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22.저들이 먹어치운 음식을 다시 토하게 할 수는 없을까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19:09

저들이 먹어치운 음식을 다시 토하게 할 수는 없을까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국회의원과 공직자들의 재산 규모와 내역에 여론의 관심이 모아 지고 있습니다.

당시 박준규, 김재순의장과 유학성 김문기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 때 김대통령은 ‘부도덕한 방법을 동원해 부를 축적했다면 개혁 차원에서 이를 사정해야 할 것이다’라는 발인은 응징 곧 정치권과 공직자의 물갈이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반면에 실사를 위한 주무 관청인 국세청이 이에 대해 조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공직자 윤리위원회도 등록재산의 실사와 관련해서 재산 누락 및 은닉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지나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재산의 많음이 문제될 것은 없지만 사업가 출신도 아닌 공직자 및 공직자 출신이 재임기간 동안에 공직을 이용해 착복과 투기 탈세 뇌물 등으로 재산을 모았다는 상식적인 추측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국회의원 채산 가운데 눈에 띄는 몇 가지 특징은 군 출신과 관료출신들의 재산이 전체 평균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들 가운데 정호용 김복동의원 등 5.6공 실세들과 신군부출신들이 많은 재산을 축적했음이 드러났습니다.

또 김덕주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 고위 안사들과 정치 관사들의 재산 규모를 볼 때. 5.6공 치하에서 저질러진 사법부의 범죄를 보는 듯합니다.

부끄럽게도 이 나라는 청와대를 필두로 국회 사법부 그리고 말단 행정부서에 이르기까지 뒤얽힌 범죄 집단이었음은 새삼스런 일이 아닙니다.

다만 범죄의 강도에 있어서 니라를 도둑질한 대도에서부터 말단행정 부서의 급행료까지 다양했을 뿐입니다.

이미 공개된 1760명의 현직 공직자의 재산 공개 내역이 이만하다면 또 다른 추측을 하 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록 재산을 공개한 직급은 아니지만 4.5.6공화국을 거치면서 고위공직자의 재산 축적에 손발이 되어 왔던 백전노장의 공직자들 실제로 1급 이상의 공직자만 고위직일까요.

서민이니 말단공직자 입장해서 보면 상대적으로 2.3.4급 공직자가 고위직이면서 진짜 알짜배기라는 사실입니다.

정작 1급 이상 공직자는 정치인에 가까운 것일까요.

먹을 만큼 넉넉히 먹고 똥똥해서 떠난 전직 공직자들은 지금 이 시간 조간신문을 넘기면 서 비웃음 섞인 안도의 한숨을 쉴 것입니다.

투기를 했거니 직위를 이용해 치부한 공직자는 물러나야 한다는 당위성을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미 먹어치운 음식이야 살로 갔으니 과거는 불문에 부치고 공직을 떠나게 하면 될 성 싶으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한다면 유한한 권력을 이용해서 크게 한탕하고 자자손손 평생을 배불리 먹고살 명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저들의 살점을 배어내고 모자라면 가산을 팔아서라도 먹어치운 음식을 다시 토하게 할 수는 없을까를 생각하며 분심을 삭히고 있을 것입니다.

재산등록의 실사가 어느 정도의 강도와 의지를 가지고 이루어질지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의 상층부를 지배해 왔던 환부를 얼마나 도려내고 새 살이 채워질지 자못 궁금합니다.

[CBS 1993.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