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마당/이우송사제칼럼

73.끝나지 않은 외침

▪살림문화재단▪ 2013. 4. 20. 19:59

이우송사제칼럼

끝나지 않은 외침

 

김영삼 정부의 출범이후 계속된 개혁 드라이브에 밀려 이제는 재야가 없어졌다거나 한 편에서는 이러다가 야당도 없어질 판국이다. 라는 말들이 나돌 만큼 상대적으로 침체된 광주가 착잡한 심정으로 5월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3당 합당으로 5.6공화국의 적자가 되어 획득한 김영삼정권이 광주문제를 매듭짓지 않고 문민정부로 거듭날 수 있겠는가.

지난 이야기지만 김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했을 때 면담은 무산되었지 만 광주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5개 원칙과 14개 항목을 제시했고 원칙만큼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5개 원칙 가운데 망월동 묘역 성역화와 상무대의 무상양여, 관련자 명예회복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반응 정도를 보일 뿐 정작 중요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여권내의 복잡한 문제로 대통령이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입니다.

역사를 바로 잡는 중요한 일은 제쳐두고 묘역손질이나 명예회복, 그라고 먼데 있는 청와대 땅을 떠다 주는 것도 아닌 광주에 있는 본래 광주 땅 양여하는 문제를 확정도 아닌 검토쯤으로 광주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인지 청와대에 묻고 싶습니다.

또 광주 시민들의 왜곡된 분위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문민정부가 들어서서 여기 저기 비리는 파헤쳐지는 것 같고 말끝마다 본인도 피해자라고 하니까 상당수의 시민들은 광주문제가 마치 해결되어 가는 것처럼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18일이 가까워지면서 "끝나지 않은 외침”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시민놀이한마당 등 갖가지 문화행사가 치러지게 됩니다.

더구나 5월 행사가 13년 만에 처음으로 광주시의 예산지원을 받아 치러진다고 하니 더욱 낙관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5월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시민들은 이제 새 정부가 잘하고 있는데 또 다시 최루탄과 돌맹이가 난무해야 하는가. 하는 자제의 요구와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무거운 마음과는 달리 김정권의 내각은 12.12구테타를 합법이라며 궁색한 용호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광주 문제 해결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금년 5월의 변수가 달라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와 때를 같이해 5월 항쟁 진상규명을 위한 전국 규모의 범국민운동 단체인 ”민주항쟁 국민위원회”가 결성되었습니다.

이 위원회는 재야는 물론 중간층 시민운동단체까지 대거 참여한 국민적 연합기구로서 광주문제를 다룬 최초의 전국기구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이것이 광주 시민에게는 13년간 앓아누운 우울증세에 수혈을 받게 된 성과물입니다.

오늘의 김영삼정권의 태도를 볼 때 민의에 의해서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권출발의 태생적인 한계를 지닌 김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그리 넓지가 않습니다.

반쪽의 혁명에도 못 미치는 김정권의 한계를 광주가 먼저 인식하고 문제의 바른 해결을 위해 이제 시민들의 이성적이고 성숙된 역량을 한곳으로 모아줄 때입니다.

[CBS 93. 5. 13.]