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조형연구소 한뼘미술철학겔러리/FALU

전국미술인노동조합 조합 성명서

▪살림문화재단▪ 2017. 10. 10. 23:26

성   명   서
  
1. 문광부와 행자부는 한국미협의 ‘미술대전’에 대통령상과 총리상을 철회하라.
2. 문화예술위원회는 한국미협의 ‘미술대전’에 대한 지원자금을 즉각 단절하라.
3.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미협의 ‘미술대전’에 전시대관 계약을 전면 취소하라.

  한국미협이 주관하고 있는 미술대전 비리의 추한 꼴을 지켜보면서 같은 미술인으로서 한없는 자괴감을 삭히며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982년 민전으로부터 시작된 ‘미술대전’이 지금껏 대회를 치르고 나면 상(賞)을 둘러싸고 숱한 비리의혹이 제기되어 조용히 넘어가는 때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것은 미협 집행부가 미술대전의 운영 및 심사위원을 임명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데서 출발된다. 그래서 3년마다 치러지는 미협 이사장 선거는 금품살포의 타락으로 점철되었다. 당선자는 자신을 도와준 측근들과 전리품으로 나눠 갖는 식으로 임원조직을 정비하고 그 본전 찾기를 미술대전을 과녁으로 삼는 것이 통념이 되어 왔다.

  돌아보면 비리가 검찰의 손을 비켜간 것은 접어두고라도 1993년의 대형 구속 사태를 비롯하여 2001년 25명의 무더기 입건과 구속으로 큰 회오리바람을 겪었다. 그리고 2007봄에 자행된 비리는 한 장르에서만 100여명이상이 입건되고 9명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건이 지상을 도배했다. 앞으로도 이보다 거래가 더 큰 장르로 옮겨서 수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 결과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감된다. 이러한 진행의 촌극은 극기야 ‘미술대전’에 대통령상을 만들어 그 먹이사슬을 찾아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 더 놀랍다. 심지어 심사위원을 사전에 은밀히 내정하고 모텔에 합숙을 하면서까지 치밀하게 부정을 준비했다는 기사를 읽고 아연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대통령상에 대한 그들의 목적은 과거 국전시대에 누렸던 권위의 향수에 젖어 더 큰 이권도모를 위해서였다.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대통령상에 대한 정통성의 문제다. 그것은 대통령상제도가 있었을 때는 공모전을 국가에서 운영할 때이고, 폐지되었을 때는 공모전이 민간기구로 이양되었을 때이다. 이와 같이 모순 된 대통령상의 부활과 함께 더 큰 부패 고리는 이미 예견 된 수순이었다. 이를 바라보는 의식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마음이 얼마나 착잡했겠는가? 반대했던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식민잔재의 제도인 민전에 대통령상을 부활해 주었던, 관료적 문화마인드인 무지와 독선에 개탄과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국가상훈의 대통령상이 제정될 때는 그에 상응하는 철저한 가치와 윤리성이 요구되는 제도라는 점을 깊이 인식 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를 따져 그 실체에 대한 합리적 검토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반대의 목소리까지도 참고하지 않고 묵살하는 행정은 스스로 철 밥통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상의 타당성에 대한 아무런 재고도 없이 상을 부활해주었던 주무부서 최고 결정자의 책임을 물어 그 부당성을 규탄한다. 많은 전시적 행정은 시행하고 잘못 되어도 책임지는 자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행자부와 문광부가 이미 대통령상과 총리상을 승인한 상태라 하더라도 문제점이 들어나면 철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속히 철회하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미술대전은 작금과 같은 치밀한 조직형의 비리 말고도 그 시작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 학연. 지연. 인맥에 따라 로비가 이뤄지는 평소의 습벽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미술대전의 신인 등용문은 아예 돈(錢)용문이라는 별칭이 붙어 이미 상의 가치를 상실한지가 오래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번번이 큰 사건으로 점철되어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적이 한 두 번이 아닌데도, 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그에 따른 문제를 깊이 고려해 본 적도 없이 공공자금을 계속 지원해 왔다는 점에 더욱 우려를 금치 못한다. 비리의 온상인 미술대전에 국민의 혈세인 지원금까지 제공한다는 것은 비난받을 만한 일이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 많은 미술인들은 심정적이지만 이 또한 로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비리를 방관하는 것은 부정을 조장하는 결과에 이르게 됨을 알았으면 한다.

  이는 문예진흥원이 미술대전평가위원회에 위촉하여 얻은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2003년 말 제출된 심층평가보고서에서 ‘현 공모전 형식과 미협 구조로는 도저히 긍정적인 작가발굴을 하기 어렵다’며 미술대전에 대해 공공기금을 지원할 필요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러한 명증한 평가가 내려졌음에도 문예진흥원은 그 평가결과를 외면하고 ‘비리대전’에 공조한 것을 볼 때 의구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문광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문화예술위원회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미술대전에 대한 심층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가 좋지 않아 내린 결정이라며, 현재 1년에 1억2000만원에서 2000만원을 줄이기로 했다”며 적당히 넘어가는 식으로 지속되고 있는 불순한 행정현실을 지적하며, 우리는 이 중대한 사실을 그대로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

  문광부와 문화예술위원회는 당장 미협의 미술대전에 대한 공공기금 지원금을 중단하라!!
이제 공모전은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된다. 이미 프로세계의 의식을 떠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시대착오적인 이전투구의 낡은 제도를 왜 공조하여 보존 하려는 것인가? 문화선진국인 프랑스에서도 과거 공모전에서 수상한 역대작가들이 역사에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 한국미협이 운영하고 있는 미술대전이 없어져야 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스스로 무덤을 판 것도 문제지만, 시대적으로도 반세기를 훌쩍 넘긴 당양한 시스템의 21세기가 되기까지 낡은 식민잔재의 그 틀을 폐기처분했어도 몇 번은 했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미협이 발전적인 운영마인드도 없이 오로지 공모전에 혈안이 되어 연중행사로 범죄를 저지른다면 하등의 존속가치가 없는 쓸모없는 집단에 불과한 것이다.

  한편 이렇게 아무런 문화적 마인드도 없는 청소를 해야 마땅할 미술대전에 국립현대미술관 역시 관행적인 대관을 철회하지 않고 긴 세월을 함께 동조해 왔다. 아직도 3류 공모전을 유치하는 국립현미술관 그 자체가 한심스럽고도 부끄러운 일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공직사회의 큰 문제는 관행이라는 사슬을 업무개념으로 연장하려는 습벽부터 제거하지 않고는, 아무리 책임운영기관이라 하더라도 새로 태어날 수 없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조속히 모든 공모전의 대관계약을 취소하라. 그리고 미술관 본래의 기능으로 돌아가서 이 땅의 문화인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 민주노총 공공노조 미술인조합은 국가를 상대로 하는 공공의 적을 과감히 척결하는데 힘을 모아 국록을 축내는 부끄러운 일을 단죄할 것을 다시 한 번 천명 한다.
                                 2006년 5월 31일
                           전국미술인노동조합 조합원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