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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奇人) 소강절(邵康節) (1편)

▪살림문화재단▪ 2012. 10. 4. 01:51

 

 

기인(奇人) 소강절(邵康節) (1편)

 

매화를 보고.

 

 지금으로부터 900여 년 전(1011∼1077년) 宋나라 시대에 유학, 도학, 역학 등에 능한 소옹(邵擁)이란 사람의 시호(諡號)가 강절(康節)로 소강절 선생 (邵康節先生) 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내려오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소강절 선생은 역학(易學)에 능통하여 천문지리(天文地理)에 밝아 역리(易理)를 바탕으로 한 몇 권의 책을 펴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와 매화역수(梅畵易數) 등은 오늘날까지도 유명하다.

 

 

 소강절 선생이 하루는 천진(天津)다리 위를 걷고 있을 때 두견새가 우는 소리를 듣고 세계(天下)의 운명을 예언 한 적이 있는데, 후세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의 예언은 모두가 적중했다고 한다. 그는 사물을 대함에 있어서 주로 주역팔괘(周易八卦)를 응용, 관찰, 예언한 것이 많았다.
 

 

 

 


어느 겨울에 날씨가 혹독하게 추운 용(辰)의 해(年) 12月 17日(陰) 오후 다섯시(時)경, 용변을 보기 위해서 마루턱을 내려오는 순간, 소강절 선생은 앞뜰에 있는 매화나무에 앉은 겨울새 두 마리를 보았다.
 다복다복 눈이 쌓여 눈 가지를 이룬 매화나무에 새 두 마리가 앉아 있으니 화조도(花鳥圖)에서나 보아왔던 아름답기 그지없는, 그 정경이었다.
"이는 정녕 보통 일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새들이 싸움을 했다.
한 마리가 입으로 다른 새의 날개를 쪼아대며, 소리를 질러댔고 다른 한 마리도 지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하여 대항하자. 나뭇가지에 소복하게 쌓여 있던 하얀 눈이 땅 바닥 밑으로 우수수 떨어져 기진맥진한 죽음직전의 숨을 희미하게 몰아쉬기 시작했다.

그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괘(卦)를 풀어보기로 했다.
 본래 움직이지 아니하거나, 예지(豫知)할 필요성이 없는 사물이나 그런 일거리에 대해선 정단(正斷: 판단)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지금은 두 마리의 새가 심한 싸움을 하다가 눈앞에서 죽어가니 이는 반드시 무슨 연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는 곧 周易八卦를 응용하여 年,月,日,時作卦法(년,월,일,시 등을 이용하여 괘를 짜는 것)을 통하여 괘를 만들어(作卦) 본 결과 택화혁(澤火革: 64괘 중에 하나)이란 본괘(本掛)와, 택산함(澤山咸)이란 변괘(變卦), 그리고 천풍구(天風垢)라는 호괘(互卦)가 나왔다.

 원래 주역팔괘로 정단할 때는 좀더 세밀한 것을 알기 위해, 시작과 사물의 전체 흐름을 뜻하는 본괘와 사안의 경과를 뜻하는 호괘, 그리고 결과를 뜻하는 변괘를 응용하여 풀게 되는데 소강절 선생도 그 방법을 택한 것이다.

 소강절 선생이 작괘를 마친 후, 새가 싸우다 떨어진 연유의 괘의(掛意: 괘가 지니고 있는 뜻)에 대해 내일 저녁에 한 여자가 아름다운 꽃을 몰래 꺾다가 정원을 관리하는 하인에게 발각되어 정신 없이 도망가다 땅바닥에 여지없이 넘어져 마침내 다리를 다칠 것으로 판단(正斷)하였다.

 

 다음날이 밝아 저녁이 되자 선생이 판단했던 대로 여자가 꽃을 꺾다 정원을 관리하는 하인에게 들켜 도망치다 넘어져 다리를 다치게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이를 신기하게 여긴 제자 한 명이 선생에게 그 까닭을 묻자. 선생께서는 "우선 택(澤)은 젊은 여자, 화(火)는 불(澤火革에서), 천풍구(天風 )에서의 천(天)은 쇠붙이고 풍(風)은 다리와 나뭇가지며 택산함(澤山咸)에서의 산(山)은 흙이라는 각 괘가 지니고 있는 상징물이니, 젊은 여인을 말하는 택금(澤金)이 나뭇가지인 풍목(風木: 천풍구에서 나온 괘)을 금극목(金克木)하므로, 이를 종합해보면 젊은 여자가 나뭇가지 즉, 꽃을 꺾게 된 연유이고 땅에 넘어져 다리를 다쳤다 함은 풍목(風木)이 다리가 되는 것으로 택금(澤金)으로부터 금극목(金克木)하므로 다리를 다치게된 원인이 되느니라."

 그러나 제자는 이해가 잘 안 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선생님 말씀대로 각괘(各卦)가 지니고 있는 대상물의 상징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한 마디로 내일 저녁에 젊은 여자가 꽃을 꺾다가 넘어져 다리를 다칠 것이라고 단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라고 반문하자.

그는 웃음을 띄우면서, "봄, 여름 없이 가을에 오곡백과를 거둘 수 없듯이 갈고 닦지 않고 어찌 명 판단이 있겠느냐? 처음 괘(卦)를 가까이 하는 사람은 기초 공부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도 신기(神奇)한 것만 먼저 논하게 되니 이는 참으로 잘못 된 처사였느니라.

그리하다보면 갈수록 더 어려운 것만 같고 예리한 판단을 할 수가 없게 되나, 반대로 조석으로 갈고 닦으며 정성을 다하게 되면 심역현기(心易玄機)의 경지에 이르러 나와 같은 판단도 가능하게 될 것이니라."


 소강절 선생의 이 같은 설명에 제자는 심역현기에 관해서 물었다.
"심역현기란 학문적이고 체계적인 논리에 의해서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마음이 순하지 못하고 불결하면 자신이 원하는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도깨비에 흘리는 사람처럼 방향마저 잃어 깊은 산골짜기에서 헤매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나 마음이 순하고 청결하며 학문에 게으르지 않으면 스스로 깨달은 바가 많아져 자연 심역현기하게 되느니라."

"이 심역현기는 사방에 있는 물을 한 곳으로 모아 큰 바다를 이루는 것과 같은 것으로 택화혁괘(澤火革掛)를 보고 여자가 꽃을 꺾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도 학문적으로 그 내용을 풀어보면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을 것이니라. 그리고 짧은 시간에 보다 정확한 판단을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심역현기(心易玄機)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느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