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조선일보」와 강수미씨의 미술대전 폐지 음모론에 대한 반박

▪살림문화재단▪ 2017. 8. 7. 01:08

미술대전 폐지 음모론

「조선일보」와 강수미씨의 미술대전 폐지 음모론에 대한 반박


1949년 이후 신인작가들의 등용문으로서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이어 대한민국미술대전(이하 미술대전)으로 한국미술협회(이하 미협)가 주관해서 오늘날까지 이어오는 역사와 전통은 큰 의미를 지니며 여전히 건재하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 미술대전이 있어야하나? 라는 논쟁을 필두로 비판론자들은 미술대전을 해체하라는 군불을 지피면서 쟁점화를 부추기고 있으나 달아오를 전망은 미미해 보인다. 그러나 쟁점화 해야 할 사안이라면 좀더 치열하게 쟁점화해서 사태의 본질을 바로 보고자한다.


언젠가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고 마르크스 동상이 동강나면서 끌어내려질 때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러시아의 짜아르왕정을 무너뜨린 사회주의혁명은 러시아 민중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준 가치였으며, 막심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는 또 다른 성서가 되어서 온 러시아에 읽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개혁과 개방이라는 바람을 타고 무너진 이념의 벽은 할아버지의 명예를 지키지 못하고 망나니짓을 하는 철없는 손주 녀석들 때문에 조부님의 송덕비까지 때려 부숴야했던 저들의 행동은 진정 이성적이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사회주의적 가치의 상징인 동상을 때려 부숴대는 저들의 과거사야말로 역사의식이 결여된 망나니짓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미술대전이 오랜 역사와 무관하게 운영과정에서 남겼던 오점과 의혹이 있었다면 그때그때 책임을 밝히고 개선해왔다. 또 다시 의혹이 제기된다면 언제든지 투명하게 밝혀낼 것이다. 운영하는 주체인 미협의 잘못이 인정되는 한, 반성과 사죄, 진단과 대안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아갈 것이다. 그러나 폐지론자들은 미술대전의 정체성을 근거도 분명치 않는 의혹과 편견을 문제 삼아 존폐, 해체를 운운하고 논점이 간과된 궁핍한 내용과, 폄하된 접근방식의 글로 지속적으로 폐지,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소수 미술인들의 특정한 음모를 위한 획책과 모함으로 보여질 뿐이며, 따라서 비판을 위한 비난은 또 다른 오해를 불러올 뿐이다.


최근 1월15일자「조선일보」를 통해 대한민국미술대전에 대한 평론가 강수미씨의 글을 읽었다. 새로운 사조의 수용문제, 각종 인연에 얽매인 선정, 작품 질의 저하, 대통령상을 비롯한 탈 권위시대까지 들먹이면서 폐지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강수미씨는 한술 더 떠 심사위원의 눈대중심사에까지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그동안 비판론자들에 의해서 주장된 내용을 입이라도 맞춘 듯 너무나도 똑같은 주장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상식은 고사하고 사실의 호도를 넘어선 그의 주장에 말문이 막힐 뿐이다. 비판하기는 쉽다. 따라서 내용의 전후좌우를 꼼꼼히 살펴보고 문제의 핵심을 지적과 정중히 대안을 제시하는 성숙된 논쟁의식을 권하고 싶다.


현대미술의 새로운 사조도, 장르의 다양성도, 경계를 넘나드는 현대미술의 역동성까지도 모두 인정한다. 그래서 부족하나마 개선을 통한 대안을 제시했고, 설사 그러한 변화에 더딘 미술대전이라 하더라도 폐지나 해체를 주장하기보다는 젊은 미술인답게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편이 발전적인 논지가 아닐까? 전제하건대 이 모든 것이 강수미 개인의 생각이라면 모르되, 문화예술정책의 코드 키를 쥔 당국이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함에 있어서 여론의 근거자료 제공을 위한 의도된 행위라면 문화예술위원회 역시 오해를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2004년에 문화예술진흥원(현 문화예술위원회)과 미협 관계자로 구성된 T/F 논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구조개선 하기로 한 그간의 합의 결정 안을 알 필요가 있다.


