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꿈을 그린 인천로봇랜드

▪살림문화재단▪ 2015. 12. 4. 02:44

꿈을 그린 인천로봇랜드

월간로봇 기자09-04-24 11:30

 

미래를 견인할 새로운 산업으로 신성장 동력임을 주장하고 있는 로봇. 그리고 그 로봇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 생각해보면 내게 이처럼 벅차고 가슴 떨리게 긴장시킨 테마가 드물었음을 고백한다. 

 

 로봇랜드의 콘셉트 디자인 참여를 제안받고 펜을 들었을 때 로봇을 그리는 작업이 그리 녹록한 작업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이어 미궁에 빠졌다. 미메시스 즉 재현하는 것을 그린다고 하지만 단순히 닮게 표현하는 행위만은 아니다.

‘그리다’라는 동사는 기술적인 행위임과 동시에 정감적인 해석을 입히는 창의적인 행위다. 또한 사랑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생각하는 행위로서의 ‘그리다’는 인간의 가장 간절한 정서를 담는 그릇으로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가슴이 살아있는 한 관계에 대한 끈을 놓지 못하고 존재를 각인하는 절절한 작업이다. 

로봇을 그리는 것이 어려웠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로봇을 꿈꾸는 일이 로봇을 그리는 작업이었다. 신화적 상상력을 가지고 꿈을 과학으로 실현하는 로봇랜드는 또 하나의 로봇이다.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생명체로서의 로봇이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로봇에게 새 생명을 불어 넣기를 기원하며 로봇랜드를 그렸다. 신화적 상상력으로 과학을 실현하는 일이 로봇랜드를 그리는 일이었다. 

하나의 유기체로서 로봇랜드가 살아 움직이도록 치밀하게 구성한다. 랜드에 심장을 달고 피를 돌게 하고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 단순히 로봇의 가면을 씌워서 즐거움을 주고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이 아니다. 

인간이 사는 땅에 로봇이 돌아다니는 볼거리를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로봇을 테마로 한 섹션과 부대시설들이 예쁘게 늘어서기만 해서는 랜드가 살아 숨 쉴 수 없다. 살아서 진화하는 생명성을 갖기 위해서는 랜드가 치밀한 유기체적 상호 관계 속에서 스스로 제어하는 자기제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인간이 담고 있는 우주의 모습처럼 랜드에 우주적 상상력을 담아내서 능동적으로 자신을 조절함으로써 항상성을 유지해야 한다.

신화 속에서 용이 하늘을 날고 호랑이가 처녀로 둔갑하는 것처럼 랜드가 살아서 우리의 눈을 직시하고 내게로 물살을 가르고 달려드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림 속 관음보살이 걸어 나와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듯이 랜드가 스스로에게 바람을 먹이고 용트림 쳐서 오르도록 한다. 

신화적 시선은 과학에 힘입어 뼈를 추스르고 피부를 얻는다. 이러한 시선은 첨단 사상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자 인류애의 원천이 된다.

과학은 랜드가 생명체처럼 중요 기관과 부속 기관이 필요에 따라 신축, 생장, 소멸이 가능하도록 섹션에 역할을 부여한다. 스스로의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생명체 가이아처럼 로봇랜드를 구성한다. 로봇랜드가 거대한 로봇으로 탄생하는 꿈을 그린다. 로봇랜드는 내게 그리는 일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었다.

인간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자신을 닮은 로봇을 만들기 시작하였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경계를 확장하는 데 로봇을 활용해 왔다. 로봇은 인간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는 강박 관념 속에서 인간은 신처럼 군림했고 통제했다 

미디어적 상상력은 로봇을 적대시하고 위험한 미래를 상상하기도 했다. 인간의 기술력으로 인간과 소통이 가능한 로봇 친구를 생산해 내었고 그들과 교감하기를 꿈꾸고 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로봇의 끝은 어디 일지 알 수가 없다. 로봇을 꿈꾸는 동안 인간은 신처럼 위대하고 자유로워진다. 꿈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그 꿈을 꾸는 한 인간은 인간을 넘어서고 있다. 

로봇랜드, 콘텐츠·로봇 구입비 총 1297억 

로봇랜드, 로봇산업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인가? 

꿈꾸는 일은 경계를 넓히는 일이다. 인간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세상을 살피고 인간을 알아간다. 알면 알수록 신께서 주신 생명을 경외하고 사랑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세상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로봇랜드를 꿈꾸면서 꿈을 그리는 자로서의 사명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생명을 불어 넣고자 하신 분의 뜻을 알기를 희망하며 꿈을 그린다. 랜드가 로봇이 되고 로봇이 생명체가 되어서 인간과 함께 숨 쉬는 공간을 그려본다.

새로운 세계는 다른 세계에서 뚝 떨어지는 선물 같은 것이 아니라 내 속에서 찾아낸 신비한 비밀임을 깨닫게 되었다. 기술의 창조가 던져준 달콤한 편의는 섭리를 알게 된 자들이 누리는 상급과도 같은 것이라 여겨진다. 

로봇랜드가 살아 꿈틀거리는 꿈을 꾸면서 우리의 미래적 삶을 어떻게 디자인해서 랜드에 담을 것인가를 설계한다. 미래도시에 대한 견본으로서 로봇과 인간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나. 그 미래도시는 어떻게 진화해 갈 것인가. 로봇 플랫폼을 통한 네트워크 관리, 에너지 통합 시스템의 융합 운영, 자생적 물관리로 항상성 유지 등 랜드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작업이 디자인의 핵심이다 

우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생명체로서 로봇랜드가 탄생하는 경험을 마주하길 기대한다. 신이 주신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꿈꾸는 일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는 그 날이 머지않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로봇랜드를 꿈꿨던 시간에 감사한다.

글 이우송 (전국미술인조합 대표 / (주)그린울프엔터테이먼트 이사)

월간로봇 기자 | news@ebuz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