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론性命論 】
천기天機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지방地方이요, 둘은 인륜人倫이요, 셋은 세회世會요, 넷은 천시天時이다.
인사人事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거처居處요, 둘은 당여黨與요, 셋은 교우交遇요, 넷은 사무事務이다.
귀로는 천시天時를 듣고, 눈으로는 세회世會를 보고, 코로는 인륜人倫을 맡고, 입으로는 지방地方을 맛본다.
천시天時는 극히 넓고 큰 것이요, 세회世會는 극히 큰 것이요, 인륜人倫은 극히 넓은 것이요, 지방地方은 극히 먼 것이다.
폐肺가 발달한 사람은 일들을 다루는 능력事務이 발달하고, 비脾가 발달한 사람은 교우交遇가 원만하고, 간肝이 발달한 사람은 무리를 지어 사회생활黨與을 잘 하고, 신腎이 발달한 사람은 거처居處가 분명하다.
사무事務는 잘 닦아야 하고, 교우交遇는 잘 이루어야 하고, 당여黨與는 잘 정돈해야 하고, 거처居處는 잘 다스려야 한다.
턱에는 주책籌策이 있고, 가슴에는 경륜經綸이 있고, 배꼽에는 행검行檢이 있고, 배에는 도량度量이 있다.
주책籌策은 너무 교만驕해서는 안되고, 경륜經綸은 너무 불쌍히 함矜을 가져도 안되고, 행검行檢은 너무 뻗대伐도 안되고, 도량度量은 너무 과장?해도 안 된다.
머리에는 식견識見이 있고, 어깨에는 위의威儀가 있고, 허리에는 재간材幹이 있고, 엉덩이에는 방략方略이 있다.
식견識見은 반드시 탈奪함이 없어야 하고, 위의威儀는 반드시 사치侈함이 없어야 하고, 재간材幹은 반드시 나태懶함이 없어야 하고, 방략方略은 반드시 비밀스럽게 도둑질竊함이 없어야 한다.
귀눈코입은 하늘 기운을 받고, 폐肺비脾간肝신腎은 인간 본질을 이루고, 턱가슴배꼽배는 끊임없이 알려 하는 것이고, 머리어깨허리엉덩이는 끊임없이 행동하는 것이다.
천시天時는 크게 같고, 사무事務는 제각기 서 있고, 세회世會는 크게 같고, 교우交遇는 제각기 서 있고, 인륜人倫은 크게 같고 당여黨與는 제각기 서 있고, 지방地方은 크게 같고, 거처居處는 제각기 서 있다.
주책籌策은 넓게 통하고, 식견識見은 자기 홀로 행하고, 경륜經綸은 넓게 통하고, 위의威儀는 자기 홀로 행하고, 행검行檢은 넓게 통하고, 재간材幹은 자기 홀로 행하고, 도량度量은 넓게 통하고, 방략方略은 자기 홀로 행한다.
귀는 좋은 소리를 좋아하고, 눈은 좋은 색을 좋아하고, 코는 좋은 냄새를 좋아하고, 입은 좋은 맛을 좋아한다.
좋은 소리는 귀에 거스르지 않고, 좋은 색은 눈에 거스르지 않고, 좋은 냄새는 코에 거스르지 않고, 좋은 맛은 입에 거스르지 않는다.
폐肺는 싫은 소리를 싫어하고, 비脾는 싫은 색깔을 싫어하고, 간肝은 싫은 냄새를 싫어하고, 신腎은 싫은 맛을 싫어한다.
싫은 소리는 폐肺에 거스르고, 싫은 색깔은 비脾에 거스르고, 싫은 냄새는 간肝을 거스르고, 싫은 맛은 신腎을 거스른다.
턱에는 교심驕心이 있고, 가슴에는 긍심矜心이 있고, 배꼽에는 벌심伐心이 있고, 배에는 과심?心이 있다.
교심驕心은 교만하게 하는 것이요, 긍심矜心은 생각을 불쌍히 함이요, 벌심伐心은 뻗댐이요, 과심?心은 과장함이다.
머리에는 홀로 하는 마음이 있고, 어깨에는 사치하는 마음이 있고, 허리에는 게으른 마음이 있고, 엉덩이에는 욕심이 있다.
홀로하는 마음은 이익을 빼앗는 것이요, 사치하는 마음은 자기 스스로 높임이요, 게으른 마음은 스스로 낮추는 것이요, 욕심은 물건을 훔치는 것이다.
사람 귀눈코입은 선善을 좋아하는 것이 견줄 데가 없다. 사람 폐肺비脾간肝신腎은 악惡을 싫어하는 것이 견줄 데가 없다. 사람 턱가슴배꼽배는 그릇된 마음이 견줄 데가 없다. 사람 머리어깨허리엉덩이는 게으른 마음이 견줄 데가 없다.