합의된 최종개선방안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기존의 미술대전은 계승발전 시키되 비평가상을 만들어서 유망한 20∼30명의 작가를 미협에서 50%, 문화예술위원회에서 50% 추천하고, 심사위원역시 같은 비율로 구성해서 투명, 공정하게 운영하여 한국현대미술의 폭을 넓혀보자는 안이다. 또한 창작발표 전시공간인 현대미술관은 대한민국미술대전과 비평가상을 수용하기에는 효용성이 떨어지므로 접근성과 효용가치가 뛰어난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할 경우 차액을 보조해주겠다는 약속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위원회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서 양자 합의내용을 무시하고 당연히 지원해야 할 예산지원을 수수방관 한 채, 책임을 미협에만 떠넘기고 마치 아무상관도 없다는 듯이 뒷짐 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일부 미술대전 무용론 자들과 폐지론자들에 의해 그간의 구조개선 논의가 무산될 위기에 놓이게 됐으며, 문화예술위원회는 자연스럽게 책임을 면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정성향의 미술계 의견을 모아서 그것이 중론인양, 시민들의 의견인양 호도하여, 개선, 합의 안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새로운 그 무슨 제도를 만들어낼 음모라면 당장 집어치우고 문화예술위원회는 그 속생각을 드러내야 할 것이다.


오는 25일이면 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예술단체 지원금을 확정, 발표한다. 문화예술위원회는 국고를 민간예술단체 및 개인에게 지원하는 국가기구이다. 차제에 예총과 민예총의 지원금에 불균형과 형평성은 고려되고 있는지? 그렇다면 형평성과 균형의 근거는 정확히 무엇인지? 참여회원의 숫자나 창작활동의 비중, 저변화 등, 다각도에서 지원이 객관적이었는지 심도 있게 검토한 후 따져볼 생각이다.


우리는 국민의 혈세인 문화예술 지원금을 집행하는 지원정책이 코드가 맞는 단체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난과 오해가 없기를 바래왔다. 그러나 지원이 참여정부의 취향과 코드에 맞추어지고 있다는 의혹은 일찍이 예견되어왔고 그 정도가 더해가고 있다는 소문은 날로 증폭되어 가고 있다. 본인이 아는 범위에서 한국미술협회가 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고작 1억2천만원정도가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미술대전 진행을 위한 운영비이며, 전액이 우수당선작의 매입비와 상금으로 쓰여지고 있으며, 미술대전의 대상작품은 모두 문예진흥원(현 문화예술위원회)에 귀속되어지고 있다. 결국 지원금 1억2천만 원은 작품으로 모두 회수해간 상태이다.


만약에 문화예술위원회가 미술대전을 주관해온 미협에 시상금을 지원하여 작품을 귀속시켰다고 가정한다면 그간의 작품들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며, 지원이냐, 작품 매입이냐는 추후에 다시 논의되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또 있다. 그 동안 대한민국미술대전을 통하여 귀속된 우수작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전시 관리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일부는 골프장이나 연수원 등에 대여를 해서 또 다른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러한 궁금증도 풀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따지고 보면, 행사지원비라는 건 전혀 없는 셈이니 이 또한 그 동안 잘못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오해나 의혹이 없길 당부하는 바이다.


참여정부에 이르러 각종문화예술단체에 지원해온 그간의 내역을 소상히 공개해서 예산지원의 불균형과 편파적인 지원은 없었는지 의혹이 있다면 말끔하게 떨쳐내야 할 것이다. 예산의 누수만큼이나 경계해야할 덕목이 있다면 불균형과 편파적인 예산집행임을 헤아려야 한다. 국회가 꼼꼼히 따져주지 않으면 문화예술정책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 정착될 때까지 시민단체라도 만들어 공정하고 투명할 수 있도록 감시 감독해야 할 책임은 참여시민의 몫이다.


[ 이 우 송, 한국미술협회 남북미술교류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