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72.난감한 실업률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19:59

이우송사제칼럼

난감한 실업률

 

지난 8일 통계청 전남사무소에 따르면 광주지역의 실업율이 전국 2.8%보다 훨씬 높은 4.6%로 나타나 다른 지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실업율을 보이고 있어서 찬 겨울을 맞이한 이 지역민들은 더욱 추운 겨울을 맞게 되었습니다.

일자리가 없어서 빈둥거리고 노는 것처럼 고역스런 일은 없습니다. 사람이 해가 뜨면 일자리를 찾아서 나서는 것이 삶의 수순인데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은 개인의 불행에 앞서 국가적 불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와 같은 실업률 증가 현상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고학력 취업난, 저학력구인난 이라는 고용구조와는 달리 이 지역을 총체적인 실업률 증가에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이 지역은 대졸의 고학력자들의 실업이 갈수록 증가하고 40-50대의 멀쩡한 사람들이 경기불황과 기업의 영세로 겪게 된 감량경영, 그리고 잇따른 도산 때문에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수치를 동반한 경제전문가처럼 실업 분석과 전망을 할 수는 없지만 초보적인 저의 견해는 이렇습니다.

첫째로 역대 정권이 저질러 놓은 경제발전의 불균형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지역에 가동 중인 1,400여 업체가 대부분 단순 하청업체로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 경기 침체에 따른 불황에 가장 먼저 도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로 지적되어야 할 것은 정부의 무분별한 고용정책입니다. 인력수급의 문제를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고학력자만 양산해 낸 것이고 대학교육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수준에 못 미치는 노동력만을 배출하는 대학교육에 문제가 있습니다.

셋째로 고학력 실업시대를 맞이한 우리는 교육개혁과 직업에 대한 의식개혁이 요구됩니다. 학력중시사상보다 직업교육을 높게 평가하는 사회적 풍토가 아쉽습니다.

한때 광주지역에서 사회문제로 비화되었던 피라미드 방식의 다단계 판매가 대학가에까지 침투하면서 고학력 실업자를 유혹하며 기승을 부렸던 사실 또한 고학력실업율의 심각성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끝으로 최근의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투자기관 산하 기관 단체의 사장과 임원진을 30여년간이나 특정지역의 인맥이 장악해 왔던 사실도 결코 호남지역의 상대적인 실업률 증가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민시대를 연 김영삼정권의 개혁의지에 호남사람들은 어떻게 동참해야 할 것인지 실로 난감하기만 합니다.

[CBS 1993.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