요순堯舜이 어짐仁을 한 것이 5천년 전에 있었는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하늘아래天下 선善을 말하는 이들이 다 요순堯舜을 말한다. 사람이 선善을 좋아하는 것이 과연 견줄 데가 없는 것 아니냐. 걸주桀紂의 행폭은 4천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 지금까지 싫은 것을 얘기하는 사람은 모두 걸주桀紂를 얘기한다. 그러니 사람이 악惡을 싫어하는 것이 과연 견줄 데가 없는 것 아니냐. 공자孔子 같은 성인聖人이 3천명 제자를 가르쳤는데 오직 안자顔子 한 명만이 3개월 동안 어짐仁을 어기지 않았을 뿐이고 그 나머지 2천 999명은 기껏해야 하루나 한달 갔다. 그러니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喜하고 성심으로 따른 이는 단지 72명에 불과 했으니 사람의 그릇된 마음이 얼마나 견줄 데가 없는 것이냐. 덕스러운 문왕文王이 100년을 살다가 죽었는데 하늘아래天下 충분히 젖어 들어가지 못했는데 무왕武王 주공周公이 이것을 계승한 뒤에 크게 다스려졌다. 그러나 관숙管叔 채숙蔡叔 같은 놈은 가장 훌륭한 사람들의 가장 가까운 친척(三寸)인데도 불구하고 난을 일으켰으니 사람의 태행怠行이 얼마나 견줄 데가 없는 것 아니냐.
귀눈코입은 사람이 모두 요순堯舜이 될 수 있고, 턱가슴배꼽배는 사람이 모두 스스로 요순堯舜이 될 수 없고, 폐肺비脾간肝신腎은 사람이 모두 요순堯舜이 될 수 있고, 머리어깨허리엉덩이는 사람이 모두 스스로 요순堯舜이 될 수 없다.
사람의 귀눈코입은 선善을 좋아하는 마음이 보통 사람의 귀눈코입을 가지고 말해도 요순堯舜이 더 나을게 없다. 사람의 폐肺비脾간肝신腎은 악惡을 싫어하는 마음이 요순堯舜의 폐肺비脾간肝신腎을 가지고 말해도 보통 사람이 거기서 더 뺄게 없다. 그래서 사람이 모두 요순堯舜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의 턱가슴배꼽배 가운데 이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마음이 모든 사람에게 숨어 있다. 그러니 본심을 보존하고 천성을 기른 다음 요순堯舜처럼 알 수 있다. 사람의 머리어깨허리엉덩이아래에는 남들을 속이는 마음이 가지가지로 숨어 있다. 그러니 자신을 닦고 가기 사명을 바로 깨달은 다음에 요순堯舜처럼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이 모두 스스로 요순堯舜이 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귀눈코입의 뜻情은 지나가는 행인일지라도 의로움을 서로 협동하려는 바가 크게 같다. 그러므로 선善을 좋아하게 된다. 선善을 좋아하는 실내용이 극히 공평한 것이다. 극히 공평하면 역시 사사로움이 전혀 없는 것이다. 폐肺비脾간肝신腎의 뜻은 같은 방에 있는 사람들일지라도 자기들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바가 각각 다르므로 악惡을 싫어하게 된다. 악惡을 싫어하는 것은 어떤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라 극히 공평한 것이다. 턱가슴배꼽배 가운데서 스스로 부단히 알려고 하는 경향성은 있는데 도덕道德적인 훈련을 해도 교긍벌과驕矜伐?하는 사사로운 마음이 갑자기 덮치면 그런 앎을 스스로 버리고 널리 통할 수 없게 된다. 머리어깨허리엉덩이 아래에는 스스로 부단히 행동하려고 하는 경향성은 있는데 갈고 닦고 해도 탈치나절奪侈懶竊하는 욕심이 갑자기 덮치면 그런 행동을 스스로 버리고 바르게 행할 수 없게 된다.
귀눈코입은 사람이 다 있는 그대로 아는 바이고, 턱가슴배꼽배는 사람이 다 어리석은 바이고, 폐肺비脾간肝신腎은 사람이 다 어진 바이고, 머리어깨허리엉덩이는 사람이 다 착하지 못한 바이다.
사람의 귀눈코입은 하늘과 같으니 하늘은 있는 그대로 안다. 사람의 폐肺비脾간肝신腎은 사람과 같으니 사람은 어진 것이다. 내 턱가슴배꼽배는 내 스스로가 내 마음을 삼는 것이므로 어리석음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어리석음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나에게 있다. 내 머리어깨허리엉덩이는 내 스스로가 내 몸을 삼는 것이므로 착하지 못함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착하지 못함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나에게 있다.
