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살림단상(한국타임즈)

박근혜정부 임기 말에 이르는 냉전의 위기

▪살림문화재단▪ 2016. 10. 14. 10:39


[강행원(화가/동양미학), 본지 논설위원, 살림단상 칼럼니스트] 요즘 뉴스를 듣노라면 숨통이 막힐 것 같은 답답함이 가슴을 짓누른다. 정치 수준이 이토록 낮아서야 통일국가를 꿈꿀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나라꼴이 참으로 암담하다.

가장 큰 문제는 집권자가 바뀌면 정책승계가 단절된다는 점이다. 이는 앞에서 추진해 왔던 큰 틀의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함에도 그것을 백지화 한다. 그리고 그 반대되는 정책을 다시 세워 수립해왔다. 물론 당리당략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이점은 지자체들도 마찬가지이다. 앞에서 해 왔던 그간의 시행 사업들을 버리고 새로운 정책을 수립해 새 환경에 대치하는 경제적 손실을 생각해 보면 자신들 스스로도 놀라울 것이다.

특히나 통일 정책은 국가장래를 내다보는 흔들리지 않는 비전연구가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그 틀은 국가 원수나 국회에서도 당리당략으로 움직일 수 없도록 법제화 돼야 한다. 만약 변동해야 할 경우는 국민투표에 붙여 결정하도록 한다면 냉전을 만들어 이용하는 정치풍토는 사라질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정부에서 일관해 왔던 대북정책(햇볕정책)이 이명박정부에 와서는 백지화 된다. 당한만큼 보복정책으로 수정되어 그간의 남북화해는 사실상 단절됐다. 그래서 얻은 것은 남북의 극한대치 뿐이었다. 이런 긴장국면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지면상 재론하지 않지만, 이러한 정책기조는 박근혜정부로 이어진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코미디 같은 빈말은 그의 대북정책에 번번이 실패가 따르고 말았다.

전국의 500대기업들의 위기국면은 개성공단 폐쇄이후부터 시작되어 이미 빨간 신호의 경고등이 켜졌다. 게다가 영업 매출액 부재로 제2의 IMF로 내몰리는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모든 원인이 햇볕정책으로 인해 그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빨갱이정부라고 호도하는 글들이 SNS를 강타하고 있다.

북한 핵 개발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책략이기도 할테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들의 맞불 작전은 생각지도 않고 구름이 끼었다고 햇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당리의 근시안적 안목이 아닐 수 없다. 박정권은 또 최근에 북한발언을 강력히 쏟아 내면서 그 분위기에 편승한 뒤, 야당과 영수회담을 제안해 기세를 흔들어보려 했으나 큰 비웃음만을 낳고 말았다.

심지어는 전쟁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던 과도한 허위는 정책을 모면하려는 술책이기도 했을 것이다. 북한의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달라는 요구 역시, 자기모순에 빠져 남북대화는 시간벌기라고 시치미를 떼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으로 인한 무리수가 계속 진행 중에 있다. 자신의 행보가 얼마나 편협한가를 돌아보면 실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인사권부터 납득이 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어떤 부서를 막론하고 자기 사람이 아니면 쓰지를 않았다. 전라도는 씨가 말라가고 있다. 청와대 입성당시 미국에서 성추문 대변인으로부터 시작되어 비서실장을 비롯한 각부수석 행정부의 장차관 이하 모든 기관이다. 심지어는 국립현대미술관 관장까지도 일 년여를 공석으로 두다가 자기 사람이 될 적임자가 없자 우리말도 모르는 스페인 사람을 고용한 정도라면 더 섬세하게 말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비선실세 의혹의 정윤회 문건파동이 아직 잊히지 않았다. 그와도 관련이 없지 않는 최순실이 또 전경련으로부터 774억의 벼락치기 모금으로 '미르재단' 'K 스포츠재단' 설립의혹이 불거졌다. 전두환의 일해재단을 닮은 격이다. 재단명의 의미가 용(미르)이나 태양(일해)은 최고 권자를 가리키는 어휘다. 아니쇠로 입을 다물라고 하는 곳이 있다. 그곳이 자기들만의 킹돔 구중궁궐의 청기와고대광실이다.

이같이 인사 보호막으로 소통을 막아버린 것이니 서령 좋은 정책이 있더라도 탕평의 국민적 신뢰가 없는데 성공할리가 있겠는가. 지금껏 통일정책이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 것이 그의 핵심과제인데, 박정권의 강고한 왜침은 메아리만 무성할 뿐, 북한은 오히려 핵개발 수위를 보란 듯이 더 높여왔다.

유엔의 안보리를 통해 어떤 수단의 제재를 강구해도 북한은 좀 불편할 뿐이지 핵개발 위협을 멈춘적이 없다. 그 빌미가 김대중, 노무현정부 책임이며, 사드 배치라면, 전체주의국가의 속성을 인지하지 못한 탓이다. 또한 사드 배치장소를 정해 놓고 통보만 하면 되는 제왕적 생각은 큰 착각이다. 신뢰도 없는 정부의 밀실정책이 통할 리가 있겠는가.

소통 부재로 인한 국민적 신뢰가 없는데, 지역 이기주의라고 내모는 것도 민주를 짓밟는 처사다. 우리의 한반도를 놓고 냉전의 장을 만들어 왔던 4대 강국들 중 중국과 러시아의 의중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는 방어기지로 삼고 있다. 하물며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말을 따를 리가 없다.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 역시 남한을 방어기지로 삼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마당에서 사드배치가 우리에겐 더욱 극명한 냉전의 원흉이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번 유엔대사 '파워'가 북한의 5차 핵실험을 막는다는 빌미로 한국에 와서 별별스런 메시지를 날려 보냈지만 특효는 없었다. 다만 그 포석은 한국에 사드배치를 '오바마' 임기동안에 해결하려는 미국의 정책수단에 불과했다.

북한 핵을 막는 유일한 길은 중국 말고는 없다. 지금 북한과 교역하고 있는 에너지자원을 중단하면 기름이 없는데 무엇으로 핵을 개발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중국도 자국에 미칠 위험수위가 있을 텐데, 그대로 두고만 보지 않을 때가 올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굳이 자극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임기 말에 이르면서도 한사코 사드 배치를 억지로 강행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른바 냉전을 위험수위로 끌어올려야 안보를 이용해 야당이 물고 늘어질 모든 꼬투리를 잠재울 수 있으며, 대북 장사와 동시에 대선까지 노려보려는 술책일 것이다. 군부의 먹거리부터 첨단무기까지 비리가 안 얽힌 곳이 없다. 이러한 방산비리는 현 정권을 에워싸고 있는 고위층 일당만 호의호식으로 치부된다.

박정희 군정 때 반공법으로 옭아맨 것과도 상통한다. 박근혜정권의 체면치레만 있고, 화쟁을 이끄는 대북정책은 없는데, 무슨 수로 통일의 꿈을 입에 담는단 말인가. 우리가 통일의 꿈을 버리지 않으려면 동족애의 민족혼을 키우는 남북문화적 교류마저 단절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강행원의 지난글보기] http://blog.daum.net/yiwoosong/13483686

한국타임즈 편집국 hktimes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