는 다른 별에 착륙한 우주인처럼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다
산과 산이 이어지고 그위를 덮은 하늘
그 선경에서 나는 또다른 나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산속 공기만큼 순수해진 나는 하늘처럼 맑은 사람들의 얼굴과 마주하고 서서 산을 탄다는 일의 숭고함을 맛 볼수 있었다
이런 것이구나 사람들이 땀을 흘려가면서 다시 내려올 그 산을 오른다는 것이 이 때문이구나
내가 흘린 땀을 밟고 서서 내 가슴으로 들어마신 공기를 통해서만 함께 할 수 있는 축복같은 선물이구나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절대로 사랑을 알 수 없 듯이, 산을 자신의 발로 오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산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눈으로 흘려보던 풍광 같은 산은 품어 보지 못한 이쁜 여인과 같은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산처럼 순수해진 나는 산에서 읽은 시 한 줄에도 마음이 열렸다
시인의 마음이 내 맘처럼 다가와서 금세 주르륵 눈물이 흘러 내리고 마음이 미어져 왔다
산 아래 마을에서는 그저 글로 읽는 시였는데 산 마루금에서는 마음으로 시를 읽게 된다
사람이 산처럼 자연스러워 진다
그 또한 산이 주는 선물인가 보다
산에서 시를 읽는 독특한 산행팀을 만난 것도 나의 복인 것 같다
처음 본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나니 민망하기 이를데가 없다
산행을 위한 통과 의례는 이렇게 미안하고 민망하고 민폐를 끼치며 이어졌다
 
내려오는 하산 길 또한 만만치가 않았다
눈 속에 설 수 없던 나는 굴러가는 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구르듯 미끄러져서 내려오는 것이 더 편했다
엉덩이로 하산을 마치고 대기 하던 차에 올랐을 때
살아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떠나왔다는 서운함이 교차하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첫 눈에 반한 남자를 만난 듯
가슴 벅찬 설레임과 왠지 모를 두려움으로 소름이 돋았다
나는 또다시 산에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직감 할 수 있었다
 
눈 녹은 봄 나는 또다시 산으로 향했다

 

다음에 계속........ 

미아패로우 2008.01.2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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