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23.재산공개 정치쇼가 아니기를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19:09

재산공개 정치쇼가 아니기를

 

아직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큰돈에 대한 이해가 더딘 까닭에 자기의 노동력에 대한 대가, 즉 현실적인 월 급여를 주먹구구로 곱해서 계산하는 습관이 있는가 하면 누구네 집이 좋다드라 하면 막연하게 뒤에는 아담한 산이 있고 넓은 정원 가운데 연못이 있어 갖가지 잉어가 노닐고 연못 둘래에는 잘 가꾸어진 정원수와 함께 철따라 꽃이 펴고 여름엔 풀장에 물이 넘실거리는 저택을 아무리 설명해도 그렇게는 이혜가 잘 안됩니다. 사실은 제가 그렇습니다.

그 집이 얼마짜리냐. 요새 싯가로 10억쯤 합니다. 해야 입이 딱 벌어지면서야 와 하며 대단한 저택의 가치가 머리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런 국민들의 수치인식을 역 이용해 기술적으로 조작, 기만해 온 고위공직자와 여당 정치인들의 재산공개 내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치권의 재산공개 시대가 새롭게 열려 비상한 판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 범위가 넓혀지면서 규모와 내용 취득경위 등에서 상식을 뛰어 넘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첫째는 국민들은 고위공직자와 의원들이 공개한 재산이 엄청난 규모인데 놀라고 둘째 는 재산공개의 기만과 탈법에 놀라고 셋째는 정치쇼를 연출하는 연출가의 후안무치에 놀라고 있습니다.

이번 민자당의원과 당무위원 재산공개가 국민의 눈에 자산 감추기 소동으로 비춰지면서 냉소와 비아냥 나아가 실망과 분노로 번지고 있습니다.

한 예로 입법부 대변인 박준규의장은 75가구가 사는 연립주택의 주인이며 13층 건물의 주인이면서 수십년 전 부터 땅을 사서 모았습니다.

아들 이름으로 17만 평의 땅을 가진 땅 부자가 공개한 재산은 41억 8천만 원이었습니다. 믿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재산공개 과정에서 드러난 정치인들을 질타하는 비판적 여론 속에서도 김영삼대통령은 실사해서 처벌하겠다고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국세청은 부동산 투기의 흔적이 있었거나 탈세혐의가 있는 공직자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설사할 계획이 없다고 말해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재야단체애서는 “독자적인 실사계획”을 밝혀 재산공개 파장은 확대될 전망이 엿보입니다.

또 이기택대표가 재산공개기준법 재정작업과 성실하고 깨끗한 재산공개를 통해 정부 여당과는 엄격한 차별화를 기할 태도여서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 차제에 민주당은 비난만 하는 야당이 아니라 의원과 당무위원들의 재산공개기준을 정해 깨끗한 재산공개 일정을 밝히고 정부 여당이 보여준 정치쇼가 아닌 야당정치인의 참신한 도덕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CBS 1993.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