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태학(divine saminary)/인문학 세미나

문인들, 밥 딜런 노벨문학상 수상에 '분노 혹은 환호'

▪살림문화재단▪ 2016. 10. 15. 21:52



문인들, 밥 딜런 노벨문학상 수상에 '분노 혹은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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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AFP= News1

미국의 대중음악인인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에 대해 문인들과 누리꾼들의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신선하다" "문학의 영역의 확장이다"며 환호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시와 노래가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 해도 엄연히 다른 장르다" "문학애호가로서 모욕받은 느낌이다"는 분노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밥 딜런을 선정했다. 115년의 노벨문학상 역사상 최초로 문학인이 아닌 대중음악인에게 상을 준 이 결정은 '노랫말도 문학이 될 수 있는가' '문학이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까지 제기했다.

수상자 발표 후 노벨상위원회의 사무총장 사라 다니우스는 "우리는 정말 밥 딜런을 위대한 시인으로 보고 상을 주는 것이다. 그는 밀턴과 블레이크까지 올라가는 위대한 영국 전통 속의 위대한 시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밥 딜런이 음악인이지 시인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2500년 전에 활동한 고대 그리스의 호머와 사포를 우리는 아직도 읽고 있다"면서 "그들의 작품은 자주 악기와 함께 공연됐고 책으로 기록되어 (지금까지) 잘 살아남았다. 우리가 그들의 시를 즐기는 것처럼 밥 딜런도 시인으로 읽힐 가치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영감을 주는 결정" vs "문학과 음악은 달라"

하지만 한림원의 설명과는 달리 세계의 문인들과 문학애호가들 및 음악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음악인인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자격과 수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타올랐다. 영국의 소설가 살만 루시디는 "딜런의 수상이 기쁘다"며 "그의 가사는 학창시절 그의 앨범을 처음 들은 후부터 평생동안 내게 영감을 주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원작자인 스코틀랜드 소설가 어빈 웰시는 자신의 트위터에 "'음악'팬이라면 '음악'을 사전에서 찾아보고 그런 다음 '문학'을 찾아 봐라. 그리고 비교·대조해보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벨문학상 단골후보인 미국의 소설가 조이스 캐롤 오츠는 노벨상위원회의 결정을 '영감을 주는 결정'이라고 표현하면서도 "그 기준(시적 가사)이라면 비틀즈 생존멤버들이 더욱 뛰어나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밥 딜런은 수상 발표 후 현재까지 아무 의견을 내지 않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그가 2013년 프랑스 최고의 명예인 '레종 도뇌르' 상을 수락한 것으로 비추어 이번 노벨문학상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에 대한 통념 깨야"vs "미적 감각이 모욕당한 느낌"

국내 문인들 사이에서도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찬반 입장이 맞서고 있다. 문학평론가인 오길영 충남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뜻밖의 즐거움이다. 문학의 경계를 넓히고 우리 시대의 문학이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시인이자 희곡작가인 김경주 역시 "글쓰기의 영역에서도 소리의 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낄 수 있는 기회"라면서 "시를 특정 장르에 갇혀 바라보는 관점을 깰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시와 노래가 공통점이 있다고 해도 장르간의 차이가 엄연히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호승 시인은 "시와 노래가 원래 한몸이긴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시에는 멜로디가 내재해 있을 뿐이다. 역으로 멜로디를 위한 글(가사)이 그대로 시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소설가 김곰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사는) 연주음과 따로 놀 수 없고 시간 길이의 한계도 받아야 하는 조건상 시만큼 훌륭하기는 어렵다"면서 "이건 세계문학계가 난데없이 당하는 봉변이요, 어떤 이들은 모욕으로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의 확장이라고 본다해도 노벨문학상이 왜 하필 밥 딜런에게 주어지는 지 의문을 제기하는 문인도 있었다. 오혜진 문화비평가는 "스웨덴 한림원(왕립과학원의 별칭) 할배들이 되게 짖궂고 덜 지루한 발상을 한 건 맞다"며 "문학 경계를 유연하게 만들겠다고 이미 권위가 확보된 다른 장르의 고전에 그 상을 줘버리는 건 좀 그렇다"고 비판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신선한 발표였다"는 호평이 많았지만 "한림원은 내년엔 옷을 통한 상징적이고 창조적인 표현을 했다고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인 '돌체 앤 가바나'에 상을 줄 지도 모른다"고 비꼬는 누리꾼도 있었다. 


또다른 누리꾼은 "수상 소식을 듣자 밥 딜런의 팬임에도 실망감이 몰려왔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뿌리박고 있는 미(美)가 모욕당한 느낌"이라며 참담한 심경을 표현했다.
ungaung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