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조형연구소 한뼘미술철학겔러리/살림재단이 주목하는 작가

‘비운의 망명 작곡가’ 정추 집중조명

▪살림문화재단▪ 2015. 3. 22. 22:26

‘비운의 망명 작곡가’ 정추 집중조명

 동아일보

 

입력 2010-01-11 03:00:00 수정 2010-01-11 07:05:42

北 반체제 시위 주동… 소련 망명… 카자흐스탄 추방

 

광주 출생, 일본인 교관과 다툼 끝에 고교 중퇴, 일본 유학, 월북, 평양음대 교수, 소련 유학, 북한에 대한 반체제 시위 주동, 소련 망명, 카자흐스탄으로 추방, 현재 카자흐스탄 알마티 거주….

분단된 조국이 낳은 비운의 망명 작곡가 정추 씨(87·사진)의 삶의 이력이다. 사람들은 그를 ‘카자흐스탄의 윤이상’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그는 윤이상보다 더 기구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 EBS 다큐프라임은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작곡가 정 씨를 조명하는 ‘다큐프라임-미행(未行), 망명자 정추’를 12일 오후 9시 50분에 방송한다.

그는 모스크바대 음대를 5점 만점으로 수석 졸업했고 차이콥스키의 직계 제자로 발탁될 만큼 천재적인 음악가였다. 구소련 음악사전에 올라 있으며 카자흐스탄 음악 교과서에도 그의 곡들이 실려 있다. 하지만 그는 북한에서는 반동분자, 남한에서는 월북자로 낙인찍힌 탓에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다.

정 씨의 삶은 유랑의 연속이었다. 그는 23년을 일제와 남한 국민, 13년을 북한 인민, 17년을 무국적자, 다시 16년을 소련 공민으로 살았고 지금은 카자흐스탄 국민으로 살고 있다. 망명 기간에도 중앙아시아에 흩어진 고려인들의 노래 1000여 곡을 발굴해 악보로 옮기는 작업을 해오며 민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카자흐스탄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금도 그가 작곡한 모든 노래를 반드시 한국어로 부르게 한다.

지난해 3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작곡가 정추 탄생 기념 음악회에는 유명 소설가 아니톨리 킴과 유명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가 조국에 바치는 유언으로 만든 교향곡 ‘내 조국’이 연주돼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프로그램은 작곡가 정 씨의 삶을 그가 작곡한 음악들과 함께 전한다. 제작진은 “한국적 정서를 가득 담고 있는 그의 음악은 망명자로서 겪었던 절망과 고독, 조국애를 시청자들에게 절절하게 전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추신]

양림동이 낳은 천재 음악가 정추 추모공연
내일 양림의 소리를 듣다' 시즌2 두 번째 공연 개최
입력시간 : 2014. 08.01. 00:00




'근대역사문화의 산실' 양림동이 낳은 천재 음악가 정추 선생 타계 1주기를 추모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광주 남구 양림동의 역사문화공간 곳곳에서 다양한 공연을 펼쳐 호응을 얻고 있는 '공연 순수'가 2일 오후 7시30분 호남신학대학교 우월순 선교사 사택 앞에서 올 들어 두 번째 공연을 연다.

2014 지역특화문화거점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양림동의 대표적 근대역사문화유적인 우월순 선교사 사택에서 펼치는 이번 공연은 작년에 타계한 양림동 출신의 천재 음악가 정추 선생을 기리는 추모 음악회다.

1923년 광주 양림동에서 태어난 정 선생은 차이콥스키의 4대 제자로, 차이콥스키 음악원 졸업 작품으로 학교 역사상 최초 만점을 받은 '조국'을 작곡한 후 '검은 머리의 차이콥스키'란 별명을 얻었다. 또 세계 최초의 유인우주비행선인 러시아의 보스토크 1호의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에선 그가 작곡한 '뗏목의 노래'가 연주됐다.

하지만 1957년 북한 유학생들이 전개한 반김일성 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강제송환에 직면했고 소련은 선생을 카자흐스탄으로 망명 보냈다. 선생은 그 후에도 소련과 카자흐스탄을 오가며 활동했고 한국과 러시아 음악교류의 물꼬를 텄다.

그는 카자흐스탄에서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추방된 고려인들을 찾아다니며 구전 가요를 1000곡 넘게 채록했고, 고려인들의 강제이주를 담은 교향곡 '1937년 9월11일 스탈린'을 만드는 등 300여 편의 관현악곡과 실내악곡, 칸타타 등을 작곡했다.

박수진 기자 sjpark1@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