하늘이 모든 사람을 낼 적에는 지혜로운 자각이 들 수 있도록 성性을 내주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삶이라는 것은 혜각慧覺이 있으면 사는 것이요 혜각慧覺이 없으면 죽는 것이다. 혜각慧覺이라는 것은 덕이 이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것이다.
하늘이 모든 사람을 낼 적에는 자업資業으로써 명命하였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사는데 자업資業이 있으면 살고 자업資業이 없으면 죽는 것이다. 자업資業이라는 것은 도道가 나오는 데이다.
인의예지仁義禮智 충효우제忠孝友悌 등 모든 좋음은 모두 혜각慧覺으로부터 나온다. 사농공상士農工商 전택방국田宅邦國 등 모든 쓰임은 모두 자업資業으로부터 나온다.
혜각慧覺이라는 것은 반드시 남의 갑절이 되게 해서 가르침이 있게 하려는 것이다. 자업資業이라는 것은 자기 욕심을 줄여 그 공功을 이루려 하는 것이다. 혜각慧覺이 사사롭고 작은 이는 비록 남보다 뛰어나더라도 간교巧하기가 조조曺操와 같으니 가르칠 수가 없다. 자업資業이 지나치게 벌려 놓기를 좋아하는 이는 비록 남보다 솟아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납기가 진시황秦始皇 같으니 공功을 이룰 수 없다.
남의 선善함을 좋아하면서도 나 역시 그 선善함을 아는 것이 지성至性의 덕德이다. 남의 악惡을 싫어하면서도 내가 반드시 그 싫어함을 행하지 않는 것이 정명正命의 도道이다. 알고 행함이 쌓여지면 그것이 도덕道德이요 도덕道德이 이루어지면 그것이 바로 인仁이요 聖이다. 도덕道德은 별개 아니다 그것이 바로 알고 행하는 것이다. 성명性命은 별개 아니다 그것이 바로 알고 행하는 것이다.
어떤 이가 나에게 묻기를 "아는 것을 가지고서 성性을 논한 것은 알아차리겠노라. 그런데 행을 가지고서 명命을 얘기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말하기를 "명命이라는 것은 명수命數가 아니냐. 행동을 착하게 하면 명수命數가 스스로 아름다워질 것이다. 행동을 나쁘게 하면 명수命數가 스스로 나빠질 것이다. 그러니 점卜筮을 안 쳐보고도 다 알 수 있다." 시경詩經에 말하기를 "길도다! 그 명命이 짝한 것이여." 스스로 찾아 복福이 많아진다는 것은 바로 이 뜻이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내가 한 말 가운데 귀로 천시天時를 듣고 눈으로 세회世會를 보고 코로 인륜人倫을 맡고 입으로 지방地方을 맛본다 라고 했는데 귀로 천시天時를 듣고 눈으로 세회世會를 보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코로 인륜人倫을 냄새 맡고 입으로 지방地方을 맛본다고 한 것은 도대체 무엇이냐?"
말하기를 "사람동아리人倫에 처해서 사람들의 겉을 살피고 그 사람들의 재능才能과 행실行實이 어질고 착하지 못한 것을 탐색探索하면 이것이 냄새를 맡는 것이 아니겠는가! 땅에 앉아서 그 지방地方의 생활에 맞는 유리한 조건을 골고루 겪어 보는 것이 맛보는 것 아니겠는가!"
그 마음을 보존存한다는 것은 그 마음을 채칙질責하는 것이다. 내 마음 때문에 밝고 어두움이 비록 스스로 그렇게 되는 것 같지만 내 마음을 책責하면 맑게 되고 책責하지 않으면 흐리게 된다. 말의 마음 깨닫는 바가 소보다 조금 더 빠른 것은 말이 자기 마음을 책責하는 것이 소가 자기 마음을 책責하는 것보다 더 빠른 까닭이다. 매의 기세가 솔개에 비해서 사나운 것은 매가 자기 기운氣을 책責하는 것이 솔개가 자기 기운氣을 책責하는 것보다 더 사나운 까닭이다. 마음이 맑고 흐린 것과 기운氣宇이 세고 약함이 소와 말과 매와 솔개에 있어서도 이치理致로 미루어 보거늘 하물며 사람에게 있어서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어떤 이들은 서로 2배, 5배하며 어떤 이들은 서로 천배, 만배로 다른 것이 어찌 사람이 태어나면서 곧 얻어서 멍청하게 아무 생각도 안하고 가만히 않아서 스스로 오늘에 이른 것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